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관 주변엔 가슴에 북한 인공기 배지를 단 채 삼삼오오 모여 북한말을 쓰는 북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북한 측 물류 담당자로 보이는 이들은 일상 대화를 나누며 담당하는 차량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관 주변의 좁은 도로 곳곳은 이러한 화물차들로 가득했다. 현지에서 만난 한 소식통은 “올해 초만 해도 중국에서 북한으로 향하는 화물차는 하루 50여대에 불과했는데 최근 몇 달 새 150~200대까지 늘었다”며 “그만큼 북한에서 중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아진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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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둥은 북·중 교역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지역이다.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국경 봉쇄를 겪으며 항공·해운을 통한 왕래가 사실상 끊겼기 때문에 이곳 육로를 통해 북한으로 물자가 이동한다. 같은 날 압록강철교 주변으로 가보니 통관 절차를 마친 차량이 줄지어 북한으로 향했다. 이곳은 단선 철로와 도로여서 시간을 정해두고 한 방향으로만 이동할 수 있다. 1분에 한 대꼴로 화물차, 승합차들이 북한으로 넘어갔다. 30분 정도 시간이 지나니 이번엔 북한으로 넘어갔던 차량이 다시 단둥으로 돌아왔다.
단둥에서 1박을 머무는 동안 압록강철교 위를 차량이 통행하는 모습은 수시로 확인할 수 있었다. 좁은 철교의 특성상 한 번에 많은 차량이 이동할 순 없으나 꾸준히 왕래가 이뤄지고 있음을 짐작하게 했다. 단둥 지역의 한 교민은 “지난 몇 년간 북한과 교역이 크게 줄면서 단둥도 조용했는데 최근 들어선 화물차가 늘면서 도로 곳곳이 정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으로 넘어가는 상품의 구성은 달라지고 있다. 현지 소식통은 “예전 북한에서 찾던 물건이 주로 값싼 생필품이었다면 이제는 고급 샴푸나 향수 등을 원하는 수요가 늘었다”며 “가격이 꽤 비싸도 디자인이 예쁘고 일반 제품과 다르기만 하다면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의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압록강 건너편 북한 신의주 지역은 신축으로 보이는 아파트 단지들이 위치했다. 신의주는 지난 2024년 여름철 홍수가 발생해 큰 피해를 봤는데 이후 수해 복구는 물론 아파트 등 건물까지 지어 2년여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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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교역이 늘어난 건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북 전후로 양국 관계가 개선된 측면이 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 4월 북·중 교역 규모는 약 3억 2600만 달러(약 5001억원)로 2017년 11월 이후 8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월까지 감소세였던 북·중 교역 규모는 3월(2억 4400만 달러) 반등한 데 이어 4월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시 주석이 지난달 북·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북한과 발전 전략의 연결을 강화하고 경제무역·농업·건축·과학기술·의료보건 등 실무 협력을 확대할 것이다”고 말한 만큼 양국 간 경제 교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해외 자금이 유입되면서 북한 경제도 살아나는 모습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북한이 러시아 무기 판매 대가로 약 100억 달러(약 15조 3000억원) 이상을 벌었다고 추산했다. 여기에는 단순 자금은 물론 원유·천연가스 같은 자원과 군사 기술 등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시드니 사일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국장은 최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팟캐스트에 출연해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인들에겐 불행한 일이었지만 북한엔 러시아가 제공한 경제적 생명선이 됐다”고 평가했다.
함께 출연한 팀 마틴 월스트리트저널(WSJ) 한국지국장은 러-우 전쟁이 마무리돼도 군사적 재무장과 재건 사업이 필요한 만큼 러시아를 통한 북한의 경제적 호황은 이어질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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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기업 간 물류는 활기를 띠는 모습이었으나 개인 소매사업은 아직 잠잠했다. 단둥 대형 도매 업체들이 밀집한 신류 시장은 예전엔 북한에 물건을 내다 파는 일명 ‘보따리상’이 찾는 곳이었지만 이날 찾았을 땐 한산한 분위기였다. 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중국 공장에서 일하다가 교대를 위해 조선(북한)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물건을 사간다”며 “이전처럼 보따리상이 찾아오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북·중 교류가 활발하지 않아 개인들이 오가기 쉽지 않은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오후 단둥역엔 평양에서 출발한 여객열차가 도착했는데 이때 출구에서 포착된 북한 사람들은 열 명 남짓이었다.
단둥에서 경유해 베이징과 평양을 오가는 여객열차는 올해 3월부터 운행을 재개했다. 비슷한 시기 중국항공도 베이징~평양 비행을 재개했다. 다만 아직 공무를 목적으로 하는 수요 정도라는 게 베이징 외교 소식통의 전언이다. 실제 열차와 항공을 통해 북·중 교류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또 북한의 경제가 살아나려면 유엔 안보리의 해제되기 전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불법적인 핵개발이나 미사일 도발을 막기 위해 북한에 대한 무기 수출입을 전면 금지하고 불법 금융거래를 단속해 자금줄을 차단하고 있다.
미국의 독자 제재 역시 북한엔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이 강력하게 제재 해제를 요구했던 점은 제재의 효과를 보여준 역설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김민성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북·미 관계 변화와 새로운 핵 협상 가능성 속에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어떻게 대북 제재를 활용하고 국제사회와 논의해 나갈지 면밀하게 관찰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우려와 기회 역시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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