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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올리브영 외국인 매출 1조인데"…벼랑 끝 면세점 '변신'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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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진 기자I 2026.10.27 14: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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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카톡 AI 쇼핑, 면세업계 첫선
단독상품·정례 세일로 유통사 공식 차용
외국인 구매객 39%↑…객단가 22%↓
인도장·면세한도 등 업태 제약은 숙제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면세점의 서비스 경쟁이 쇼핑 밖으로 넓어지고 있다. 챗GPT로 상품을 골라주는 것은 물론 고객 집 앞까지 공항행 차량을 보내는 식이다. 정부 특허를 바탕으로 확보한 경쟁력만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기 어려워지면서, 면세점도 여느 유통업체처럼 고객 경험으로 승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금 혜택에 더해 ‘여기서 사야 할 이유’를 만드는 모습이다.

롯데면세점은 인공지능(AI) 상품검색 서비스를 열며, 면세 쇼핑 전 과정에서 AI 기반 쇼핑 경험을 늘리고 있다. (사진=롯데면세점)
롯데면세점은 인공지능(AI) 상품검색 서비스를 열며, 면세 쇼핑 전 과정에서 AI 기반 쇼핑 경험을 늘리고 있다. (사진=롯데면세점)
2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이달 초 원하는 조건을 문장으로 입력하면 상품을 찾아주는 ‘AI 상품검색’을 앱에 도입했다. 지난 7월에는 챗GPT 기반 쇼핑 서비스도 선보였다. 신세계면세점은 7월 VIP 고객의 자택과 공항을 잇는 ‘공항 모빌리티 서비스’를, 지난달에는 카카오톡 기반 AI 쇼핑 서비스를 열었다. 챗GPT 쇼핑과 공항 모빌리티, 카카오톡 쇼핑은 업계 첫 시도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들 서비스가 파고드는 지점이다. 브랜드 구성과 할인율을 다투던 경쟁에서 이제는 고객이 매장에 들어서기 전 단계로까지 넓어졌다. 여행지를 말하면 살 만한 상품을 추천하고, 공항 가는 길을 챙기고, 평소 쓰던 브랜드 멤버십까지 면세 쇼핑에 잇는다. 신세계면세점이 지난달 온라인몰에 아모레퍼시픽 ‘뷰티포인트’ 적립을 붙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상품과 행사 차별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이달 메이크업포에버 단독 색상과 설화수·에스트라 전용 세트 등 단독 상품을 늘렸다. 신세계면세점은 첫 정기 대형 할인 행사 ‘신면세일’을 열고 명절과 연휴에 맞춰 연 4회 운영하기로 했다. 백화점과 이커머스가 써온 단독 상품과 정례 행사 공식을 면세점도 들여와 고객을 끌어들일 무기로 삼는 셈이다.

배경에는 외국인 관광객의 달라진 쇼핑 동선이 있다. 관광객 소비를 놓고 백화점과 뷰티 전문점, 편의점까지 경쟁에 가세했다. 롯데백화점은 아울렛·쇼핑몰을 포함한 올해 누적 외국인 매출이 지난 6일 1조원을 넘었고,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연내 돌파가 예상된다. 올리브영은 8월에 이미 국내 오프라인 외국인 누적 구매액 1조원을 달성했다. 지난해보다 3개월 빠르다.

신라면세점이 단독 판매하는 화장품 상품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설화수 ‘에센셜 라인 스타트 앤드 케어 세트’, 에스트라 ‘민감피부 수분충전 세트’, 메이크업포에버 ‘아티스트 컬러 글로우 립 밤’. (사진=신라면세점)
신라면세점이 단독 판매하는 화장품 상품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설화수 ‘에센셜 라인 스타트 앤드 케어 세트’, 에스트라 ‘민감피부 수분충전 세트’, 메이크업포에버 ‘아티스트 컬러 글로우 립 밤’. (사진=신라면세점)
면세점 성적표는 대조적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면세점 외국인 구매객은 138만 6530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39.1% 늘었지만, 외국인 매출은 7915억원으로 8.0% 증가에 그쳤다. 1인당 구매액은 73만 6000원에서 57만 1000원으로 22.4% 줄었다. 올해 상반기 내국인 출국자는 전년 동기대비 2.7% 늘었지만 면세점 내국인 매출은 1조 4783억원으로 12% 감소했다. 여행객이 늘어도 매출이 따라오지 않는 것이다.

면세점의 서비스 경쟁은 이런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인 셈이다. 단체관광객과 다이궁(중국 보따리상)의 대량 구매가 주를 이루던 시절엔 브랜드 확보와 가격 조건이 핵심이었다. 개별관광객은 취향과 일정에 따라 백화점과 올리브영, 로컬 매장을 오가며 구매처를 고른다. 내국인은 고환율로 달러 표시 상품의 가격 부담까지 커졌다. 면세점 영업 자격과 소비자가 그곳에서 살 이유 사이의 간격을 좁혀야 하는 상황이다.

그만큼 업태 자체의 제약도 있다. 출국 일정에 맞춰 쇼핑해야 하고, 시내점이나 온라인 구매품도 원칙적으로 출국 때 지정 인도장에서 받아야 한다. 내국인은 귀국 때 800달러 면세한도도 고려해야 한다. 매장도 공항과 주요 도심에 몰려 백화점이나 올리브영처럼 여행 동선 곳곳에서 고객을 만나기 어렵다. 서비스는 넓히지만 이를 펼칠 운동장엔 여전히 경계가 있는 셈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브랜드와 할인 혜택을 앞세웠는데, 이제는 매장 문만 열어놓고 기다려서는 안 된다”며 “고객이 출국 날짜를 잡는 순간부터 면세점을 떠올리게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 매출 효과가 크지 않더라도 한 번 써본 서비스가 다음 여행 때 우리 면세점을 다시 찾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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