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잔혹사③‘빈 살만의 축복’에서 ‘전원 무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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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기자I 2026.02.05 14:26:26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건너온 파란만장한 강물
글로벌 도약 승부수 투자 유치, 가혹한 사법 리스크로 번져
1심 무죄 판결로 확인된 ‘정상적 경영 활동’
카카오, 신뢰 회복 기틀 마련해야

[박용후/관점 디자이너] 기업의 역사는 종종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반전을 보여준다. 대한민국 대표 IT 기업 카카오(035720)가 지난 3년간 겪어온 과정이 그렇다.

세계적인 국부펀드의 천문학적 투자로 시작해 창업자의 구속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지나, ‘1심 전원 무죄’라는 대반전에 이르기까지. 카카오의 행보는 단순한 기업사를 넘어 국내 자본시장과 사법 체계에 중대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박용후/관점디자이너
‘K-콘텐츠’를 향한 빈 살만의 선택과 정부의 환영

사건의 시작은 화려했다. 2023년 1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싱가포르 투자청(GIC)으로부터 총 1조 2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카카오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주역으로 도약하기 위한 결정적 ‘승부수’였다.

당시 정부의 반응은 뜨거웠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를 “윤석열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의 정상회담에 따른 외교적 성과”라고 치켜세웠다. K-콘텐츠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키우려는 정부의 의지와 카카오의 확장이 완벽하게 맞물린, 그야말로 ‘골든타임’이었다.

2022년 11월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 모습(사진=대통령실)
거대 자본이 불러온 SM 인수전의 불씨

카카오는 에스엠(SM) 이사회의 신뢰를 얻어 사업 협력을 추진하기로 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하이브가 공개매수라는 적대적 인수 방안을 꺼내 들었고, 이에 카카오는 백기사 역할을 수행하다가 결국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 인수까지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경영권 인수’가 화근이 되었다.

검찰의 카카오 수사는 지난해 2월 SM엔터 인수전 당시에 카카오와 경쟁한 하이브가 “(공개매수 때)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부메랑이 된 투자, 경영진의 잇따른 구속

환호는 9개월 만에 탄식으로 변했다. 2023년 10월, 배재현 투자총괄대표가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2024년 7월에는 카카오의 정점인 김범수 창업자까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검찰은 카카오가 약 2400억 원을 동원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다고 보았으며, 김 위원장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하는 등 고강도 압박을 이어갔다. ‘정상 외교의 성과’로 불리던 투자가 경영진 전체를 옥죄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순간이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2025년 10월 21일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 ‘전원 무죄’와 검찰 수사에 대한 질타

벼랑 끝에 섰던 카카오에 반전이 일어난 것은 2025년 10월 21일이었다. 법원은 김범수 위원장을 포함한 경영진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의 판단은 단호했다. 시세조종의 목적도 없었으며, 해당 거래가 시세조종성 거래 유형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검찰의 수사 방식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한 질타를 보냈다.

핵심 증거였던 관련자의 진술이 검찰의 별건 압박 수사에 의한 ‘허위 진술’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이 오히려 “진실을 왜곡했다”며 무리한 기소였음을 시사했다.

카카오 정신아 대표(왼쪽에서 세번째)와 각 계열사 대표들이 2024년 8월 카카오 그룹 차원의 ‘공정거래 자율준수 공동 서약식’에 참여했다. 왼쪽부터 카카오페이 신원근 대표,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 카카오 정신아 대표, 카카오모빌리티 류긍선 대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권기수 공동대표, 카카오게임즈 한상우 대표 (사진=카카오)
오명을 벗은 카카오, 이제는 ‘책임 경영’의 시간

카카오의 지난 3년은 정부의 환영(외교적 성과)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여론은 카카오가 내수 기업을 넘어 수출 기업으로 변모할 것을 요구했고, 음악과 웹툰 등 콘텐츠가 주요 수출원이던 상황에서 SM 인수는 글로벌 확장을 위한 필연적인 투자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후 가혹한 수사로 경영진이 구속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결국 법원이 검찰의 기소와 달리 이를 정상적인 경영 활동으로 인정하면서 큰 반전을 맞이했다. 이 고통스러운 여정은 카카오가 바닥까지 내려가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했다. 1심 무죄 판결로 카카오는 오랜 기간 드리웠던 ‘주가조작 기업’이라는 오명을 벗고 경영 정상화를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하지만 무죄라는 결과가 모든 숙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는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K-플랫폼’의 위상을 다시 세워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게 되었다.

파란만장했던 강물을 건너온 카카오가 앞으로 어떤 ‘성숙한 성장’을 보여줄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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