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50년 세대차 넘은 무대…배정혜·배진호의 '더블빌:시나위'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손의연 기자I 2026.09.10 17:31:24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국립무용단 신작 '더블빌:시나위' 기자간담회, 10일 국립극장 연습실
82세 배정혜 "안무는 태어난 팔자다"
32세 배진호 "존경하던 선생님과 나란히 서는 두려움 안고 작업"
"전통무용도 발레만큼 올라가야" 배정혜의 간절한 당부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늙어서 안 될 줄 알았는데…밤새 고민하고서 안무하는 게 즐거웠다. 어떤 원동력을 가지고 한다기보단 태어난 팔자다. 오래오래, 죽을 때까지 안무를 하지 않을까 싶다.”

배정혜와 배진호가 10일 오후 국립극장 국립무용단 연습실에서 신작 '더블빌:시나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배정혜와 배진호가 10일 오후 국립극장 국립무용단 연습실에서 신작 '더블빌:시나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안무가 배정혜(82)가 10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국립무용단 연습실에서 열린 신작 ‘더블빌:시나위’ 시연 및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9년 만에 국립무용단과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된 소감이었다.

‘더블빌:시나위’는 안무가 배정혜와 배진호(32)가 전통음악 ‘시나위’를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국립무용단의 신작이다.

국립무용단은 한국무용의 전통과 동시대적 해석 모두를 보여주기 위해 두 안무가를 선정했다. 이를 위해 창단 이래 처음으로 무용수를 나이 기준 두 그룹으로 나눴다. 1985년생 이상으로 구성된 무용수 28명은 배정혜의 작품에, 나머지는 배진호 안무가의 작품에 출연한다. 두 안무가의 작품은 ‘시나위’라는 전통음악을 뿌리로 삼지만 해석은 사뭇 다르다.

김종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시나위 자체가 즉흥적 연주가 가능한 음악으로 하나가 높아지면 다른 하나가 잦아지고, 하나가 절정에 이르면 다른 하나가 가라앉으며 서로를 돋보이게 한다”며 “전통춤의 정수를 잘 해석하는 배정혜 선생님과, 움직임과 표현이 극단적인 차세대 안무가 배진호를 모셔서 이번엔 춤으로 승부해달라고 요청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작품은 두 안무가의 50년 세대 차를 주목한다. 배정혜는 8세의 나이에 무용수로 데뷔해 ‘천재 무용소녀’로 이름을 알린 이후, 국문학을 전공하며 무용 대본을 직접 집필해 ‘가장 문학적인 안무가’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재임 시절 선보인 ‘소울, 해바라기’, ‘춤 춘향’ 등은 지금도 국립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꼽힌다.

10일 국립무용단 연습실에서 진행된 신작 '더블빌:시나위'시연. 배정혜의 '살풀이 생' 시연 장면. (사진=국립극장)
10일 국립무용단 연습실에서 진행된 신작 '더블빌:시나위'시연. 배정혜의 '살풀이 생' 시연 장면. (사진=국립극장)
이번 작품 ‘살풀이 생(生)’은 배정혜가 오랜 시간 축적된 전통춤의 호흡에 초점을 맞춘 무대다. 이매방류 살풀이, 한영숙류 살풀이, 김숙자류 도살풀이, 김수악류 교방굿거리 등 서로 다른 계보를 따라 전승돼 온 네 가지 전통 춤사위를 바탕으로 하며, 진경산수화를 연상시키는 무대에서 전통적인 미감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배정혜는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단 관객이 즐겁게 보고 함께하다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함께 무대를 꾸미는 배진호는 국립무용단과 처음 작업했다. 움직임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시나위에 접근하며 젊고 역동적인 신체 감각을 드러낸다. 배진호가 선보이는 ‘아라’(AHRA)는 아리랑이라는 단어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그는 “아리랑을 공부해보니 뜻이 없는 감탄사더라. 그 안에 우리 민족성이 진하게 담겨 있고, 한과 애 두 감정이 도드라진다”며 “무용수의 몸으로 아리랑의 노랫말을 시각화해 관객이 함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10일 국립무용단 연습실에서 진행된 신작 '더블빌:시나위' 시연. 배진호의 'AHRA' 시연 모습 (사진=국립극장)
10일 국립무용단 연습실에서 진행된 신작 '더블빌:시나위' 시연. 배진호의 'AHRA' 시연 모습 (사진=국립극장)
이날 50년의 세월 차이를 가진 두 안무가가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가 인상 깊었다. 배정혜는 “(배진호가) 유행하는 동작이 아니라 처음 보는 동작으로 ‘한’을 풀어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며 “흔한 동작이 아니라 어떠한 의미를 표현하는 동작들이 나와서 너무 좋게 봤다”고 말했다. 배진호 역시 “어릴 때부터 너무 존경하는 선생님과 나란히 안무를 올린다는게 두렵기도 했다”며 “한국무용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대형의 이동이라 생각하는데 그 안에서 무용수 모두가 보일 수 있게 연출하신 걸 보고 감동했다”고 화답했다.

간담회 말미 배정혜는 무용에 대한 애정과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무용이 소외되는 게 안타깝다. 제가 젊었을 때는 방송과 신문에서 무용을 많이 다뤄줬는데, 세대가 바뀌면서 요즘은 리허설이든 본공연이든 잘 다뤄주지 않는다”며 “무용은 그냥 짠짠짠짠 추는 춤이 아니라 우리가 전하고 싶은 걸 관객에게 어필해 감동을 주는 예술”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레는 요즘 조명을 받는 편인데, 우리 전통무용도 그만큼 올라가야 나라의 위상도 함께 올라간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무용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국립무용단의 ‘더블빌:시나위’는 오는 10월 8일부터 11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