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일 부총리는 이날 이재명 대통령의 임명 재가 후 별도의 취임식 행사 없이 직원들에게 영상 메시지로 인사를 건네며 공식 업무에 돌입했다. 이 부총리는 “오늘부터 차관실에서 부총리실로 문턱 하나를 넘어설 뿐 대한민국이 마주한 경제 상황과 국민에 대한 책임은 어제와 다르지 않다”며 “숫자만으로 체감되지 않는 경제 성장의 온기가 국민 삶에 고르게 퍼지도록 하고, 물가 안정을 통해 민생 경제의 기본을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곧바로 국회에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첫 사업을 비공개 보고한 뒤 1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당면 현안들을 점검했다. 이날 저녁엔 이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을 위한 미국 순방에 동행하기 위해 뉴욕으로 출국하는 등 취임 첫날 일정을 숨가쁘게 소화했다.
2기 경제팀에 주어진 최우선 과제는 단연 ‘체감성장의 확산’과 ‘민생 물가 안정’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황이 이어지며 올해 한국 경제가 3%대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민생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는 여전히 서늘하기만 해서다. 고금리 장기화에 최근 국제유가 상승 등 물가 상방 압력이 다시 거세지는 만큼, 지표상의 성과를 국민의 삶 개선으로 이어지게 하고 양극화를 완화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일자리 확충과 건설·석유화학 등 고용 연쇄 효과가 큰 취약 산업의 구조조정 등도 시급한 난제로 꼽힌다.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투자를 고용확대로 연결하고, 성장의 성과와 청년층 일자리 창출을 잇는 정책 조합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통령 국정지지율 하락의 주요인인 부동산 문제는 이 부총리의 리더십을 시험할 현안이다. 부동산세제 개편안을 두고 반발 여론과 여야간 공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실거주자 보호와 시장 안정을 조화시킬 세밀한 보완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평가다. 부동산 정책 총괄자로서 세제는 물론, 주택 공급과 금융이 얽힌 부동산 정책 전반을 조율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컨트롤타워로서의 리더십 발휘 여부도 주시할 대목이다.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예산 기능이 기획예산처로 분리되면서, 재경부 부총리의 정책 조정 권한과 위상이 과거에 비해 약화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이 부총리는 옛 ‘녹실회의’와 유사한 경제현안간담회를 신설해 각 부처 및 청와대와의 정책 협조를 주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지만, 차관에서 직행해 장관 경험이 없고 주요 경제부처 수장들보다 행정고시 기수가 낮다는 점을 극복하고, 소통과 수평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원팀’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이 부총리가 이끄는 2기 경제팀은 가장 먼저 K자형 불균형 해소에 나서고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AI를 통한 노동생산성 증대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로드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공감을 이끄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1기 경제팀을 이끌었던 구윤철 전 부총리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서비스(SNS)를 통해 퇴임 소회를 전했다. 구 전 부총리는 “지난 14개월 동안 민생을 안정시키고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동력을 되살리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며 ‘3·4·5 비전’(미국과의 관세 협상과 잠재성장률 3%·수출 4대 강국·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 추진 등에 힘썼다고 자평했다.
구 전 부총리는 “보람도 있었고 아쉬움도 남지만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 매 순간 치열하게 고민한 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이형일 부총리가 막중한 소임을 이어가는 만큼, 앞으로도 국민께서 변함없는 성원과 힘을 보태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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