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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수익률, 순위 줄세우면 뛸 것...기금형 능사 아냐"[만났습니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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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석 기자I 2026.09.23 15: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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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 행복100세자산관리연구회 대표
기금형 도입이 퇴직연금 수익률 보장 안 해
분산·장기 투자 여부, 가입자의 투자 행동 등에 결정
투자 상품 수 제한하고 집합 교육 적극 나서야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기금형 퇴직연금이 수익률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제도의 형식보다는 리스크 자산의 비중, 분산·장기 투자 여부, 가입자의 투자 행동 등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강창희(사진) 행복100세자산관리연구회 대표는 23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도입을 앞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와 관련해 이같이 답했다. 기금형 도입의 핵심 목적은 낮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고, 가입자 중심의 전문적인 운용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현재 퇴직연금 수익률은 대부분 안정적인 원리금 보장형(예금 등)에 쏠려 있어 수익률이 2%대에 머물며 소득대체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강창희 행복100세자산관리연구회 대표가 여의도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강창희 행복100세자산관리연구회 대표가 여의도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강 대표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가입자별 전체 수익률 순위를 공개하는 등 ‘충격 요법’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을 유도하는 데 있다”면서 “가령 같은 회사에서 1등부터 꼴찌까지 수익률 분포를 보여주면, 동기 간에도 수익률이 2배씩 차이 나는 것을 보고 ‘내 수익률은 왜 이럴까’ 하며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기금형 도입이 능사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디폴트옵션이나 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그 제도를 제대로 작동하게 만드는 노력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 문제”라며 “DC형의 디폴트옵션, TDF(목표시점펀드), 가입자 교육, 장기 분산 투자를 정착시켜 얼마나 개선될 수 있는지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강 대표는 과거 한국증권거래소(현 한국거래소)에 입사해 금융투자업계에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을 거쳐 미래에셋 부회장 겸 은퇴연구소장,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 등을 역임했다.

다음은 강 대표와의 일문일답

-기금형으로 바꾸면 수익률이 높아질까.

△기금형 자체가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퇴직연금 수익률은 제도의 형식보다는 리스크 자산의 비중, 국내외 분산 투자 여부, 장기 투자 여부, 가입자의 투자 행동 등에 의해 결정된다. 가령 미국의 장기 수익률이 높은 건 계약형 DC가 중심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주식 투자 비중을 유지하고 TDF나 디폴트 옵션, 저비용 분산 투자가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따라서 ‘계약형=저수익’, ‘기금형=고수익’이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기금 운용에는 인건비 등 다양한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 비용은 누가 부담할 것인지 우려도 있다.

-현 제도가 부족했기 때문은 아닌가.

△기존 계약형 DC 제도를 먼저 제대로 작동하도록 개선해봤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401(k)는 가입자가 거부하지 않으면 자동 가입되는 시스템, 디폴트옵션과 TDF 도입, 저비용 ETF(상장지수펀드) 및 인덱스 투자, 높은 주식 투자 비중, 가입자 교육을 통한 잘못된 투자 행동 보완 등이 이뤄졌다. 이런 노력 없이 기금형을 도입한다고 해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겠는가. 겉모습만 바꾸는 것은 그저 ‘자리 만들기용’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국민연금도 기금형 사업자로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는데.

△공공기관 대상 참여는 괜찮다고 본다. 이미 운용 비용을 저렴하게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갖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공이 아닌 사기업의 퇴직연금 제도에까지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그로 인해 국민연금 본연의 업무에 지장을 줄 염려는 없는지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무엇이 부족한가.

△미국과의 차이는 주식 중심의 장기 투자 문화와 퇴직연금 가입자의 주인 의식이다. 미국 직장인들은 취업할 때 복지 제도로서 퇴직연금 제도인 401(k)가 잘 갖춰져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입사를 결정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퇴직금인지 퇴직연금인지, DB(확정급여)형인지 DC형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 직장인들은 퇴직 전에 ‘퇴직연금 백만장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다.

-퇴직연금 백만장자가 가능한 일인가.

