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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투자의 핵심은 미국 내 생산 차종과 파워트레인의 다변화다. 현대차는 신규 엔진 생산 역량을 확보하고 HEV 및 EREV 기술을 적용할 수 있도록 생산설비를 확충한다. 차세대 투싼과 부분변경 싼타페 생산을 위한 신규 장비와 금형, 제조 인프라도 구축할 계획이다. 내연기관차 중심이던 기존 생산체계에 HEV와 새로운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추가해 시장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투싼 HEV의 생산 현지화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투싼 HEV는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전량 생산해 수출한다. 앨라배마 공장은 기존 내연기관 투싼에 이어 HEV 모델까지 생산하면서 북미 시장 공급 역량을 확대하게 된다.
현지 생산은 미국의 수입 관세 부담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국에서 생산한 차량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방식과 달리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면 완성차 수입에 따른 관세 노출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투싼은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핵심 판매 차종인 만큼 HEV 모델까지 현지 생산 범위를 넓히는 것은 판매 확대와 수익성 방어를 동시에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현대차의 이번 결정은 미국 시장에서 HEV의 중요성이 커지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순수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와 수요 변동성이 주목받는 가운데 HEV는 충전 인프라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 연료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전기차뿐 아니라 HEV 등 다양한 전동화 선택지를 확대해 지역별 수요에 대응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8월 ‘2026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0년까지 북미 지역에 HEV 모델 10종 이상을 운영하고, 북미 판매에서 HEV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같은 기간 발표한 중장기 계획에는 2030년까지 북미 생산능력을 50만대 늘리고 글로벌 생산능력을 총 127만대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북미 부품 현지화율을 80% 이상으로 높이는 목표 역시 제시했다.
앨라배마 공장은 이 같은 북미 생산 확대 전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현지에서 판매량이 많은 차종의 생산을 확대하고 HEV 파워트레인까지 생산 범위를 넓히면 수입차 관세와 물류비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현지 공급망과의 연계도 강화할 수 있다. 현지 생산 차종 확대는 미국 시장의 수요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를 높이고 생산 운영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현대차는 싼타페 EREV 생산 기반도 앨라배마 공장에 구축한다. EREV는 전기모터가 바퀴를 구동하고 내연기관 엔진은 발전기 역할을 맡아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이다. 구동은 전기차와 유사하게 하면서도 배터리 충전 부담과 장거리 주행에 대한 우려를 줄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순수 전기차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배터리를 활용하면서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동화 과도기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는 싼타페 EREV를 2027년 상반기 출시할 계획이다. 회사가 제시한 목표 총주행거리는 600마일 이상으로, 환산하면 약 966㎞에 해당한다. 전기차의 주행 감각을 제공하면서도 장거리 이동 시 충전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통해 전기차의 장점을 살리면서 충전 인프라와 주행거리 문제를 보완하는 새로운 전동화 선택지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투자에는 생산시설 확충뿐 아니라 엔진 제조 역량 강화도 포함된다. HEV와 EREV에 적용되는 다양한 엔진 사양을 생산할 수 있도록 설비를 개선해 파워트레인별 생산 유연성을 높일 방침이다. 차세대 투싼과 싼타페 부분변경 모델의 생산 준비를 병행하는 것도 향후 차종 변경과 생산 물량 조정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미국 앨라배마주 정부도 이번 투자를 지역 제조업과 고용 기반을 강화하는 계기로 평가했다. 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는 53개의 신규 정규직 일자리 창출을 포함한다. 앨라배마 공장은 현재 약 4200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2005년 생산을 시작한 이후 현대차의 누적 투자 규모는 약 22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현대차의 미국 투자 확대는 단순한 생산량 증대보다 현지 생산체계의 질적 전환에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완성차 조립에 더해 HEV 엔진과 EREV 관련 기술을 생산 기반에 반영함으로써 미국 시장에서 요구되는 차종과 파워트레인을 현지에서 보다 폭넓게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세와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면서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생산체계를 구축하는 셈이다.
다만 현지 생산 확대가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초기 설비 투자 부담을 상쇄할 만큼의 판매량을 확보해야 한다. HEV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지, EREV가 미국 소비자에게 새로운 선택지로 자리 잡을지도 중장기 성과를 좌우할 변수다. 현지 생산에 따른 관세 부담 완화 효과와 함께 생산비용, 부품 조달 여건, 차종별 수요를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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