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복잡한 지정학적·경제적 후유증 남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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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03.10 11:49:16

"트럼프 조기 종전 원하지만, 이란은 장기전 초점"
중동 지정 불안→에너지 상승→인플레 유발 집중
美유권자 부담 가중시 중간선거서 공화당에 불리
"美국채시장 무너뜨려 자진 철군 유도하려는 목적"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란 전쟁은 복잡한 지정학적·경제적 후유증을 남길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이자 부편집장인 라나 포루하는 9일(현지시간)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는, 드론과 군함이 아닌 공급망·인플레이션·채권시장이 결정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포루하는 “이란은 미국을 이길 필요가 없다. 미 국채시장만 무너뜨리면 된다”는 루크 그로먼 포레스트포더트리스(FFTT) 창립자의 발언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승리를 위해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겠지만, 이란은 드론 공격과 걸프만 국가들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며 이득을 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이란의) 공격은 에너지 시장을 더욱 교란시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 (이에 따른) 미 국채시장의 심각한 침체는 미국이 (군사) 개입을 줄일 수밖에 없도록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유가가 폭등하면 미국 내 휘발유값 상승 등 유권자들의 재정 부담을 키운다. 이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전쟁을 조기 종결할 이유가 명백하다.

또한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상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국채 금리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으로 이어진다. 투자자들은 국채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매도를 시도하고, 이는 추가적인 금리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실제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다시 4%를 넘어섰다. 이는 미 주택시장 회복 조짐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포루하는 “국채를 헤지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금리인하를 기대했던 투자자들에겐 실망스러운 국면”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유가 충격이 미국보단 유럽과 신흥국에 더 큰 타격을 주는 만큼 달러화는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와 교역의 무기화가 인플레이션 충격을 일으키고 단기 채권 매도세를 촉발한 바 있다. 인플레이션이 한 차례 단기 충격으로 끝나지도 않았다. 당시 연료 가격이 먼저 오르고, 에너지 투입 비중이 큰 비료를 거쳐 식료품과 석유 의존도가 높은 각종 상품으로 파급됐다.

영국 공급망 컨설팅업체 에피시오의 매트 렉스투티스 이사는 이번 이란 전쟁에서도 “전쟁발(發) 인플레이션이 원자재·물류 등 공급망 상류로 전가되고 있으며, 운송 시간이 늘어 일부 기업에 현금 흐름 압박을 주고 있다”며 석유화학·플라스틱·알루미늄 업종이 특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의 조기 종결을 약속해 왔다. 그는 이날도 기자회견에서 “이란 전쟁이 끝나간다. 곧 종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지난주 “상황이 완화하는 게 아니라 가속화하고 있다”는 경고와 함게 폭탄과 전투기 추가 투입을 예고했다.

이란 역시 “전쟁의 끝은 우리가 결정한다”며 정면으로 맞서며 확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망 이후 그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새로운 최고지도자로 지명된 뒤, 이란 혁명수비대 역시 그를 중심으로 재집결하는 모습이다.

포루하는 이란산 원유 최대 수입국인 중국 변수에도 주목했다. 중국이 전 세계에 걸쳐 매입한 항만과 자국 선박에 대한 통제력을 활용해 지정학적·경제적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이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해상 운임과 상품 가격이 훨씬 넓은 범위에서 급등할 가능성이 열린다”고 우려했다.

미 국채시장 내부의 구조적 취약성도 위험 요소로 꼽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미 재무부 단기채(T-bill) 같은 단기 자산은 전체 채무 잔액의 15%를 차지, 발행 규모에서 고정금리 채권을 앞질렀다. 정부·기업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 중 단기 성향이 강한 헤지펀드 비중도 이전보다 커졌다.

OECD는 보고서에서 “헤지펀드는 유동성 지원이 가장 절실한 순간에 포지션을 청산하고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경향이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 시스템에 쌓인 가상자산(암호화폐) 리스크까지 더하면 시장 위기가 빠르게 전개될 여지는 충분하다는 진단이다.

포루하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이란산 원유를 장악하는 것이 중국에 불리하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셈법”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미 국채 수익률과 인플레이션, 재정적자가 동시에 치솟아 대규모 미 국채 투매로 이어진다면, 미 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전쟁과 시장 불안은 상당 기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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