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국가 재정부담을 키우고 시장 가격을 왜곡하는 석유 최고가격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는 출구 전략을 검토해야 할 단계라고 지적한다.
21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지난 16일 배럴당 128달러까지 치솟은 이후에도 120달러대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사우디 동서 송유관 피격과 후티 반군의 홍해 봉쇄 위협으로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 것이다.
이에 산업통상부는 지난 19일 0시부터 4주간 적용되는 10차 석유 최고가격 상한을 리터(ℓ)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앞서 7차 이후 4번 연속 동결했다.
정부가 약 30년만에 꺼내든 석유 최고가격제는 지난 3월 13일 이후 6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제도가 당초 중도 사태에 따른 비상조치 성격을 넘어 장기화하며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사 손실 보전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에 예비비 4조 2000억원을 편성한 데 이어 4분기 지원분 1조 4000억원은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했다. 올해에만 5조 6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셈이다.
그러나 손실 산정 기준을 두고 정부와 정유업계의 시각차는 여전하다. 정부는 제조원가에 적정 마진을 더해 손실액을 산정하겠다고 고시했지만, 정유업계는 석유제품 판매 가격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해 왔다. 정유사들이 통상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을 기준으로 국내 판매 가격과 수출가격을 결정하는 만큼 최고가격제로 인해 포기한 기회비용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가 추산한 손실 규모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현재까지 7조~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정부 추산으로는 1차 손실보전 금액이 약 1조원 미만으로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유업계뿐 아니라 주유소 업계도 가격 통제에 따른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대리점이나 주유소에 공급하는 단계의 가격을 제한하지만 주유소 입장에서는 소비자 판매가격까지 낮추라는 압박이 이어지면서 유통마진이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번 추석 연휴를 앞두고 주유소 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오는 24~27일 정부가 관리하는 알뜰 주유소 226소에만 유류 가격을 지난 17일 대비 리터당 100원 인하하기로 하면서다. 민간 주유소업계는 특정 주유소에만 가격 인하 혜택을 집중하는 것이 정상적인 가격 경쟁을 왜곡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석유유통협회 관계자는 “이번 기름값 할인은 인근 국도 및 도심에서 정당하게 영업 중인 일반 자영주유소 고객을 싹쓸이 빼앗아 가겠다는 불공정 행위”라고 했다.
가격 통제로 인해 소비자의 수요 조절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통상 국제유가가 오르면 국내 석유제품 가격도 상승하면서 소비자가 차량 운행이나 석유제품 소비를 줄이고, 이를 통해 원유 수입량이 조정되는 가격 신호가 작동한다. 하지만 정부가 가격 상승을 인위적으로 억제해 시장가를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는 “국제 석유 가격은 굉장히 높은데 국내에서는 이걸 인위적으로 싸게 공급하다보니 국민들의 경제 감각이 마비될 수밖에 없다”며 “휘발유와 경유의 최고가격을 싱가포르 석유제품 가격에 점진적으로 근접시키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국제 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간 가운데 전국 주유소 기름값이 정부의 최고가격제 영향으로 전주 대비 소폭 내리며 18주 연속 하락세를 보인 20일 서울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붙어 있다. 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9월 셋째 주(13∼17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지난주보다 리터당 0.5원 내린 1,858.6원이다.](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9/PS2609210123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