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최근 2분기 영업이익이 89조4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 모두 올해 수천억달러 규모의 이익이 예상되는 가운데, 메모리반도체 직원 1인당 평균 보너스는 삼성전자(005930)에서 약 6억원, SK하이닉스(000660)에서는 이보다 많을 전망이다. 이는 한국 근로자 평균 연봉(5060만원, 한국경영자총협회 집계)의 10배를 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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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엔지니어 김진수 씨는 대학 동창 단체 채팅방에서 최근 자신의 소득이 화제가 됐다고 전했다. “너 혼자 우리 다섯 명 합친 것보다 많이 버는 거 아니냐”는 농담 섞인 말들이 오간다는 것이다.
세종시에 사는 한 공무원은 FT에 “교수인 친구를 만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보너스 얘기를 하며 학창 시절 열심히 공부했던 걸 한탄했다”고 말했다. 그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곳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큰 돈을 받는 걸 보면 뺨을 맞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소득 격차가 아니라 ‘상대적 박탈감’으로 설명한다. 권석준 성균관대 강사는 “‘억만장자가 나보다 돈이 많다’는 차원이 아니라 ‘같은 트랙의 동창이 나보다 수억원을 더 번다’는 차원”이라며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격차가 훨씬 더 부식적”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성과급, SK하이닉스가 먼저 물꼬…삼성도 뒤따라
이 같은 성과급 구조는 지난해 9월 SK하이닉스가 향후 10년간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직원들에게 배분하기로 합의하면서 시작됐다. 삼성전자도 노조의 파업 예고 이후 지난 5월 비슷한 성격의 합의를 체결했다.
한국은행은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 가능성을 경고했으며, 반도체 직원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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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잣대도 바뀌고 있다. 졸업 즉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입사가 보장되는 ‘반도체 계약학과’의 입학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학과의 요구 성적은 서울대 자연계열 평균을 웃돌고 의대 문턱에 근접했다.
결혼정보회사들도 반응하고 있다. 결혼정보업체 선우의 이웅진 대표는 삼성전자 직원의 ‘배우자 직업 지수’를 변호사와 같은 등급으로 ‘이례적으로’ 상향했다고 밝혔다.
비교가 만드는 박탈감…비반도체 업계로도 확산
심리학자 황상민 전 교수는 “많은 한국인이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최고의 삶인가’를 묻는다”며 “일단 외부 기준이 세워지면 모두가 그 흐름을 따르려 한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정서는 카카오(035720), 현대차(005380) 등 비반도체 기업으로도 이익공유 요구가 확산하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고 황 전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객관적으로 손해를 본 게 아닌데도 뒤처졌다고 느끼는 것, 이것이 상대적 박탈감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까다로운 시험을 통과해 공직에 들어간 한 공무원은 반도체 엔지니어들의 보너스가 자신의 10년치 연봉을 웃도는 것을 보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하지만 질투가 난다. 내가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정작 당사자인 김진수 씨는 지금의 호황이 영원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이번엔 다르다’고들 하지만, 인공지능(AI) 성장이 전례 없는 메모리반도체 품귀를 불렀다 해도 결국 하락 사이클은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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