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미국 정부가 자국산 전력 인프라 조달 확대까지 추진하면서 현지 생산기반을 갖춘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의 수주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국가 전력망 보호를 위해 안보상 위험이 있는 외국계 전력 장비의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69㎸(킬로볼트) 이상 벌크 전력망을 대상으로 한다. 변압기와 고압 차단기, 인버터,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분산제어시스템 등 전력망 핵심 장비가 포함된다. 미국 에너지부가 국가안보에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외국 기업과 관련한 장비·부품 등의 거래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이번 행정명령에 특정 국가가 명시되지는 않았으나 시장에서는 사실상 중국산 전력기기를 겨냥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핵심 인프라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정책을 지속해왔다. 이번 조치 역시 전력망 분야의 공급망을 미국과 동맹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선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의 반사이익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 초고압 전력기기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비중이 이미 크지 않지만, 향후 미국 송전망 신규 투자 과정에서 중국 업체의 진입 문턱이 더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미국 정부가 자국 내 생산과 공급망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어 현지 생산시설을 갖춘 국내 업체들의 수주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업체들은 이미 미국 초고압 전력기기 시장에서 대형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올해 미국 대형 송전망 운영사와 765㎸ 초고압 변압기와 리액터 등을 공급하는 약 787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초고압 변압기 공장을 운영 중인 효성중공업은 2028년까지 현지 생산능력을 현재보다 50%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LS일렉트릭도 지난해 11월 미국 대형 전력회사와 4598억원 규모의 초고압 변압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올해 들어서는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배전기기 수주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AI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체결한 배전 솔루션 공급 계약은 최근 고객사의 발주 물량이 늘면서 약 2309억원 규모로 확대됐다.
LS일렉트릭은 수요 증가에 대응해 미국 생산기반도 강화하고 있다. 2030년까지 북미 생산거점에 총 2억 400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유타주 생산시설에 1억 6800만달러를 투자해 생산능력을 현재보다 3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텍사스 등 기존 거점과 연계해 현지에서 설계부터 생산, 서비스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HD현대일렉트릭 역시 미국 초고압 전력기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미국에서 765㎸급 초고압 변압기와 리액터를 공급하는 약 1730억원 규모의 계약을 따낸 데 이어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도 최대 1조 1212억원 규모의 전력기기 장기 공급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제품은 2028년까지 북미 지역에 건설되는 데이터센터에 순차적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미국 앨라배마 변압기 공장 증설에도 약 2억달러를 투입한다. 내년 4월 준공 예정인 제2공장에는 미국에서 수요가 늘고 있는 765㎸급 초고압 변압기의 시험·생산 설비도 들어선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미국 전력망 투자 자체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도 국내 업체에는 우호적이다. 중국계 신규 진입 제한과 미국 내 생산 확대 기조가 동시에 강화될수록 현지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국내 3사의 입지는 더 탄탄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가 북미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도 크지 않지만 앞으로 적극적으로 진입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에서는 국내 업체들이 수주를 늘려갈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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