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조선·철강 '추투' 장기화하나…전방산업 생산차질 공포감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이수빈 기자I 2026.09.09 17:44:54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포스코, 창사 58년 만에 첫 파업
2022년 이후 노사간 갈등 커져
HD현대중공업, 15일 파업 예고
'성과급 30% 배분' 협상 난항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철강, 조선 등 중후장대 산업의 노사 갈등이 하투(夏鬪)를 넘어 추투(秋鬪)로 번지고 있다. 철강업계 맏형 격인 포스코가 창사 58년 만에 첫 파업에 돌입한 데 이어 HD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업계도 성과 배분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노조 투쟁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총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생산 차질로 후방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우려된다.

포스코 위기론도 안 통해…노조 강경기조 유지

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포스코 노조)은 이날 오전 7시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이 진행되는 곳은 포항제철소 2전기 강판공장 3ZRM 라인과 광양제철소 산세공장이다. 이번 파업에는 포항제철소 40명·광양제철소 약 80명 등 총 120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측은 교대근무 등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파업에 돌입한 노조원은 그보다 적은 수십여명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현재 가용 인력을 활용해 해당 공장 라인은 정상 가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부분파업을 포함해 포스코에서 파업이 벌어진 것은 1968년 창사 이후 58년 만에 처음이다. 다만 이번 파업은 2022년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가 분할하면서부터 노사 간 갈등이 점차 커진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 노사가 처음 파업 직전까지 간 것은 2023년이다. 당시 노조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해 조합원 77.79%의 찬성을 얻었다. 다만 중노위 최종 조정회의에서 자정을 넘기면서 협상을 이어가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렀다.

2024년에는 노조가 처음 쟁의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파업 직전 추가 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루며 파업을 막아냈다. 지난해에는 쟁의 절차 없이 9월 초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올해는 쟁의행위 투표 찬성률이 참가자 기준 92.17%로 뛰어올랐다. 포스코 노조원들은 그간 사측이 강조해 온 포스코 위기론에 동의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만 해도 포스코가 포스코홀딩스에 배당금 8002억원, 브랜드 사용료 836억원, 임대로 456억원 등을 지급하면서 경영위기를 이유로 현장에만 희생을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다음달 초로 예정된 노조 집행부 교체에 따른 강경 기조, 비정규직 노동작 직고용에 따른 현장 직원 반발 등이 올해 파업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한 관계자는 “지난해 6월 이후 노조가 기본급 7.1%로 다소 높게 제시한 인상안을 한 번도 바꾸지 않은 점은 사측과 어떤 협상도 하지 않겠다는 강경론을 내세운 것을 보여준다”며 “노란봉투법 확산으로 사회 전반적으로 노동자들의 임금처우 개선 목소리가 강해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은 일부 공정에 한정돼 있어 당장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고로와 제강 등 핵심 공정은 협정근로 단체협약에 의해 정상 가동되고 있다. 그러나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엔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포스코는 자동차, 조선, 건설 등 후방 산업에 철강을 공급하는 기초소재 기업이라는 점에서 포스코 파업이 산업 전반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포스코 노조 측은 교섭에 진전이 없을 경우 16일부터 120시간 규모의 2차 파업에 돌입하고 이후 파업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 노조가 48시간 부분 파업에 돌입한 9일 오전 포항시 포스코 포항본사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포스코 노조는 이날 오전 7시를 기해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사진=뉴스1)
포스코 노조가 48시간 부분 파업에 돌입한 9일 오전 포항시 포스코 포항본사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포스코 노조는 이날 오전 7시를 기해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사진=뉴스1)
조선업, 성과 공유 이슈…협의 난항

조선업계에서는 조선업 호황에 따른 성과급 배분을 두고 HD현대중공업의 노사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HD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일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이날은 쟁의대책위원회까지 출범시키며 투쟁 수위를 높였다. 노사 간 입장차가 워낙 큰 만큼 성과 공유 이슈를 둘러싼 갈등은 한측의 양보없이는 원만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 측은 8일 사측이 제시한 2차 제시안도 반려하며 추가 제시안을 요구하고 있다. 오는 15일에는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4시간 부분파업도 예고한 상태다.

이번 교섭의 핵심 쟁점은 조선업 호황으로 개선된 회사의 실적을 임직원에게 어느 수준까지 배분할지를 두고 노사가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업은 수년간 이어진 불황에서 벗어나 선박 발주가 회복되고 선가가 상승하면서 국내 조선사들의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역시 고선가 선박 중심의 수주가 이어지면서 실적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장기간의 업황 부진에도 현장을 지켜온 노동자들에게 실적 개선에 따른 성과를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조선업 호황으로 회사의 수주와 수익성이 개선된 만큼 과거 불황기에 감내했던 부담을 고려해 성과를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 측은 이날 “이제 공은 사측에 넘어갔다. 3차 제시안이 없다면 교섭 재개도 없다”고 최후 통첩을 보냈다.

반면 사측은 현재의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성과를 임금과 일회성 보상에 모두 투입하기보다 향후 업황 변동에 대비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데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선업 특성상 수주와 실적 사이에 시차가 있는 데다 글로벌 경기와 선박 발주 상황에 따라 업황이 다시 변동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