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제공 방식이 적법했는지는 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아야 할 사안이지만, 동일한 사건을 놓고 여러 기관이 각각 다른 법률을 근거로 제재에 나서는 구조가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페이는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약 4000만명의 개인정보 542억건을 알리페이에 제공해 애플의 신용평가(NSF) 점수 산출에 활용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부과한 약 60억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적법하다고 판단했고, 카카오페이는 항소했다. 금융위원회도 같은 사안을 근거로 약 130억원의 과징금을 통보했으며, 경기남부경찰청은 금융감독원의 수사 의뢰를 받아 신용정보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형사절차가 동시에 적용되는 ‘3중 제재’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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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의 쟁점은 알리페이에 넘긴 정보를 ‘업무 처리 위탁’으로 볼 것인지, ‘제3자 제공’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법리 해석이다.
카카오페이는 애플이 알리페이에 NSF 점수 산출을 위탁했고 필요한 데이터도 해시 처리해 전달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점수 산출에 활용된 기초 데이터까지 규범적으로 동일한 정보로 볼 수 있다며 사실상 제3자 제공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어느 해석이 맞는지는 결국 법원의 최종 판단을 통해 가려질 문제다. 다만 업계는 법리 다툼과 별개로 동일한 사안을 여러 기관이 각각 제재하는 현재의 규제 체계가 더 큰 부담이라고 입을 모은다.
“핀테크·AI 협업 구조까지 위축될 수도”
이번 사건은 카카오페이 한 기업에 그치지 않고 데이터 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개인정보위의 해석이 유지되면 결과물만 고객사에 제공하고 원본 데이터는 외부 전문업체가 처리하는 일반적인 데이터 협업 구조도 제3자 제공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위험성 평가, 신용평가 모델, 이상거래탐지(FDS), AI 모델 개발 등 외부 전문기업과 협업하는 분야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이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것과 별개로 기업들은 여러 기관의 조사와 제재를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며 “이런 구조가 반복되면 새로운 서비스나 데이터 기반 사업을 추진하는 데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복 규제보다 일관된 기준 필요”
전문가들은 개인정보 보호와 산업 혁신은 모두 중요하지만, 규제 체계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여러 법률이 특정 현상에 중첩적으로 적용되는 문제가 있다”며 “기업이 과도한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측면을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유럽연합(EU)의 사례를 들며, AI 법 시행 유예나 개인정보보호법 적용 방향 재검토 흐름도 소개했다. 그는 “강한 규제가 빅테크뿐 아니라 스타트업까지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혁신 생태계가 자라날 환경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도 “개인정보법과 신용정보법은 민간 정보 보호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지만, 서로 다른 법규 체계가 중복 적용돼 기업 부담이 과도해지면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법 체계가 복잡해질수록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과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카카오페이 사건은 개인정보 보호의 수준을 넘어 동일 사안에 대한 중복 제재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그리고 AI·핀테크 시대에 데이터 활용과 규제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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