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간 아래로 펼쳐진 광활한 사격장 건너편 산비탈에는 표적지가 보였다. 관측소와 표적 사이 거리는 약 2.5㎞. 오후 4시 33분, 조종기를 쥔 미 해병대원의 손끝에서 검은색 드론 한 대가 날카로운 프로펠러 소리를 내며 공중으로 솟구쳤다.
드론은 시속 130㎞에 가까운 속도로 약 900m 떨어진 막사 형태의 표적을 향해 돌진했다. 화면 속 표적이 순식간에 커지더니 영상이 암전됐고, 무전기에서는 “스플래시(Splash)”라는 짧은 교신이 흘러나왔다. 잠시 뒤 붉은 섬광과 함께 3초가량 늦게 둔탁한 폭발음이 사격장을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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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훈련은 한미 해병대 교류 프로그램(KMEP)의 일환으로 방한한 미 해병대 제3사단 제7연대가 실시했다. 훈련 자체는 미 해병대 단독으로 진행됐지만, 유사시 한반도에 전개하는 미 해병대의 실전 운용 능력과 한미 연합 대비태세를 점검하기 위한 것이었다. 미측이 KMEP 훈련을 언론에 공개한 것도 이례적이다.
이날 투입된 기체는 미국 드론 업체 네로스(Neros)가 개발한 ‘네로스 아처(Neros Archer)’다. 미 육군과 해병대가 운용 중인 FPV 자폭 드론으로, 표적에 직접 충돌해 파괴하는 ‘히트 투 킬(Hit-to-Kill)’ 방식이다.
드론에는 실시간 영상 전송 카메라가 장착돼 조종사는 단말기를 통해 표적을 끝까지 보면서 정밀 유도할 수 있었다. 기자들도 모니터를 통해 드론 시점에서 표적까지 돌진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이번 훈련에서는 모두 11대의 드론이 투입됐으며, 언론에 공개된 실사격에서는 총 6발이 모두 표적에 명중했다.
네로스 아처는 최대 사거리 25㎞, 최고 속도 시속 130㎞, 최대 3㎏의 페이로드를 탑재할 수 있다. 임무에 따라 대전차, 대물, 대인용 탄두를 선택할 수 있으며, 대전차 탄두는 균질압연강(RHA) 기준 약 100㎜ 장갑을 관통할 수 있다는 것이 미측 설명이다.
특히 기존 보병 화력의 한계를 보완하는 무기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 육군과 미 해병대가 운용하는 60㎜·81㎜ 박격포의 유효 사거리가 통상 3~5㎞ 수준인 반면, FPV 드론은 20㎞ 이상 떨어진 목표를 정찰과 동시에 정밀 타격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전의 새로운 핵심 무기로 평가된다.
피터 앤크니 주한 미해병대 부사령관(대령)은 “이번 훈련의 핵심은 연합 대비태세”라며 “미 해병대가 실제 투입될 수도 있는 한반도 지형에서 새로운 전력을 운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드론을 쏘는 것이 아니라 사격장 운용, 공역 관리, 규제 절차, 합동전력 협조를 함께 경험하면서 새로운 표준작전절차(SOP)와 전술·기술·절차(TTP)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며 “이런 호흡은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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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지휘관은 기상 상황에 따라 훈련을 취소할 권한을 갖고 있지만, 오늘은 여러 기관의 공역 승인과 사격장 예약 등이 모두 이뤄진 날이었다”며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얼음물 제공, 의무병과 안전 차량 배치 등 엄격한 SOP를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훈련에서 또 다른 관심은 ‘탈중국 공급망’이었다. 네로스 아처는 미 국방부의 ‘블루 UAS(Blue UAS)’ 인증을 획득한 최초의 FPV 공격 드론이다. 미국의 국방수권법(NDAA) 기준을 충족해 중국산 핵심 부품 의존도를 사실상 제거한 것이 특징이다.
케네스 이노크르시오 네로스 아시아·태평양 사업총괄은 “우리는 중국산 부품에 의존하지 않고 미국과 동맹국에 무인체계를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며 “핵심 부품은 미국에서 조달·생산하고, 모터는 대만, 자석은 일본 등 비중국 공급망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도 약 6000대를 공급했고, 일본 주둔 미 해병대와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도 운용 중”이라며 “동맹국이 동일한 시스템을 사용해야 상호운용성이 극대화되고, 그것이 동맹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FPV 드론이 전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로 떠오른 가운데, 미 해병대가 한반도에서 관련 전력을 처음 공개하며 실사격을 실시한 것은 향후 한미 연합작전에서도 소형 공격드론의 비중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