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정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7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대미투자 추진안을 비공개 보고한다. 이어 18일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29~30일 22억달러+α를 미국 측에 송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첫 투자 대상은 총사업비 223억달러 규모의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 프로젝트가 유력하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달 안에는 무조건 송금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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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한미 간 합의와 정부가 제시한 시간표가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미 투자 MOU는 한국이 미국 대통령의 투자사업 선정 사실을 통보받은 날로부터 ‘최소 45영업일이 지난 날짜’에 자금을 납입하도록 명시했다. 이는 한국이 사업성과 수익성, 위험을 검토하고 투자 재원을 조달할 수 있도록 둔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읽힌다.
그런데 국회 보고 다음 날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열흘여 뒤 실제 송금한다면 정부가 MOU상 45영업일 원칙을 사실상 무시하고 자금을 집행하는 모양새가 된다. 9월29~30일 송금이 MOU에 부합하려면 주말과 양국 공휴일을 고려할 때 늦어도 7월 하순 이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 선정과 한국 정부에 대한 통보가 완료됐어야 한다.
이 경우에도 논란은 남는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7월28일 엔시날 프로젝트가 1호 사업으로 사실상 선정됐다는 보도에 “구체적인 내용과 발표 시기 등은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미 미국 측으로부터 선정 사실을 통보받았다면 이를 공개하지 않은 채 국회 보고를 두 달 가까이 미룬 셈이 된다. 반대로 아직 공식 선정·통보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9월 말 송금은 MOU 규정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여권 관계자는 “MOU가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문서는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유명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MOU에 상당한 안전장치를 두더라도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무시한 사례가 적지 않다”며 “법적 구속력이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조차 사실상 무시한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투자·호르무즈 모두 ‘9월 시계’…美 압박 있었나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도 이달 중 결론을 향하고 있다. 국방부는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에 현지 조사단을 파견했고, 정부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달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군사적 기여 여부와 방식을 논의할 방침이다. 국방부는 미국이 시한을 정해 파병을 요청했다는 보도를 부인했지만 대미투자 확정과 첫 송금, 호르무즈 기여 논의가 모두 9월 말에 집중된 것은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성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은 ‘트럼프 중간선거 때문에 정부가 속도전을 펴는 것 아니냐’는 본지 질의에 “바로 그런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한국의 첫 투자금 송금과 호르무즈 기여 결정을 관세·안보 압박을 통해 얻어낸 외교 성과로 제시할 수 있다. 미국 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 동맹의 군사적 기여 확대를 동시에 부각할 수 있어서다.
김용범 정책실장 퇴진 이후 대미 협상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중심으로 한 사실상의 원톱 체제로 재편됐다.. 정부가 투자금 조기 집행과 호르무즈 기여를 지렛대로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등에서 반대급부를 얻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돈과 군사적 기여부터 내놓고 구체적인 성과를 얻지 못한다면 ‘트럼프 중간선거용 성과표’에 한국이 들러리를 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사업 검토에 참여하는 정부 내부에서도 촉박한 일정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무역보험공사·수출입은행·산업은행과 에너지 공기업 등이 후보 사업의 상업적 합리성과 위험을 검토하고 있지만 촉박한 협상 시간표에 쫓겨 충분한 검증이 어렵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사업성 평가에는 해당 산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검토가 필요하지만 일정이 촉박해 실무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