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가 감형을 받기 위해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거나 접근하는 등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이를 양형 요소에서 배제할 경우 피해자가 합의나 배상 등 형사절차 밖에서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선택지를 좁힐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27일 성평등가족부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젠더폭력 양형기준 포럼’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이날 포럼은 젠더폭력의 심각성에 비해 처벌이 충분치 않다는 사회적 여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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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논란이 된 양형기준은 처벌불원이었다. 처벌불원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는 것이다. 법원은 현재 성범죄 피고인의 형량을 정할 때 이를 형을 낮출 수 있는 사유로 보고 있다.
문제는 가해자가 강간 등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거나 미성년·장애 등 피해자가 취약계층이라도 처벌불원 요소가 고려됐다는 점이다. 한민경 경찰대 교수는 2025년 1월부터 지난 5월까지의 사례를 모니터링한 결과 이러한 경우에서는 대부분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고 설명했다.
형사공탁 제도를 악용한 사례도 양형에 고려됐다. 선고를 앞두고 기습공탁을 하거나 피해자가 수령 거절의사를 밝힌 경우까지도 양형에 제한적으로 참작하는 경향이 드러났다. 이 같은 요소를 종합하면 한 교수는 성범죄 및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에서 ‘처벌불원’과 ‘공탁’을 삭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역시 디지털성범죄 감경 사유에서 처벌 불원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2022~2023년 판결 양형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가 여러 명인데 한 명만 처벌 불원 의사를 표현하면 유리하게 반영되는 사례가 있었다”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사건에서 이는 (가해자에게) 절대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경환 변호사도 “(처벌불원은) 피해자에게 ‘처벌이냐 돈이냐’를 선택하게 만드는 행위”라며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해자를 엄격하게 처벌해 정의를 실현하는 모습을 볼 뿐만 아니라 배상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에게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도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합의해주면 내가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면서 협박에 가까운 합의 종용을 한다”며 “재판부도 중형선고 부담이 큰데 일반인인 피해자가 그런 제의를 받았다면 커다란 심리적 부담을 느끼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처벌불원을 양형기준에서 완전히 배제하기란 어렵다는 반박도 나왔다.
박수진 법무법인 혜석 변호사는 “처벌불원이 지금같이 작동해서는 안 된다는 진단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이를 양형기준에서 배제하는 건 숙고가 필요하다”며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형벌을 받는 것보다도 감당하기 어려운 금전적인 부담을 질 때 이들을 응징한다고 느끼기도 한다”고 했다.
형사재판이 마무리되기까지 길게는 수년이 걸리는 만큼 ‘처벌불원’이 피해자들에게 신속하고 우회적인 피해 회복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 변호사는 “피해자는 처벌불원을 통해 형사나 민사 절차에서 달성할 수 없는 것을 얻어내기도 한다”며 “처벌 불원을 통해 가해자가 지인에게 피해자에 대해 낸 소문을 스스로 바로잡게 할 수 있다. 이는 피해자가 협상력을 가지는 요소”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