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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경쟁, 아이에게도?”…출산 포기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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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윤 기자I 2026.09.02 17:5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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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CEPR·OECD 공동 컨퍼런스 개최
“자녀 미래 비관, 출산 결정에 도움 안 돼”
“사교육 소모적 경쟁…입시·평생소득 연결 완화해야”
“출산율 반등, 추세 전환 판단 일러”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자신이 겪은 치열한 교육 경쟁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자녀를 낳는 결정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자녀에게 좋은 삶을 주고 싶어 하는 부모의 마음이 역설적으로 아이를 낳지 않는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교육 경쟁을 부추기는 입시·노동시장 구조와 출산 이후 경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근무환경을 함께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은행은 2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경제정책연구센터(CEPR)·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인구 고령화와 장수의 경제학’을 주제로 공동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사진=이정윤 기자)
한국은행은 2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경제정책연구센터(CEPR)·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인구 고령화와 장수의 경제학’을 주제로 공동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사진=이정윤 기자)
“내가 겪은 경쟁, 아이에게도?”…시험 바꿔도 남는 부담

2일 한국은행이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공동 개최한 컨퍼런스의 두 번째 세션 ‘초저출산의 원인과 영향’에서는 교육 경쟁과 일·돌봄 병행의 어려움이 출산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놓고 토론이 이어졌다.

황지수 서울대 교수는 자신이 겪은 교육 경쟁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인식에 관한 질문에 “모든 부모는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을 해주고 싶어 한다”며 “자녀가 살아갈 미래를 비관한다면 ‘내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은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교육 문제뿐 아니라 연금 재정과 인구 감소 등에 대한 불안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이런 전망이 저출산의 원인 가운데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는 계량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염민철 미국 버지니아커먼웰스대 교수는 “학생 시절 경험한 경쟁적인 환경 자체가 아이를 갖지 않는 이유가 될 수 있다”며 “이러한 문제의식이 자신의 연구가 설명하는 메커니즘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염 교수는 사교육 경쟁을 ‘랫 레이스(rat race·소모적 경쟁)’에 빗댔다. 다른 집 자녀에게 뒤처지지 않으려 모두가 교육비를 늘리지만, 결국 서로 더 높은 순위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그는 “모두가 더 좋은 위치를 차지하려 더 많은 돈을 쓴다”며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돈을 낭비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앞서 발표된 연구에서는 이러한 사교육 지위경쟁이 없었다면 1970~1975년생 여성의 평균 자녀 수가 1.92명에서 2.45명으로 약 28% 많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염 교수는 토론에서 “이 증가분의 상당 부분이 저소득층에서 나타난다”며 “경쟁 완화가 출산뿐 아니라 불평등 측면에서도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험제도만 손질해 경쟁을 줄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염 교수는 한 번의 중요한 시험을 여러 시험으로 분산하는 방안에 대해 “상대평가에 대한 집착이 존재하는 한 경쟁 스트레스가 오히려 전체 학창시절로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염 교수는 부모가 명문대 진학에 매달리는 배경으로 대학 입학과 노동시장 성과, 평생소득 사이의 강한 연결을 꼽았다. 그는 “부모 개인에게는 합리적인 선택”이라며 “이에 따라 생애 전반에 걸친 노동시장 이동성을 높이고,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경로를 다양하게 만드는 것이 교육 경쟁을 완화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모 되는 문턱부터 높다”…출산율 반등에도 신중론

황 교수는 “저출산 정책이 이미 아이를 낳은 부모를 지원하는 데서 더 나아가야 한다”며 “육아휴직과 양육수당도 중요하지만, 부모가 되는 문턱 자체를 넘기 어려운 사람들의 제약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선 황 교수의 연구에서는 최근 세대일수록 소득이 높고 공공부문·대기업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에 있는 여성이 부모가 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 이후 부담도 컸다. 출산 5년 뒤 여성의 소득은 아이를 낳지 않았을 경우의 추정 소득보다 43% 낮았지만, 아버지의 소득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황 교수는 “젊은 여성들이 아이를 갖는 일을 두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고용과 소득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며 “아이를 낳아도 경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원 대상을 여성으로만 한정하는 정책에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엄마를 어떻게 도울까’, ‘여성을 어떻게 도울까’라는 방식으로 정책을 만들면 고용주에게 남성과 여성을 다르게 대우할 이유를 하나 더 만들어줄 수 있다”며 “모든 근로자를 위한 정책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장 간 격차도 과제로 꼽았다. 육아휴직이 국가 차원의 제도여도 소규모 사업장은 직원의 장기 부재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어, 제도를 실제 운영할 수 있도록 재정적·기술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돌봄의 범위 역시 육아에 한정하지 않았다. 난임 치료를 받거나 고령의 부모를 돌봐야 하는 근로자까지 일과 돌봄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직장을 재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출산율 반등에 대해서는 신중한 평가를 내놨다. 황 교수는 “하락이 아니라 상승했다는 것은 반갑다”면서도 “사람들의 출산 결정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팬데믹 당시 결혼을 미룬 사람들이 이후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나타난 반등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추세 전환을 경험하고 있는지 확인하려면 몇 년 더 기다려봐야 한다”며 정책의 목표 역시 특정 출산율 숫자 자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사람들이 원하는 수의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직면한 제약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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