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인허가 평균 4.2개월, 병원 파트너 섭외 평균 6개월이라는 높은 장벽까지 더해져, 뛰어난 임상 아이디어를 가진 의료진도 네트워크의 한계로 사업화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내 우수한 의료진이 중심이 되어 연구자와 기술파트너, 정부, 투자기관 등 다양한 산업 주체들과의 만남을 통해 의료 혁신을 만들어갈 수 있는 플랫폼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이러한 구조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첫 번째 시도가 시작된다. 의료 기술 사업화 컨퍼런스 ‘MEeT 2026’이 오는 9월 10일 서울 코엑스 더 플라츠에서 처음 개최된다.
학교법인일송학원·한국컨벤션전시산업연구원·㈜이즈피엠피가 주최하고 한국투자파트너스(주)·한국바이오협회가 후원하는 이번 행사는 의료진, 연구자, 기술기업, 투자자, 정부·지원기관, 병원 관계자 등이 한자리에 모여 의료 기술이 실제 현장과 시장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함께 논의한다.
◇ 임상 역량은 세계 최고, 왜 좋은 아이디어도 시장에 닿지 못하나
AI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진료 방식뿐 아니라 의료서비스 전달 방식 전반에 변화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의료진의 관심도 임상 진료에만 머무르지 않고 있다. 특히 젊은 의료진과 의대생을 중심으로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를 기술과 연결해 더 많은 환자에게 해법을 전달하고자 하는 관심이 나타나고 있다.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유경호 학장은 “예전에는 학생들과 진로를 이야기할 때 어느 진료과를 선택할지, 어떤 수련을 받을지가 대화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진료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를 연구로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는지, 의료기기나 진단기술, 디지털 서비스로 구현하려면 누구와 협력해야 하는지, 데이터와 기술을 환자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형태로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묻는 학생들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창업 관심을 넘어, 의료진의 임상적 통찰과 사명감이 기술·비즈니스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정부 정책도 변하고 있다. 2026년부터 의사과학자 양성 예산이 1200억 원을 넘어서고 보건복지부 R&D 예산도 전년 대비 12.6% 증가한 1조652억원 규모로 확대됐다. 흐름은 이미 인력 양성을 넘어 기술 사업화 연결로 이동하고 있다. MEeT 2026은 이렇게 쌓인 역량과 정책 지원이 실제 시장으로 연결되는 사업화 과정에 집중한다.
국내 의사 창업 기업의 81.4%가 2016년 이후 설립됐을 만큼 의료 기술 사업화는 비교적 최근의 현상이고, 사업화 기회는 여전히 기술사업화팀·산학협력단 등 인프라를 갖춘 대형병원·연구중심병원을 중심으로 집중돼 있다. 중소병원이나 네트워크가 부족한 의료진은 같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출발선에 서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연구·사업화를 위한 자원과 정보, 네트워크가 부족하고 외부 기업과의 접점 기회는 제한된다. 창업에 성공하더라도 이해상충 문제로 소속 병원에 기술 적용이 제한되거나 외부 병원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AI·디지털헬스·바이오 기술이 의료와 급격히 융합되는 지금,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한 연결 구조가 필요하다. MEeT 2026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첫 번째 행사다. 기존 학술대회가 연구 발표 중심이고, 전시회가 완성된 제품과 홍보 중심이며, 스타트업 행사가 투자 유치에 초점을 맞춰왔다면, MEeT는 의료 기술 사업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초점을 둔다. 의료진, 기술기업, 투자자, 지원기관, 인허가·법률·세무 전문가, 병원 관계자가 한 공간에서 만나 의료 기술이 실제 현장과 시장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함께 논의하는 장을 지향한다.
이번 행사는 강연과 전시 관람 중심의 기존 행사 방식에서 나아가, 강연 이후에도 대화와 교류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성된다. 기조강연과 실무 세션을 통해 의료 기술 사업화 사례와 의사 창업 경험을 공유하고, 참가자들이 연사 및 전문가들과 직접 질문과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교류 구조를 강화할 예정이다.
