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수수료 상한제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처럼 소상공인 보호라는 취지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학계의 경고가 나왔다. 배달비까지 포함한 총비용을 주문 매출액의 15% 이하로 제한하면 소비자 혜택과 주문이 줄고 영세 음식점과 라이더에게 부담이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격을 직접 통제하기보다 비용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상생 합의와 경쟁을 통해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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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상품학회가 2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빌딩에서 연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토론회: 소상공인과 플랫폼의 공존’에서는 수수료 규제의 파급효과와 대안이 논의됐다. 이번 행사는 국회 정무위원회에 관련 법안 3건이 계류된 가운데 열렸다. 법안마다 배달비 포함 여부와 규제 방식에 차이가 있어 수수료 상한제의 실효성과 시장에 미칠 영향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첫 발제를 맡은 김태영 중앙대 동북아유통물류연구소 소장은 총액 상한의 구조적 한계를 짚었다. 김 소장은 배달앱 평균 주문금액을 약 1만 8000원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15% 상한을 적용하면 2700원에 이른다. 이 금액 안에서 배달비뿐 아니라 중개·결제수수료 등도 충당해야 하는 만큼 실제 비용 구조를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수수료 부담 완화가 수익 개선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며 비용 감소와 주문량 변화를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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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체인점의 순매출은 4.5% 늘었다. 플랫폼이 규제 영향을 덜 받는 체인점의 추천·노출을 확대하고 소비자 배달비를 올리는 등 대응하면서 전체 주문도 약 6.8%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주문 감소는 라이더의 일감과 소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규제로 비용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도 우려했다. 무료배달 역시 점주·플랫폼·소비자 등이 비용을 나눠 부담하는 구조인 만큼, 한쪽의 부담을 제한하면 소비자 배달비나 최소주문금액, 광고·서비스 조건이 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안으로는 중개·결제·광고·배달비 등을 합산한 통합부담률 공시 의무화와 상생요금제 이행 점검을 제시했다. 2024년 배달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상생협의체에서 도출한 합의의 이행 여부와 영세업체 우대 성과를 먼저 평가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 소장은 라이더 보험료 부담 완화와 배차·보수 산정 기준 공개, 영세 음식점의 판로·정산 지원도 함께 제안했다.
“배달은 박리다매 어려워…소액 주문부터 불리”
이유석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달앱에 다른 디지털 플랫폼의 박리다매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카드결제나 앱마켓은 인프라를 갖춘 뒤 거래 한 건이 늘 때 발생하는 추가 비용이 상대적으로 작지만 배달은 주문마다 라이더의 노동과 이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소득이 늘었다고 하루 세 끼를 네 끼, 다섯 끼 먹지는 않는다”며 주문 횟수와 객단가를 늘려 낮은 수수료를 보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비율형 상한은 소액 주문과 장거리 배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같은 거리와 시간의 배달이라도 주문금액이 낮으면 플랫폼이 확보할 수 있는 수수료는 줄지만 배송 비용은 그만큼 줄지 않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고가 주문 선호와 최소주문금액 인상 가능성을 거론하며 1인 가구처럼 적게 주문하는 소비자나 외곽지역의 서비스 이용 조건이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점주들의 어려움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수수료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식재료비·임차료·인건비 상승과 치열한 경쟁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수수료 항목별 비용과 기능을 따지고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한 업체에 수수료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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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종합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서용구 교수는 대형마트 규제 이후 이커머스와 식자재마트가 성장한 사례를 들며 정책의 의도와 실제 효과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세 상인을 보호하려는 규제가 다른 사업자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 번 도입한 규제는 정부가 바뀌어도 유지되기 쉽다며 배달앱 규제 역시 점주뿐 아니라 소비자·라이더·플랫폼에 미칠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저가 메뉴가 플랫폼에서 밀려날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배달비가 4000원이면 음식값이 1만원일 때는 40%, 2만원일 때는 20%”라며 자신이 플랫폼 운영자라면 라이더 비용을 줄이거나 낮은 가격의 메뉴를 받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가의 치킨·피자 메뉴만 남고 영세 음식점은 배달앱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종우 교수는 매출액에 비례하는 요율제 외에 건당 정액 요금제를 선택지로 추가하자고 제안했다. 점주가 상품의 가치를 높인 성과를 더 가져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라이더의 이동 수단 구매비·에너지 비용·보험료 지원과 신규 사업자 진입을 통한 경쟁 촉진도 거론했다. 선두 플랫폼 두 곳도 국민과 소상공인이 납득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더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철휘 한국유통포럼 박사는 “15%라는 수치는 투명하고 공정한 기준으로 정당화돼야 한다”며 “점주·플랫폼·소비자·라이더 네 주체의 균형을 만드는 정책과 법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서용구 교수는 “참여자들이 서로 다른 생각을 하기 때문에 합의를 얻어내기는 힘들지만 끊임없이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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