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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교육·지원단체 엔드오브라이프초이시스뉴욕의 맨디 저커 사무국장은 요즘 전화통에 불이 난다고 했다. 그는 “시한부 진단을 막 받았다며 새 법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며 “주치의가 조력 사망에 관심이 없어 절차를 잘 알고 참여할 의향이 있는 의사를 찾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조력 사망은 1994년 오리건주가 주민투표로 처음 도입한 뒤 지금까지 13개 주와 워싱턴DC로 퍼졌다. 만성 질환을 안고 오래 사는 사람이 늘면서 스스로 선택하는 평온한 죽음에 대한 관심도 커진 결과다. 미국에선 주마다 법이 다르지만 조력 사망의 경우엔 신청 조건이 동일하다.
절차에는 여러 안전장치가 걸려 있다. 환자가 충분한 정보 아래 스스로 원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음을 여러 의사와 심리학자가 확인해야 한다. 준비에만 몇 달이 걸리기도 해서, 충동적으로 결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마켓워치는 설명했다. 헤이스팅스생명윤리센터의 낸시 벌린저 선임연구원은 “어디 가서 처방전을 받아 약장에 넣어두는 식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말기 암이나 루게릭병 환자는 대개 호스피스에 들어가 마지막이 가까워졌음을 인지한다. 이에 따라 남은 삶에서 최대한 기쁨을 짜낸 뒤 조력 사망을 택하거나 적어도 그럴 준비를 해두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는 자격을 얻고 약까지 처방받았지만 끝내 복용하지 않는 사람이 훨씬 많다.
판단이 더 어려운 경우도 있다. 뇌종양 환자처럼 아직 증상이 거의 없는 사람은 몸이 멀쩡한 상태에서 결정해야 한다. 상태가 순식간에 나빠지면 약물을 스스로 복용할 능력마저 잃을 수 있어서다.
치매 환자는 더 어렵다. 인지 능력이 계속 떨어질 것을 알지만, 정작 삶을 마칠 준비가 됐을 때는 이미 자격을 잃은 뒤다. 혼자 약을 복용할 수 없거나, 스스로 의료 결정을 내릴 수 있음을 입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리치료사이자 작가인 에이미 블룸의 남편 브라이언 아메체는 2019년 치매 진단을 받은 직후 자신의 뜻을 분명히 했다. 당시 66세였던 그는 자율성과 판단력을 잃을 때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다며 아내에게 “원하는 때보다 먼저 떠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아예 떠날 수 없다”고 설득했다. 부부는 스위스 취리히로 건너가 현지 비영리단체 디그니타스의 도움을 받았다. 블룸은 “자신과 가족 앞에 앉아 무엇은 하고 무엇은 하지 않을지 이야기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력 사망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선 공통점도 확인된다. 비영리 옹호단체 데스위드디그니티의 페그 샌딘 최고경영자(CEO)는 이들이 “죽음의 과정을 스스로 통제하고 싶어 하는 편”이라며 “죽음을 이해하고 자기 진단을 냉정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가까운 사람이 쇠약해지는 과정을 지켜본 경험이 있는 경우도 많다. 샌딘 CEO는 “사는 방식이 곧 죽는 방식”이라며 “삶에서 사려 깊고 계획적인 사람은 죽음도 같은 방식으로 맞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이 건강할 때 미리 생각해두라고 권하는 이유다. 샌딘 CEO는 “시한부 진단을 받기 전에 이런 계획을 세우는 편이 훨씬 쉽다”며 “진단을 받으면 삶의 철학 전체가 바뀔 수 있지만 핵심 가치관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