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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업계에 따르면 게이츠 이사장은 방한 당일 정 회장과 회동해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차세대 SMR ‘나트륨(Natrium)’ 원자로의 상용화와 공급망 협력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포럼 회동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정 회장과 게이츠 이사장은 지난해 3월 미국에서 만나 나트륨 원자로 상업화를 위한 제조 공급망 확대 업무협약을 맺었고, 같은 해 8월 서울에서 추가 협력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올해 1월 다보스포럼에서도 회동하는 등 대략 5개월 주기로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회동에서는 기존 SMR 협력에 더해 핵융합 분야로의 협력 확대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 회장은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HD현대중공업의 핵융합 핵심 기자재 제조 역량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태양의 힘을 지상에 구현하는 세계 최대 핵융합 프로젝트의 핵심 구조물인 진공 용기 9개 중 4개를 HD현대중공업이 성공적으로 제작해 납품했다”며 “진공 용기는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둘러싸고 고진공을 유지하는 핵심 장비”라고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에 참여해 전체 진공 용기 섹터 9개 중 4개를 제작, 2024년 전량 인도를 마쳤다. 앞서 2010년 한국에 배정된 2기를 수주한 데 이어 2016년 유럽연합(EU) 물량 2기까지 추가로 확보해 지난해까지 모두 인도한 것으로,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프랑스 카다라슈에서 열린 ‘KOREA-ITER Fusion Day’ 행사에서 ITER 국제기구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이번 회동을 앞두고 이런 핵융합 기자재 제조 역량을 SNS에서 부각한 것을, 새로운 협력 의제를 예고하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HD현대와 테라파워의 협력은 투자로 시작해 단계적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2년 11월 테라파워에 3000만달러를 투자하며 관계를 맺었고, 2024년 12월에는 HD현대중공업이 테라파워가 미국 와이오밍주에 건설 중인 345메가와트(MW)급 소듐냉각고속로(SFR)에 탑재될 원자로 용기를 수주해 제작에 들어갔다. 같은 시기 HD현대는 테라파워, 현대건설과 함께 차세대 나트륨 원자로 사업 협력을 위한 3자 업무협약도 체결해 기자재 제조와 설계·조달·시공(EPC) 역량을 결합하기로 했다. HD현대는 SMR을 선박 동력원으로 활용하는 기술 개발도 함께 추진하고 있는데, 2030년까지 선박용 SMR을 개발한다는 목표 아래 선박 동력원으로 쓰일 염화 용융염 원자로(MCFR) 개발도 테라파워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번 방한에서 게이츠 이사장은 정 회장 외에 한성숙 국무총리와도 면담할 예정이다. 당초 이재명 대통령과의 면담을 추진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총리 면담으로 조정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번 면담은 게이츠 측이 먼저 요청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SK 경영진과의 추가 협력 논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정 회장은 앞선 협력 논의 자리에서 “차세대 SMR 기술은 지속가능한 미래 에너지 구현을 위한 핵심 솔루션”이라며 “양사 간 협력은 글로벌 원전 공급망을 구축하고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을 앞당기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선업에서 쌓아온 초대형·고정밀 설비 제작 기술과 엄격한 품질·안전 관리 역량이 SMR과 핵융합이라는 극한 환경 설비 제작에도 통용된다는 점에서, HD현대가 조선업 기술력을 미래 에너지 산업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회동을 계기로 SMR 상용화 시점이 앞당겨지거나, 핵융합 분야에서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새롭게 공개될지 주목된다.
<마켓잉크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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