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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화장품 해외 매출은 57억달러(약 8조7239억원)로 세계 9위를 기록했다. 2위 한국(100억달러·약 15조3050억원)의 절반을 조금 넘지만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고, 14위 일본(36억달러·약 5조5098억원)은 이미 앞질렀다. 한국과 일본이 산업화 이후 음악·영화 같은 소프트파워를 수출한 전철을, 중국이 화장품으로 밟고 있다는 평가다.
K-뷰티의 최대 시장이 미국인 것과 달리, C-뷰티의 승부처는 서구가 아닌 동남아다. 중국 브랜드들은 낮은 가격과 빠른 출시, 현지 맞춤 전략으로 한국·일본 경쟁자들을 파고들고 있다. 다양한 피부색 제품군을 갖추고, 2억명이 넘는 이 지역 무슬림을 겨냥해 할랄 인증은 물론 기도 전 세정 의식을 방해하지 않는 화장품까지 내놓고 있다. 한국 브랜드도 상당수가 할랄 친화적이지만 인증까지 받는 경우는 드물다고 블룸버그는 부연했다.
성과는 수치로 나타난다. 조사업체 BMI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으로의 중국 화장품 수출은 두 배 넘게 급증했다. 최대 시장인 인도네시아의 대중국 화장품 수입량은 지난해 2만2110톤으로 5년 전(3749톤)의 6배 가까이로 불었다. 베트남은 같은 기간 234톤에서 8685톤으로 37배 넘게 폭증했고, 태국(9729톤)·필리핀(6372톤)·말레이시아(5700톤)에서도 빠르게 증가했다.
조이그룹·프로야…내수 막혀 생존 걸고 해외로
개별 기업의 약진도 뚜렷하다. 10년 전 설립된 상하이 조이그룹은 색조 브랜드 주디돌·주시와 지난해 인수한 프랑스 고급 헤어케어 브랜드 르네 푸르테레를 앞세워 최근 3년 새 해외 매출을 10배로 늘렸다. 2021년 동남아에 발을 들인 이 회사는 2023년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를 계기로 싱가포르에 첫 해외 매장을 여는 등 확장 속도를 높였다. 그 결과 지난해 해외 매출은 8700만달러(약 1331억원), 그룹 전체 매출은 22% 늘어난 6억2000만달러(약 9489억원)에 달했다. 현재 조이그룹 해외 5대 시장 중 3곳이 동남아다.
중국 1위 업체 프로야는 지난해 매출이 뒷걸음쳤다. 경쟁 심화로 간판 브랜드 매출이 10% 줄자, DFI리테일그룹의 가디언 약국 체인을 통해 말레이시아에 오프라인 매장을 내며 활로를 찾고 있다. 화려한 패키지로 유명한 플로라시스도 미국 사업을 접고 동남아로 방향을 틀었다.
중국 업체들의 이런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에 가깝다. 내수 경쟁이 격화하면서 수익성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어서다. 중국 브랜드들은 동남아를 넘어 중동과 중남미로도 발을 넓힐 계획이다.
틱톡·드라마 타고 확산…“이웃부터 장악”
해외 진출 확산의 배경에는 중국과 닮은 온라인 쇼핑 생태계가 있다. 동남아 양대 플랫폼인 라자다와 틱톡샵이 각각 중국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 소유여서 라이브방송 판매 같은 중국식 전략을 그대로 옮기기 쉽다.
한국과의 차별화 전략도 먹혀들고 있다. ‘더우인 메이크업’은 인형 같은 눈매와 그러데이션 입술로 몽환적 분위기를 내는데, 애니메이션과 신선·무협풍의 중국 판타지에서 영감을 받은 스타일이다. K팝 스타들이 절제되면서도 세련된 한국식 미학을 세계에 퍼뜨렸듯, 넷플릭스에서 흥행한 중국 드라마도 동남아에 C-뷰티를 알리는 통로가 됐다.
이런 흐름에 힘입어 중국의 화장품 수출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12% 늘며 2016년 21억달러(약 3조2141억원)에서 지난해 57억달러로 뛰었다. 지난해 수출은 스킨케어·메이크업이 44억달러(약 6조7342억원)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다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진단이다. 중국의 화장품 수출은 아직 프랑스의 4분의 1, 미국의 60% 수준에 그친다. 프랑스 명품이나 미국 백화점을 정면으로 겨냥하기보다 이웃 시장을 먼저 장악하겠다는 게 중국의 전략이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다음 소프트파워 수출품은 뷰티(화장품)가 될 수 있다”며 한국 대중문화가 K-뷰티를 세계적 현상으로 키웠듯 중국의 문화적 영향력도 뷰티 산업에 같은 길을 열어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