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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성기 박기주 기자] “견제와 균형이란 민주주의의 원리에 반(反)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야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지 이틀 만인 지난 1일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례적으로 해외 순방 중에 “국회 논의를 지켜보면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행정부에 속해 있는 검찰 수장이 입법부에 정식으로 반기를 들면서 문 총장이 조만간 자신의 거취를 표명하는 것 아니냐는 등 뒷말이 무성했다. 여권 일각에서 문 총장 발언이 신중하지 못하고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청와대도 공식 반응은 삼가고 있지만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 등 파장이 커지는 모습이다. 당초 9일까지 예정된 일정을 닷새나 앞당겨 4일 귀국길에 오르는 문 총장은 대검 고위 간부들과 앞으로의 대응 방안과 사태 수습책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총장, 임기 말 ‘이례적 반기’ 왜
문 총장의 임기는 오는 7월24일까지로 현재 석 달 가량 남았다.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하면 다음달 말에는 청와대가 새 총장 후보자를 내정해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총장으로서는 큰 허물 없이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는 데 중점을 뒀다. 지난달 월례 간부회의에서 “검찰개혁 과제의 진행 상황을 점검해 임기 내 완료할 것들은 좀 더 속도를 내고 장기 추진 과제들도 미리 검토해 차기 총장 취임 후 본격 진행되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하지만 검찰 내부 불만이 임계점에 다다르면서 조직의 수장으로서 총대를 매는 게 불가피하단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런 대응 없이 임기를 마칠 경우 `공수처에 심장(기소권)을 뺏기고 경찰에 팔다리(수사권)마저 내어준 검찰총장`이란 오명을 남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 총장이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한 게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엔 직설적인 데다 비판 수위도 높다. 국회 논의과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그간 법안 마련과정에서 검찰 패싱 논란 등을 의식해 이번만큼은 그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선 수사권 조정의 전제인 `실효적 자치경찰제 동시 시행` 등은 빠진 채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수사 종결권을 주는 점을 크게 문제 삼고 있다. 패스트트랙 법안에는 지난해 6월 정부가 발표한 수사권 조정 합의안의 골자인 경찰의 1차적 수사권 및 수사 종결권, 사건 송치 전 검사의 수사지휘 폐지가 담겨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를 따르지 않아도 되는 등 정부 합의안보다 경찰 권한을 더 높이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 등 특정 사건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유지된다.
대검 관계자는 “수사권 조정의 올바른 방향은 검찰의 직접·특수수사를 통제하고 경찰에 대한 사법 통제에 전념하게 하자는 것”이라며 “패스트트랙 법안은 이런 폐해는 그대로 두고 경찰도 아무런 제한 없이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어서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는 최악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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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 자체는 찬성, 통제장치는 유지해야
전체 검사 숫자보다 많은 기존 경찰 정보인력의 축소 없이는 경찰이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될 것이란 우려도 드러냈다.
한 부장 검사는 “가령 정보경찰을 이용해 특정 기업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2~3년 수사한 뒤 아무런 조치도 없이 사건을 종결할 수도 있다”며 “(수사지휘권 없이는) 괴롭히기식 수사 후 청탁을 받아 종결하는 사례가 생겨도 사전·사후 제어가 불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대상의 범위를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한 것도 문제점으로 꼽는다.
다만 문 총장이 여러 차례 공언한 것처럼 수사권 조정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검사장급 한 간부는 “감사를 늘 하지 않더라도 감사권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 차이”라며 “경찰의 광역수사대(조폭 등)와 지능범죄수사대(경제범죄 등 특수수사), 보안수사대(간첩·테러)에 대한 지휘권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찰은 보완수사 요구권, 직무배제 및 징계요구권 등으로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사후 통제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수사권 조정안은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영장청구를 통해 언제든 경찰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만큼 경찰 수사권의 비대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국회 본회의 통과 전까지 논의 과정이 남아있지만 검찰 수사권과 지휘권 제한이란 큰 틀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문 총장의 바통을 이어받을 차기 총장을 중심으로 검찰이 최종 합의안을 놓고 경찰과 또다시 벌일 치열한 명분 싸움에서 어떤 성과를 얻어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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