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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중구 을지로4가 중부시장. 방앗간 골목에 들어서자 상인들이 일본어로 말을 걸어왔다. 깨볶는 냄새 사이로 일본인 관광객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점포의 간판도, 호객행위도 모두 일본어로 이뤄지고 있었다.
일본 관광객 사이에서 중부시장이 ‘K기름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들어 참기름·들기름을 구매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다.
시장 골목에서 만난 한 일본인 관광객은 “유튜브에서 보고 한국 참기름의 맛이 궁금했는데 직접 먹어보니 ‘후레시’한 맛이 좋다”며 “선물할 생각으로 여러 병 구매했다”고 양손에 가득한 봉투를 내보였다. 또 다른 관광객은 “참기름은 야끼소바와 낫또에 넣고, 통들깨는 샐러드에 뿌려먹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튜브로 시작…日 매체 관광코스로 추천
구글 재팬의 검색 트렌드에 따르면 ‘한국 참기름’ 검색 관심도는 올해 1~9월 주간 평균 31.5로, 지난해 같은 기간(22.2)보다 약 42% 높아졌다. 지난 8월에는 최근 5년간 최고치인 100을 기록했다.
일본 현지에서도 식재료로 쓰이는 참기름은 마트에서 공장제 완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한국의 방앗간처럼 기름을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은 드물다. 일본 관광객들이 깨를 볶고, 기름을 짜는 장면을 로컬 문화가 깃든 이색적인 볼거리로 여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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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일본 현지 매체가 중부시장을 추천 관광 코스로 소개했다. 여행 전문 매체 ‘루루부’는 “중부시장의 신선한 참기름은 현장에서 병입되는 프리미엄 오일로, 각 매장이 수년간 연구해 개발한 저온 관리 기술 덕분에 참깨의 풍부한 향과 풍미를 느낄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 다른 매체는 참기름을 시장의 생동감, 장인정신, 한국 음식 문화의 본질을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기념품이라고 추천했다.
가게 오픈 전부터 구매 행렬…바뀐 골목 풍경
일본 관광객의 발길이 늘면서 시장 내 가장 구석에 위치한 방앗간 골목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참기름을 취급하는 6개 상회는 대부분 서울 시내 식당에 제품을 납품하는 도매 전문 점포로, 평소에는 배송 차량 정도가 오가는 한적한 골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방앗간들이 직접 나서 일본 손님맞이에 나서고 있다.
간판과 상품 설명에 일본어를 병기하고, 국제 배송을 고려해 새지 않는 꼼꼼한 포장법도 개발했다. 여행 선물용으로 다양한 용량의 제품을 구비하고,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는 일본인 손님들의 취향을 겨냥한 곰돌이 모형 케이스도 마련했다. 기름을 직접 맛보고 구입할 수 있도록 시식도 제공한다. 아이스크림에 들기름을 얹은 이색적인 맛보기 상품을 내놓은 곳도 있다.
손님이 몰리는 오전 시간대엔 일본어 응대가 가능한 아르바이트 직원을 채용한 곳도 여럿이다. 삼두농산에서 손님을 맞이하던 유키 키요코씨는 “오전 8시에 가게를 오픈하는데 한참 전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는 일본 손님들이 많다”며 “일본에서는 들기름이나 들깨를 먹는 문화가 없어 신기해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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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결제액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 빅데이터 캠퍼스에 따르면 중부시장 방앗간이 위치한 구역의 올해 상반기 기타유통 업종 외국인 일평균 결제액은 25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9만원)보다 약 12배 증가했다.
농수산물 업종의 외국인 일평균 결제액도 125.1만원으로 전년(65.7만원)보다 90.4% 늘었다. 기름과 곡류를 함께 취급하는 방앗간의 특성이 반영된 두 업종에서 외국인 소비가 나란히 늘어난 것이다. 한 상인은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이 50% 이상 상승했다”고 말했다.
일일 최고 매출이 700만원을 넘기는 곳도 등장했다. 상인들 사이에서는 서울시에 ‘중부시장 기름 골목’ 지정을 요청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영농산을 운영하는 조명숙씨는 “기름 골목을 관광 명소화하면 중부시장도 광장시장처럼 살아나지 않겠냐”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기름 골목의 낙수효과는 시장의 다른 점포로도 이어지고 있다. 참기름을 구매한 관광객들이 중부시장을 둘러보며 건어물과 김을 구매하는 덕분이다. 건어물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건어물 가게는 기름집들만큼 손님이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젊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시장에 활기가 도니 보기가 좋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