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 ‘2026 안무가 프로젝트'…11월 6~8일 달오름극장 이이슬 '죽일 수도 없고'·송윤주 '백야'·선승훈 ‘카운트’ 트리플빌 청년교육단원 19명 등 24명 출연…멘토링부터 무대 제작까지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초등학교 생활기록부에 6년 내내 장래희망을 ‘국립무용단’이라고 썼어요. 그 동경을 품고 춤을 배웠는데, 국립무용단에서 안무를 하게 돼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1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국립무용단 '2026 안무가 프로젝트' 기자간담회 현장. (왼쪽부터) 안무가 이이슬, 송윤주, 선승환(사진=국립극장)
안무가 송윤주(31)는 1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국립무용단 ‘2026 안무가 프로젝트’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국립무용단은 11월 6~8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차세대 안무가 이이슬(36)·송윤주·선승훈(30)의 신작 세 편을 트리플빌(세 작품을 한 무대에 올리는 형식)로 선보인다. 김종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겸 단장은 “세 명의 신진 안무가와 국립무용단 청년교육단원이 함께하는 풋풋하고 신선한 무대”라고 소개했다.
2023년 시작해 올해로 네 번째를 맞은 ‘안무가 프로젝트’는 한국무용계를 이끌 안무가를 발굴하는 창작 지원 프로그램이다. 공개모집으로 뽑힌 안무가들은 약 9개월간 일대일 멘토링을 받고, 국립극장 무대·조명·의상 제작진과 협업하며 작품을 완성한다. 이 프로젝트를 거친 최호종·정보경·이재화 등은 안무가로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무대에는 국립무용단 청년교육단원 19명과 객원 5명 등 24명이 오른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 무용수들과의 작업은 안무가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송윤주는 “안무가의 색깔을 몸에 입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만의 색깔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며 “스스로를 인정할 수 있는 무용수가 되길 바라며 각자의 장점을 살리려 했다”고 말했다. 선승훈은 “서로 어떤 춤을 춰왔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알아가는 과정은 어려웠지만, 친구들이 쏟아주는 에너지에서 오히려 힘을 받았다”고 했다.
이이슬 안무가의 '죽일 수도 없고' 시연 장면 (사진=국립극장)
세 작품은 우연히도 ‘흔들림’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녔다. 이이슬의 ‘죽일 수도 없고’는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기준에 맞춰 스스로를 통제해온 몸을 다룬다. 무용수들은 대나무와 장구채, 물동이, 얼음 등을 활용한다. 이이슬은 “학교에서 장구채는 악기이자 선생님의 시선을 가리키는 지휘봉이었고,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도구였다”며 “반드시 지켜야 하는 리듬과 방향, 가슴에 꽂힌 잣대 같은 통제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송윤주 안무가의 '백야' 시연 장면(사진=국립극장)
송윤주의 ‘백야’는 밤에도 어두워지지 않는 백야를 통해 쉬지 못하는 현대인의 삶을 바라본다. 재즈 음악을 한국춤에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그는 “모두가 잠들지 못해도 스스로를 편하게 놓아줄 수 있는 방법을 그린 작품”이라며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는 무의식의 세계이니 긴장하고 보시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엇박인 재즈에 한국적 호흡을 얹으면 재미있는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선승훈 안무가의 '카운트' 시연 장면 (사진=국립극장)
국립무용단 단원이기도 한 선승훈의 ‘카운트’(COUNT)는 쓰러진 복서에게 다시 일어날 시간을 세는 ‘카운트’에서 출발했다. 그는 “운동선수들의 치열함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닮았고, 공연을 앞둔 무용수의 스트레스가 시합을 준비하는 긴장감과 비슷하다고 느꼈다”며 “시그니처 동작은 펀치”라고 소개했다.
세 안무가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한국춤을 풀어내는 방식도 관람 포인트다. 송윤주는 “처음엔 살풀이 같은 전통 소재를 가져오려 했지만 ‘가짜 살풀이’가 될까 우려해 일부러 덜어냈다”며 “그런데 한국춤을 전공한 사람은 어떤 동작을 해도 한국춤을 벗어날 수 없더라. 걸어온 스텝도, 호흡도 다르다”고 말했다. 선승훈은 “한국춤은 발의 디딤에서 시작해 하체가 잡힐수록 상체가 자유로워지는데, 취미로 해본 복싱의 메커니즘과 닮았다”고 했다.
최근 발레를 중심으로 무용 장르에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 한국춤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다. 세 안무가는 한국춤에 대한 매력을 알리겠다고 다짐했다. 이이슬은 “관객이 무용을 어려워하는 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서”라며 “직관적으로 ‘한국무용 멋있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을 꾸준히 올려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선승훈은 “결국 관객의 깊은 곳을 건드릴 수 있는 예술가가 나오면 된다”며 “더 발 벗고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세 작품은 관객 평가와 전문가 심사를 거치며, 우수작은 국립무용단 정규 레퍼토리로 확장될 기회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