△2026년 6월 말 현재 피델리티의 DC형 퇴직연금 자산은 100만 달러 이상 보유자가 76만 9000명, IRA(한국의 IRP와 유사한 개인형퇴직연금계좌)자산 100만 달러 이상 68만 4140명이다. 피델리티의 시장 점유율이 약 20%이므로 미국 전체로 보면 퇴직연금 백만장자 수는 727만명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미국인들은 회사 입사 후 401(k)를 운용하면서 펀드 투자를 배우고 노후를 준비한다. 반면 한국은 빚내서 투자하는 ‘영끌’은 하면서 정작 퇴직연금은 방치해 두고 있다. 미국·일본·독일 등은 노후에 주 수입원을 연금이라고 답하지만 한국은 공무원, 교사, 군인 등을 제외하면 그 비율이 저조하다.

-가입자에게 주인 의식을 갖게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을 유도하는 데 있다. 퇴직연금 도입 기업이 연금 사업자의 도움을 받아 가입자인 직원들의 수익률 순위를 공지해 자극을 주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본다. 이름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1등부터 꼴찌까지 수익률 분포를 보여주면, 동기 간에도 수익률이 2배씩 차이 나는 것을 보고 “나 왜 이러지?” 하며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교육 내용도 단순 상품 설명이 아니라 ‘인생 설계와 자산 설계’를 함께 다뤄야 한다. 경영자의 마인드 변화도 필수다. DC형 도입으로 자산운용의 책임을 근로자에게 전가했으면, 근로자가 잘 운용할 수 있도록 교육시킬 책임 의식이 경영자에게 있어야 한다. 근로자가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면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

-평소에 노조의 역할도 강조해왔는데

△노조의 역할도 변해야 한다. 과거 기업의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러 갔더니 노조가 “상부 협의 없이 진행했다”며 막아선 적이 있다. 노조가 교육을 하나의 투쟁 수단이나 협상 카드로만 생각하는 것은 잘못됐다. 예전에 일본 세이코 엡손의 노조위원장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곳은 “저성장 시대에 투쟁해 봐야 임금이 크게 오르지 않는다. 차라리 자산 관리 수익률을 3% 올리는 것이 연봉 3% 올리는 것과 같다”며 교육 운동을 전개했다. 노조와 경영자 모두 깨어나야 한다.

-교육도 중요해보인다.

△제대로 된 교육을 하려면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지금도 금융회사에서 퇴직한 숙련 인력이 많다. 이들을 대상으로 전문 교육을 시켜 ‘DC형 퇴직연금 투자 교육 요원’으로 양성하고 전국에 배치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고효율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개인이 직접 운용하려고 해도 선택지가 너무 많다.

△우리나라는 연금 사업자가 추천 상품이라며 수십 개의 리스트를 제시하고 고르라고 하면서 방치한다. 일본은 금융기관의 추천 상품 수를 35개 이하로 제한했고, 실제 기업들이 채택한 상품 수는 평균 22개 수준이다. 상품 수를 제한하고 집합 교육을 통해 기본을 가르쳐야 한다.

-증시 변동성이 심한 상황에서 포트폴리오 운용은 어떻게 해야 하나

△보수적인 자산운용사도 2~3년에 한 번 매매를 하는데, 한국 개인 투자자들은 평균 보유 기간이 59일에 불과할 정도로 잦은 매매를 한다. 이는 본업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고 예측도 불가능하다. 리스크를 방어하는 방법은 장기 투자와 분산 투자다.

-위험자산 한도(70%)를 높여도 될까.

△퇴직연금 내 위험자산 투자 한도를 70%에서 더 높이는 것은 문제없다. 미국은 100%까지 가능하며, 변동성이 크다고 해서 무조건 위험한 상품은 아니기 때문이다. 핵심은 제도의 외형 변경이 아니다. 가입자의 관심 유도, 실질적인 장기 투자 교육, 디폴트 옵션과 TDF의 안착, 금융회사와 기업의 책임 있는 자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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