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원수인 대통령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초유의 보안 참사가 벌어졌다.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이재명 대통령뿐 아니라 정부 주요 인사, 청와대 출입기자 등 168명의 개인정보가 지난 6월부터 5개월간 인터넷에 노출된 사실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 국·영문 성명, 소속, 직책, 생년월일, 여권번호 등 민감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될 정도로 보안체계가 허술했던 것이다. 수십년간 쌓아온 IT 강국의 수치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청와대 등 정부 기관뿐 아니라 통신사 등 대기업과 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 해킹이 일상화될 정도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인공지능(AI)까지 동원될 정도로 해킹의 범위는 더 확대되고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외화벌이의 상당 부분을 해킹으로 충당하고 있는 북한이 최근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5조원 가까운 가상자산을 탈취한 배후인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대표적이다. 가상화폐 업계 역사상 단일 해킹으로는 최대 규모로 유사 사건이 반복될 가능성도 크다.
우리 정부도 더 늦기 전에 국가 안보 차원에서 ‘해킹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보안을 아무리 강화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뚫릴지 모를 위험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3일 국무회의에서 “흩어져 있는 보안 기능을 총괄 조정할 수 있는 ‘사이버 보안 차르(Czar)’ 기구 구성을 적극 검토해달라”고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처별로 흩어진 보안 기능을 총괄하고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대응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정작 국가 차원의 상시·보안 방어체계를 뒷받침할 관련 법률은 전무하다. 2006년 17대 국회 이후 20년간 국가 사이버안보와 관련한 기본법은 15건이 발의됐지만 모두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3건도 국회 정보위원회에 계류 상태다. 점검과 사후 대응을 중심으로 하는 현 보안체계는 뚜렷한 한계를 드러내는 데도 정치적 갈등과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탓이다. 법률 제정 없이 공공·민간 협업이나 상시 방어체계 강화는 헛된 구호에 불과하다. 정부와 국회는 국가 안보뿐 아니라 국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