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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故조양호 해외자산 ‘670억’ 증여세 정당”…한진家 소송전 패소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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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기자I 2026.09.22 13:5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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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생전에 해외에 보유했던 신탁자산을 둘러싸고 한진그룹 총수 일가와 과세당국이 벌인 수백억원대 증여세 소송에서 법원이 과세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조 전 회장 사망 이후 국세청이 해당 신탁자산의 수익자를 가족으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한 조치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22일 법조계와 세무업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는 최근 조 전 회장의 배우자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자녀 조현아(개명 후 조승연)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한 증여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소송의 대상이 된 증여세는 약 670억원 규모로, 이 고문과 조 전 부사장은 세금을 분납하면서 법정 다툼을 이어왔다.

이 사건은 2019년 4월 조 전 회장이 별세하면서 시작됐다. 국세청은 이듬해 조 전 회장에 대한 상속세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싱가포르에 1000억원이 넘는 규모의 신탁자산을 확인했다.

과세당국은 조 전 회장의 사망 시점을 사실상 증여가 이뤄진 시점으로 간주했다. 이에 따라 이명희 고문과 조승연 전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해당 신탁의 실질적 수익자로 판단해 증여세를 부과했다. 3남매 중 막내인 조현민 한진 사장은 미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수익자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그룹 일가 측은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해외에 이러한 신탁 자산이 존재하는지조차 알지 못했고, 실제로 신탁으로부터 수익을 배분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산의 소유자는 신탁을 관리하는 해외 수탁사로 봐야 하며, 향후 수탁사로부터 실제로 자산을 넘겨받는 시점에 증여세를 물리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다. 이후 조세심판원에서 불복청구가 기각되자 조원태 회장은 결과를 수용했으나, 이명희 고문과 조승연 전 부사장은 불복해 행정소송에 돌입했다.

이러한 소송전은 막대한 세금 부담을 줄이려는 셈법에서 비롯됐다는 게 세무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현행법상 피상속인 사망 전 10년 이내에 사전증여된 재산은 상속세 과세가액에 합산된다. 과세당국의 판단대로 조 전 회장의 사망일을 증여일로 본다면, 유족들은 신탁 수익에 대한 증여세를 낼 뿐만 아니라 해당 자산이 다시 상속재산에 합산돼 이중으로 세금 부담을 지게 된다. 이에 따라 유족 측은 증여 시점을 ‘사망 후 10년 이후’로 대폭 미뤄 상속세 합산 과세를 회피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이번 소송의 승패는 과세당국이 확보한 결정적 증거에서 갈렸다. 국세청은 싱가포르 과세당국과의 정보교환을 통해 조 전 회장의 신탁 계약서를 직접 확보·분석해 과세 및 소송의 근거로 삼은 걸로 전해졌다. 한 세무업계 관계자는 “고인의 해외 자산은 사실 확인 자체가 쉽지 않다”며 “이번 사건은 세무조사부터 과세, 소송 대응에 이르기까지 국가간 정보교환 제도를 유용하게 활용한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1심 판결은 나왔지만 법정 공방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소송 금액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데다 해외 신탁자산의 증여 시점 등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가 첨예해 원고 측이 항소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사진=연합뉴스)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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