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희재 기자] 좋은 영화는 결국 사람을 생각하게 한다. 극장을 나서면서 누군가의 안부를 묻고 싶어지고,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흐르는 여정’은 그런 영화다.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다. 좋은 사람이 만들고 좋은 배우들이 출연한,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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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면 노년의 새로운 만남을 그린 따뜻한 드라마 같지만, 영화가 품은 이야기는 생각보다 깊고 넓다. 그리운 사람들, 후회와 추억, 가족이라는 울타리, 삶의 끄트머리에서의 선택까지.
무엇보다 이 영화는 김혜옥의, 김혜옥에 의한, 김혜옥을 위한 영화다. 배우 김혜옥의 얼굴을 이렇게 오래 들여다본 적이 있던가. 1980년 데뷔해 어느덧 47년 차 배우가 된 김혜옥은 남편과 갑작스럽게 사별한 뒤 홀로 남겨진 춘희를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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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옥은 홀로 남은 춘희의 복잡한 마음, 뒤척이는 밤들을 담담하게 표현한다. 그의 연기를 이렇게 길게 지켜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제 몫을 다한다.
‘엄브렐러 아카데미’, ‘애프터 양’ 등으로 알려진 저스틴 민의 첫 한국영화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극 중 민준은 어린 시절 독일로 입양돼 성장한 뒤 친엄마를 찾기 위해 한국을 찾은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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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재미도 쏠쏠하다. 존댓말과 반말, 동물 띠부터 막걸리와 효자손까지. 사소해 보이는 소재들이 이웃, 정, 가족을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거창한 사건이 없어도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지는 순간은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극 중 춘희라는 이름이 김진유 감독이 실제로 ‘언니’라고 부르는 이웃 할머니의 이름이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누군가의 삶을 유심히 바라보고 귀 기울인 경험이 영화의 바탕에 깔려 있다.
김진유 감독의 연출은 절제되고 담담하지만 아주 따뜻하다. 감정을 서두르지 않고 인물들의 마음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슬픔을 설명하거나 특정한 답을 강요하는 대신, 각자의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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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저음 음역대를 강조한 연주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대신 전한다. 음악이 또 하나의 언어가 되는 셈이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같은 이야기를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영화의 태도와도 맞닿아 있다.
‘흐르는 여정’은 사랑과 자리에 대한 영화다. 누군가 떠난 뒤에도 그 사람이 머물렀던 자리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 먼지가 쌓여도 마음에서 영원히 쓸고 닦을테니. 김진유 감독 연출. 10월 28일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