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고환율·고금리 '3苦 쇼크'…항공·석화·반도체·車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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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기자I 2026.03.09 18:28:18

실물경제 초토화 공포, 산업계 비상대응 체제
기업들 "유가 주시, 뾰족한 해법은 없어…
일단 허리띠 돌라맬 수밖에 없다" 답답
유가 120달러 땐, 전기요금 인상 불가피
반도체 등 불똥 튈듯…"사업 계획 다시 짜야"

[이데일리 김정남 이배운 김성진 기자] “국제유가를 계속 주시하고 있는데, 뾰족한 해법이 없어 답답하네요.”

국내 한 대기업 고위인사는 9일 장중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이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하자 “중동 전쟁으로 인해 공급 측면에서 유가가 오르는 것은 우리가 손 쓸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이렇게 토로했다. 공급발(發) 유가 충격은 경기가 살아나고 수요가 증가하면서 유가가 오르는 수요발 상승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결국 기업 내부에서 비용 절감 대책부터 나올 것”이라며 “일단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 외에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했다.

1차 오일쇼크(1973~1974년)와 2차 오일쇼크(1978~1980년) 모두 중동에서 날아든 공급발 유가 급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골드만삭스(배럴당 150달러) 등 주요 기관들의 관측을 종합하면, 이번 중동 전쟁이 3차 오일쇼크를 야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문제는 동시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다다르고 금리가 폭등하는 ‘신(新) 3고(高)’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경기가 침체하는데 물가는 뛰는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 경고등이 켜졌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앙은행 통화정책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긴축 쪽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의미다. 조금씩 살아나는 듯했던 실물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수순이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조 단위 손실 불가피한 항공업계

이미 실물경제 최전선에 서 있는 기업들은 오일쇼크의 여파를 맞고 있다. 당장 손실 우려가 큰 곳은 항공업계다. 산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항공기 리스료와 정비비 등 주요 비용은 대부분 외화 기준으로 책정된다. 이 때문에 환율 상승은 곧바로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약 300억원대 외화 손실이 발생한다.

유류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항공업계에서 유류비는 전체 영업비용의 25~35%를 차지한다. 대한항공의 연간 예상 유류 소모량은 약 3050만 배럴로 유가가 1달러 오르면 약 3050만달러(약 45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번 전쟁 직전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이 배럴당 60달러 후반대였다는 점에서, 최근 일주일여 약 50달러 추가 상승으로 계산하면 2조2500억원 이상 손실을 봤다는 계산이 가능한 것이다.

수익 기반이 취약한 저비용항공사(LCC)는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LCC는 항공기를 구매하기보다 임차하는 경우가 많아 임차료, 정비비 등 달러로 결제하는 비용 비중이 크다.

다만 이같은 비용 부담을 당장 운임에 반영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해외여행 수요가 아예 얼어붙을 수 있는 탓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항공사는 그나마 화물 운송으로 일부 수익을 보완할 수 있지만, 여객 의존도가 높은 LCC는 재무적인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했다.

‘주력’ 반도체·자동차까지 불통 튀나

석유화학 업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이미 한화와 DL의 합작 NCC(나프타분해시설)업체 여천NCC는 나프타 수급 부족 탓에 ‘공급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 이는 통제 불가능한 외부 요인으로 계약을 이행하기 어려울 때, 책임을 면제받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추후 원재료인 원유 가격이 폭등하면 추가적인 공급 불가항력 선언 압박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현재 나프타 재고를 감안하면 길어야 약 2주 정도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가 사용하는 나프타 중 절반은 수입을 통해 조달하고 나머지는 정유업체들이 정제해 공급하는데, 하필 수입량 절반이 현재 사실상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기 때문이다.

정유업체들은 원유 수급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현재 모든 부서가 비상대응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며 “원유 물량이 부족하지 않도록 다양한 경로를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GS그룹은 허태수 회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 대응 체제를 꾸렸다.

더 나아가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경우 반도체, 자동차 등까지 비용 증가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설 경우 산업계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이미 2022년 러·우 전쟁 이후 7차례에 걸쳐 약 70% 인상됐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AI) 투자 규모가 커진 반도체 업계는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중동 전쟁의 향방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리스크”라며 “만에 하나 사태가 예상보다 장기화할 경우 연초 세웠던 사업 계획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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