베트남이 ‘짝퉁 천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미국의 통상 압박을 비롯해 국제사회의 비판과 비난이 거세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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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는 예년과 다르다. ‘보여주기식’이 아닌 ‘실질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다. 방아쇠를 당긴 건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통상 압박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4월 지식재산권 보호와 집행을 둘러싼 오랜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베트남을 최고 경고 등급인 ‘우선협상대상국’(PFC)으로 지정했다. ‘우선적으로 문제 삼아 손보겠다’는 뜻이다. USTR는 베트남을 지재권 분야 세계 최악의 위반국으로 꼽았다. 특정 국가가 이 등급에 오른 건 2013년 우크라이나 이후 13년 만이라고 BBC는 부연했다.
추가 관세가 부과될 위험에 직면한 베트남은 지난 5월 지재권 위반 적발 건수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최소 20% 늘리겠다고 약속했고, 자발적으로 단속 수위를 높였다. 실제 지난 5월 중순 최대 짝퉁 집산지로 꼽히는 호찌민 사이공스퀘어와 벤탄시장을 기습 단속해 1만 9000달러(약 2900만원)가 넘는 벌금을 부과했다. 5월 마지막 3주 동안 처리한 지재권 침해 사건만 1400건이 넘는다.
베트남의 자발적 단속 강화에도 미국은 지난 5월 말 베트남의 지재권 침해 방치가 미국 통상에 해를 끼치는지 판단하는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베트남은 예년과 달리 강도 높은 단속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0일엔 타인호아성에서 불가리·까르띠에·루이비통 등을 본뜬 짝퉁 장신구 1만여 점을 만들어 114만달러(약 17억 5000만원)를 챙긴 조직을 적발했다.
베트남 짝퉁 대부분은 북쪽 국경을 맞댄 중국에서 만들어진다. 베트남 도매상들이 현지에서 잘 팔릴 제품을 대량 사들여 자국 내 소규모 업체에 넘기는 구조다. 유럽 명품 브랜드조차 아시아 생산에 기대다 보니, 중국에서 재단한 가죽이나 베트남에서 이뤄진 바느질이 고스란히 암시장으로 흘러든다고 BBC는 지적했다.
문제는 대대적인 단속에도 짝퉁을 뿌리 뽑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전히 진열대엔 가짜 상품이 늘어서 있다. 상인들이 단속 자체를 두려워하지 않는 영향이 크다.
사이공스퀘어에서 옷을 파는 한 상인은 BBC에 “단속반이 오기 전에 누군가 호루라기를 불어 알린다”며 “일부 매장은 로고 상품을 덜 내놓을 뿐 뒤편 창고엔 여전히 재고가 있다”고 말했다. 단속이 들이닥쳐도 제조·판매상들은 ‘나이키’(Nike)를 ‘마이크’(Mike)로 바꾸는 식으로 상표만 살짝 비틀어 법망을 빠져나간다고 BBC는 부연했다.
단속을 바라보는 현지 시선은 엇갈린다. 호찌민시와 달랏에서 직접 디자인한 옷을 파는 후옹 티 응우옌은 짝퉁 산업이 디자이너의 권리를 침해할 뿐 아니라 “베트남 소매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우스운 꼴로 전락시킨다”고 반겼다. 짝퉁 판매상이 문을 닫자 그는 값을 올리고 사업에 더 투자할 준비를 하고 있다. 반면 다낭의 회사원 후이는 “판매상을 잡는다고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며 짝퉁이 “싸고 편하고 사기 쉬워” 앞으로도 계속 사겠다고 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짝퉁 시장을 갖게 된 건 베트남의 경제적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베트남은 인구의 60%가 농촌에 살고 있으며, 월평균 소득이 225달러(약 34만 5000원)에 그친다. 가짜인 줄 알면서도 정품을 살 여력이 없는 소비자에겐 짝퉁이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인 셈이다.
윤리적 소비를 연구하는 스케마경영대학원(SKEMA)의 티 타인 흐엉 짠 부교수는 짝퉁 소비자와 정품 소비자가 겹치지 않는 만큼 명품 브랜드가 입는 매출 타격은 크지 않다고 봤다. 저소득 소비자는 짝퉁이 없더라도 어차피 비싼 정품을 사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가 어떤 규제나 조치를 내놓든 그들은 우회로를 찾아낼 것”이라며 “소비자 수요가 있는 한 판매자도 있기 마련이어서 짝퉁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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