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최근 외환시장 참가자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단기 환율 전망조차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지난 7~8월 수출 기업들이 내놓는 달러 매도 물량이 많아지며 급하게 떨어지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일주일 동안엔 다시 위쪽으로 방향을 틀어 빠르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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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오전에 1387.9원까지 올랐다가 주간거래 마감 시간인 오후 3시 30분 기준으로 전일대비 2.3원 내린 1381.0원을 기록했다. 지난 14일 주간거래 종가는 1346.2원이었다. 당시만 해도 환율의 하락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우려가 나왔으나 불과 일주일 만에 1400원대에 가까워졌다.
향후 환율 흐름 관련 전망은 상승과 하락이 양 방향으로 엇갈리는 가운데 단기적으로는 더 오를 수 있다는 쪽에 무게를 싣는 분석이 많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지난주를 기점으로 주요 경제지표와 통화정책회의 이벤트가 마무리된 만큼, 이번주는 가격 움직임 자체가 시장 심리와 수급 강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며 “어느 정도 고점이 확인되기 전까진 네고(달러 매도) 물량 출회가 더딜 수 있어 단기 수급 측면에서도 상방 압력이 이어질 소지가 있다”고 짚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도 상승 재료가 우세하다고 봤다. 그는 “당분간은 유가 상승과 4분기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주목하며 달러(가치)와 환율이 반등할 것”이라며, 한동안 환율이 1360~1440원 내외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은 단기 급등 이후 상단이 제한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대외 부문 여건에 연동되며 일부 하락 되돌림이 나타날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다만,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교역 조건 악화 우려가 하락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은행(BOJ)이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1.25%로 올리며 실개입 직전 단계로 해석되는 ‘레이트 체크’에 나선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난 18일 금리인상 결정에도 BOJ 정책위원 9명 중 2명이 인상에 반대표를 던지자 시장은 엔화 약세로 반응했지만, 뉴욕장 들어 일본 당국이 외환시장에서 레이트 체크에 나섰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엔화 매도 포지션이 대거 청산되며 달러·엔 환율은 한때 155엔대로 급락하기도 했다.
외국인의 국내 증시 매도세 확대와 내국인 해외 투자 증가도 환율 향방에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KB증권에 따르면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는 7~8월 평균 월 10조원대에서 9월 17일까지 13조원으로 늘었고, 이 속도라면 9월 말까지 25조~3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과 연준의 긴축 우려, SK하이닉스 자사주매입에 따른 외국인 지분 매도 영향이 겹친 결과라는 분석이다. 국내 개인투자자는 6~8월 3개월 연속 해외 주식 순매수세를 지속했으나 순매수 규모는 7월 45억 8000만달러에서 8월 18억 8000만달러로 크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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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사업계획을 짜야 하는 기업과 기관들은 곤혹스럽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1400원을 뚫고 추가 상승할지, 아니면 다시 1300원대로 안착할지를 놓고 명확한 컨센서스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다. 한창 환율이 하락할 당시엔 2017년 이후 장기 평균인 1250원 수준까지 내려갈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원화 강세가 정점이던 지난 9월 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합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7월 10일 199조원에서 188조원으로 21조원가량 증발했다. 수출 비중이 절대적인 반도체 기업 특성상 원화 가치가 오르면 달러 매출의 원화 환산액이 줄어드는 구조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 불안, 미 연방준비제도 긴축, 외국인 수급 등이 환율을 다시 올리면서 내년 예산과 환헤지 전략을 짜야 하는 기업들은 어느 레벨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쪽에서 내년 연간 환율 흐름과 평균 레벨 등을 많이 문의해오고 있지만 변수가 워낙 많아 일단 러프하게(대략적으로) 이야기하고 조금 더 지켜보자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이번 주 예정된 굵직한 대외 이벤트들도 주시하고 있다. 24일에는 백악관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열려 관세·무역, 희토류 수출통제, 인공지능(AI), 이란·대만 문제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같은 날부터 제81차 유엔총회 고위급 일반토의도 시작된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미·중 정상회담은 전략적 경쟁 심화 속에 관계 관리 이상의 결과를 도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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