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한국 토큰증권(STO) 시장의 승부처는 얼마나 많은 자산을 토큰으로 만들어내느냐보다 투자자가 자신이 무엇을 샀는지 명확히 알고, 안심하고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데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발행 기술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갖춰졌지만 법적 권리와 시장감시, 결제, 유동성 등 실제 거래를 뒷받침하는 기저에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STO써밋 2026’에서 ‘한국 토큰증권 시장 주도권을 향한 본격적인 레이스’를 주제로 한 패널토론에는 이성산 솔라나재단 한국총괄, 박구빈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 손승태 KDX 본부장, 라니아 라하르자 온도파이낸스 아태지역 시니어디렉터가 패널로 참여했다.
좌장은 유순덕 한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맡았다. 유 교수는 ISO TC 307(블록체인 및 분산원장기술) 한국 대표단 및 전략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국제 블록체인 표준화 전문가다.
패널들은 토큰을 발행하는 것 만큼이나 실제로 '신뢰를 기반으로' 거래되는 시장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손승태 KDX 본부장은 현재 증권형 조각투자 장외거래 플랫폼 인가를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유통시장의 핵심으로 신뢰를 꼽았다. 발행된 상품 가운데 어떤 것을 투자자에게 연결할지 결정하는 단계부터 공시와 시장감시, 청산·결제까지 유통 플랫폼이 깊게 고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손 본부장은 "유통시장에서는 신뢰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전통 시장에서 쌓아온 신뢰를 장외 수익증권 시장에서도 쌓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토큰은 하나의 수단이고 (보다 중요한 목적은) 기존 금융시장이 닿지 못했던 자산을 유동화하고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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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구빈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는 "미래에셋은 래퍼와 디지털 트윈 구조를 모두 경험하고 있다"며 "래퍼 모델은 기존 상장지수펀드(ETF)의 구조를 바꾸지 않고 온체인으로 유통 채널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사업자가 토큰화에 필요한 기술과 기능을 제공하는 만큼 운용사 입장에서도 상대적으로 빠르고 부담이 적다는 것이다.
다만 래퍼모델의 경우 투자자의 법적 권리가 운용사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래퍼 모델은 플랫폼 사업자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V)이 ETF 등에 투자하고, 이를 기반으로 토큰을 발행하는 구조다. 최종 투자자가 갖는 권리는 해당 ETF에 대한 직접적인 권리라기보다 SPV를 거친 간접적인 권리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반면 디지털 트윈 모델은 오프체인에서 존재하는 수익증권과 온체인상의 토큰을 일대일로 연결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투자자가 가진 권리와 운용사의 책임 소재가 상대적으로 명확해 기관투자자의 신뢰를 얻기 유리하다.
대신 운용사가 상품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하고 규제당국과 사전 협의도 거쳐야 하는 만큼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든다. 박 상무는 미래에셋이 홍콩에서 토큰 클래스를 출시하기까지 1년 이상 준비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박 상무는 “초기 모델에서는 투자자 보호와 안정성이 우선”이라며 “홍콩처럼 디지털 트윈 모델로 가는 것이 법적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어 한국 시장의 초기 모델로는 조금 더 적합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글로벌 사업자가 겪는 가장 큰 장애물로는 국가마다 다른 규제와 법적 권리의 불명확성이 꼽혔다.
라니아 라하르자 온도파이낸스 아태지역 시니어디렉터는 "토큰화된 증권을 기존 주식과 같은 증권으로 볼지, 디지털자산으로 볼지, 아예 별도 범주로 다룰지를 놓고 각국의 규제 접근이 제각각"이라며 "투자자가 취득한 권리가 실제 기초자산에 직접 연결되는지, 플랫폼이나 발행사에 대한 권리인지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중요한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온도파이낸스는 국가별 규제 차이를 현지 금융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풀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하르자 디렉터는 한국에 대해 “미국 국채와 미국 상장주식에 집중해온 이후 현지 주식과 금융자산을 글로벌 투자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토큰화를 검토하는 첫 번째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을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으로 평가해 미래에셋의 글로벌 ETF 5종을 토큰화해 유통하고 있다"며 "카카오페이증권과도 한국 주식 토큰화를 위한 협력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유럽 주식시장도 검토 대상이지만 한국 파트너들과 먼저 시장 진입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퍼블릭 블록체인이 국내 제도권 금융에 적합한지를 두고는 ‘유동성’이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이성산 솔라나재단 한국총괄은 퍼블릭체인이라고 해서 기관투자자를 위한 통제나 개인정보 보호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총괄은 "퍼블릭 환경에서도 적격 투자자만 거래할 수 있도록 권한을 제한하거나 잔액 등 정보를 비공개로 처리하고, 자금세탁방지(AML)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거래를 통제하는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며 "폐쇄적인 네트워크만으로는 충분한 거래 참여자를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토큰화된 자산 역시 실제 거래가 이뤄지려면 결국 투자자가 모여 있는 시장과 연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본시장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유동성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산이 효율적으로 유통되려면 결국 유동성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제도권 금융 인프라가 가진 신뢰와 퍼블릭 네트워크의 유동성을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STO Summit 2026이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렸다. 유순덕(왼쪽부터) 한세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이성산 솔라나재단 한국총괄, 박구빈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 손승태 KDX 본부장, 라니아 라하르자 온도파이낸스 아태지역 시니어디렉터가 ‘한국 토큰증권(STO) 시장 주도권을 향한 본격적인 레이스’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10/PS26100200833.1280x.8.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