◇ 스탠퍼드 SPARK 공동 디렉터 케빈 그라임스 방한… 글로벌 사업화 모델을 국내 첫 소개
이번 행사의 가장 주목할 세션은 스탠퍼드 의과대학 교수이자 SPARK 프로그램 공동 디렉터인 케빈 그라임스(Kevin Grimes)의 기조강연이다. SPARK는 스탠퍼드 의과대학의 대표적인 중개연구 프로그램으로, 유망한 의료·바이오 연구를 실제 신약·진단기술·의료기기로 연결하는 사업화 지원 플랫폼이다. 미국 및 해외를 포함한 20개 이상의 대학·연구기관과 모델 및 프로그램을 공유하며 학계와 산업계 간 협력을 기반으로 교육과 중개연구를 임상 성과 및 사업화로 연결한 대표적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SPARK 프로그램의 성과는 수치로도 입증된다. SPARK를 통해 진행된 프로젝트의 약 50%가 상업 파트너에 라이선스됐으며, 라이선스된 프로젝트의 절반 이상이 실제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SPARK 모델은 전 세계 20개 이상의 대학·연구기관으로 확산됐다. 케빈 그라임스는 브라운 대학교 의학 박사(MD)와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석사(MBA)를 취득한 후 의료기기·라이프사이언스·바이오 기술 분야에서 15년간 근무했으며, 前 백악관 펠로우이자 미 국방부 장관 특별 보좌관을 역임한 바 있다. SPARK 방법론을 전 세계 40개 이상의 학술 기관에 확산시켜온 그의 방한은, 스탠퍼드 모델이 국내 의료 기술 사업화 생태계에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는지를 논의하는 국내 최초의 자리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 기조강연 1= From Lab to Market: 스탠퍼드 SPARK 프로그램으로 보는 의료 기술 사업화 전략과 성공 스토리
케빈 그라임스는 기조연설에서 ‘From Lab to Market: 스탠퍼드 SPARK 프로그램으로 보는 의료 기술 사업화 전략과 성공 스토리’를 주제로 강연을 펼칠 예정이다. 기조연설 후에는 정부 담당자·의사 창업가·의료정보학 전문가로 구성된 패널이 함께하는 심층 대담이 진행된다. 서울대 연구부총장 김주한 교수, 산업통상부 인공지능바이오융합산업과 최광준 과장, ㈜민트벤처파트너스 송재훈 회장(前 삼성서울병원장)이 패널로 참여해 국내 정책 지원 현황과 사업화 전략을 다각도로 논의한다.
◇ 기조강연 2= 선택의 순간들: 의사 창업, 무대를 바꾼 결정들
의사 창업가 4인이 참여하는 심층 대담(Fireside Chat) 형식의 세션이다. 디지털치료기기 스타트업 웰트㈜ 강성지 대표(現 연세대학교 예방의학교실 외래교수), 의료 AI 기업 ㈜에이아이트릭스 김광준 대표(現 세브란스 노년내과 임상부교수), 혁신형 의료소재 기업 ㈜넥스트바이오메디컬 이돈행 대표(現 인하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시그널하우스 김성훈 대표(現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가 창업 결정의 순간, 현실적 장벽, 시행착오, 전환점을 솔직하게 나눈다.
◇ 실무 세션 =사업화 전 과정을 하루에 압축
총 7개 세션으로 구성된 실무 강연이 오후에 병행 진행된다. ▲벤처 스튜디오 모델을 이용한 의사 창업(송재훈 ㈜민트벤처파트너스 회장) ▲AI에서 Quantum으로—정밀의료 다음 단계(안도열 서울시립대 석좌교수) ▲피지컬 AI와 의료수술로봇의 현재와 미래(나군호 NAVER㈜ 헬스케어연구소 소장) ▲의료 기업의 글로벌 인허가 전략과 시장 진입 로드맵(이재현 제이앤피메디 파트너스 부사장) ▲임상에서 Unmet needs를 찾아 MVP를 개발하여 서비스를 운영한 경험(허준녕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조교수) ▲시행착오를 줄이는 글로벌 진출 전략(장정은 법무법인 임팩터스 대표) ▲벤처투자사(VC)가 주목하는 바이오벤처 경영(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 등 의사가 임상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발견한 순간부터 시장 진출까지 사업화의 전 과정을 입체적으로 다룬다.
◇ 라운드테이블·비즈니스 컨설팅·전시
MEeT 2026의 가장 큰 특징은 프로그램이 일방적인 강연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글로벌 인사이트와 실무 세션을 통해 의료 기술 사업화에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공유한 뒤, 참가자가 자신의 고민을 직접 꺼내 연사 및 전문가와 대화할 수 있는 라운드테이블과 비즈니스 컨설팅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강연 후 연사와 직접 대화하는 라운드테이블 19개, 참가자 제안 자유 주제 소모임, 1:1 전문가 비즈니스 컨설팅(실증 및 도입·인허가·투자 등 3개 트랙), 기업·기관 전시(약 10곳)가 동시에 운영되며, 행사 마지막은 네트워킹 디너로 마무리된다.
한국컨벤션전시산업연구원 윤은주 원장은 “처음 개최되는 MEeT 2026은 기존 행사의 연장선이 아니라, 의료 기술 사업화에 필요한 만남과 대화를 중심으로 새롭게 설계한 행사”라며 “국내 의료현장에 축적된 뛰어난 전문성과 아이디어가 실제 현장에서 쓰이는 기술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로 성장하려면, 서로 다른 경험과 역량이 만나야 한다. MEeT 2026이 의료 현장의 임상적 통찰과 기술·투자·사업화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연결되는 한국형 헬스테크 협력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내실 있게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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