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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형간염 줄고 있다는데…최대의 적 '마약'[안치영의 메디컬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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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영 기자I 2025.09.09 16:02:37

주사용 마약 이용자, 일반인보다 감염 위험 50배↑
감염의 주원인 주사기 재사용…피어싱도 원인
취약 계층 치료 접근성·경제적 지원 대책 절실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C형 간염바이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5800~7100만 명의 사람들이 감염되어 있고 간 관련 질병과 사망을 유발하는 주요 인자다. 간염 감염인이 급성에서 만성으로 진행되면 간경변증 및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특히 C형간염은 만성진행확률이 70~80%로 B형간염보다 훨씬 높고 자연적으로 회복되지 않아 위험하다.

다만 C형간염은 바이러스간염 중 유일하게 먹는 약만으로 완치할 수 있다. 최근에 나오는 약제는 완치가 기본 바탕이 되고 시간과 비용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대다. ‘C형간염 치료의 핵심은 조기 검진’이라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이유로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 C형간염 퇴치를 목표로 각 국가가 노력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국내서도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도입과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등에 힘입어 빠르게 환자가 줄고 있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이러한 C형간염 퇴치의 가장 큰 걸림돌은 마약이다. 특히 주사용 마약 사용자가 C형간염에 취약하다. 주사기(혹은 주삿바늘) 재사용은 C형 간염 전파의 주 요인인데 서울 다나의원에서 수액용 주삿바늘 재사용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수십 명의 C형 간염 환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주사기 재사용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반면 마약 사용자들은 돈이 없거나 주사기를 구하기 어려워 법과 건강을 아랑곳하지 않고 주사기를 돌려쓰거나 같이 쓰는 경우가 많다.

마약, 그리고 주사기 재사용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국내 연구 조사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다. 정숙향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연구팀과 질병관리청 등은 4개의 마약 중독 치료 기관(△국립법무병원 △국립부곡병원 △인천참사랑병원 △대구대동병원)에서 치료 중인 14세 이상의 마약 사용자 342명을 대상으로 C형간염 현황을 조사했다. 이 중 315명이 주사용 마약 사용자이며 27명은 경구·흡입 형태의 마약 사용자다.

연구진은 C형간염을 확인하기 위해서 HCV 항체 검사(HCV antibody, anti-HCV)와 HCV RNA 유전자 검사를 병행했다. 항체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HCV RNA 검사해 C형간염 바이러스가 실제 있는지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주사용 마약 사용자의 HCV 항체 검사 양성률은 32.4%, HCV RNA 검출률은 11.1%이었다. 주사용 마약 사용자는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양성률도 4.4%였다. 경구·흡입 형태의 마약 사용자는 HCV 항체 검사 양성률이 18.5%, HCV RNA 검출률은 3.7%였다. 이는 2015년에 전국 33개 의료기관에서 20세 이상 총 26만 8422명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HCV 항체 검사 양성률 0.6%에 비해 각각 약 54배와 31배 높았다.

특히 HCV RNA가 검출된 대상자, 즉 C형 바이러스가 실제로 확인된 연구 참여자는 거의 모두 마약 주사기를 공유하거나 1992년 이전에 피어싱한 경험이 있었다. 연구진은 주사기 마약을 사용하지 않은 마약 사용자도 △문신 △피어싱 △흡입기 공유 △다수와의 성관계 등으로 인해 anti-HCV 유병률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렇듯 줄어들고 있는 C형간염이 최근 마약 사용자 증가로 말미암아 덩달아 늘어날 우려가 있다. 조사에 응한 마약 사용자들은 C형간염의 위험성과 원인에 잘 알고 있었지만 이들이 치료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정숙향 교수는 “일단 마약에 대한 단속과 관리가 우선”이라며 “이번 연구군은 이혼 또는 별거의 비율이 높고 고졸 미만의 학력 비율도 높으며 월 소득 200만 원 미만의 비율도 높아 C형 간염 치료약제에 대한 경제적인 지원에 대한 고려와 치료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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