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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기피자 ‘무조건 해직’ 헌법불합치…헌재 “소명 기회 無 ·직업자유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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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아 기자I 2026.08.27 1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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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기피자 재직 시 고용주에 해직 의무 부과한 병역법
헌재, 헌법불합치 5·단순위헌 2·기각 2 의견
“병역의무 이행 확보 필요성 인정…절차적 보장 전혀 없어”
2028년 2월까지 개선입법…그때까지 현행 조항 계속 적용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병역을 기피하고 있는 사람이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고용주에게 반드시 해직하도록 한 현행 병역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병역의무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 해직 제도를 둘 필요성 자체는 인정되지만 병역기피자로 판단된 당사자가 자신의 사정을 소명하거나 다툴 절차를 전혀 두지 않은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취지다.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
헌재는 27일 병역법 제76조 제1항 중 ‘징집·소집을 기피하고 있는 사람이 재직 중인 경우에는 해직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 재판관 5명 헌법불합치, 2명 단순위헌, 2명 기각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국회가 2028년 2월 29일까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헌법불합치란 법률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하면서도 곧바로 효력을 없앨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법적 공백이나 혼란을 막기 위해 일정 기간 해당 조항의 효력을 유지하고 국회에 개선입법을 요구하는 결정이다. 이번 결정에 따라 국회는 2028년 2월 29일까지 위헌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병역법을 개정해야 하며, 그때까지 개정되지 않으면 해당 조항은 2028년 3월 1일부터 효력을 잃는다.

현행 병역법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고용주가 징집·소집을 기피하고 있는 사람을 공무원이나 임직원으로 임용·채용할 수 없도록 하고, 이미 재직 중이면 해직하도록 규정한다. 이를 어긴 고용주는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이번 사건 청구인은 2023년 5월부터 한 회사에서 근무하다 같은 해 8월 인천병무지청이 회사 측에 병역기피자를 임직원으로 채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면서 해고됐다.

청구인은 앞서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현역 입영을 거부해 기소됐다가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후 병무청으로부터 대체역 편입 신청 절차를 세 차례 안내받았지만 신청하지 않았고 현역병으로도 입영하지 않아 다시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청구인은 병역법이 병역기피자를 일률적으로 해직하도록 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2023년 10월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 다수의견은 우선 병역기피자를 해직하도록 하는 제도 자체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병역의무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병역 부담의 형평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의무이행 확보 수단이 필요하고, 병역법 위반죄의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해직하도록 하는 것 자체가 불가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절차’다. 헌재는 “병역기피자가 해직되면 다시 취업하는 것도 불가능해 불이익이 매우 중대한 데다 해직은 병역법 위반 혐의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에도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병역기피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입영하지 않았다는 사실뿐 아니라 ‘정당한 사유 없이’ 병역을 기피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며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는 당사자의 구체적·개별적 사정을 토대로 판단해야 하는 만큼 병무청의 일방적인 판단만으로 쉽게 확정할 수 없다”는 게 헌재 판단이다.

그럼에도 현행법에는 병역의무자가 병역을 이행하지 못한 이유나 경위를 설명하거나 병무청 판단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다.

헌재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징집 등을 기피했는지 여부를 다투는 병역의무자에게 의견 및 자료를 제출하고 소명할 기회를 전혀 부여하지 않는 등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병역기피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하는 현행 제도와 비교해도 절차적 보장이 부족하다”고 봤다. 병역기피자 인적사항 공개의 경우 별도의 심의위원회를 두고 잠정 공개 대상자에게 소명 기회를 주는 데다 공개 결정에 대해서는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도 있다. 헌재는 “이 같은 절차적 장치를 병역기피자 해직 제도를 개선하는 과정에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헌재는 해당 조항의 효력을 즉시 없애는 단순위헌 대신 헌법불합치를 택했다. 해직 제도 자체의 필요성은 인정되는 상황에서 곧바로 효력을 없앨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병역을 기피한 사람까지 해직할 법적 근거가 사라지는 공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김복형·마은혁 재판관은 한발 더 나아가 해직 제도 자체가 위헌이라는 단순위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병역법이 이미 병역기피자를 형사처벌하고 인적사항 공개, 국외여행 제한 등 여러 제재수단을 두고 있는데도 공·사 영역을 막론하고 취업 자체를 막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봤다. 단순위헌 의견까지 헌법불합치 의견에 포함되는 범위에서 위헌 의견이 재판관 7명에 이르면서 최종적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반면 정정미·조한창 재판관은 해당 조항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며 기각 의견을 냈다. 이들은 병역의무자가 병역처분 변경이나 연기를 신청할 기회가 이미 보장돼 있고, 정당한 사유가 있는데도 해직되는 경우는 매우 예외적이라며 절차적 보호 규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위헌으로 보는 것은 병역자원 확보와 병역부담의 형평성이라는 제도의 본질을 지나치게 약화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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