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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로운 건, 가상자산 과세에 강경했던 민주당에서 변화가 나타난 시점이 잇단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젊은층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것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이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의 배후에는 20%에도 못 미치는 2030세대 지지율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 2030 세대는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당 내부 사정이나 개별 의원들의 생각을 다 알 순 없겠지만 과세 유예 움직임이 표 계산과 같은 정치적 고려에서 나온 것이 아니어야 한다. 그렇다면 여론 지형이나 선거 판세가 달라지면 또 다른 표 계산으로 정책 판단도 뒤집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격 도입과 유예, 폐지를 거쳤던 금융투자소득세가 그랬듯이 말이다.
그래서 가상자산 과세를 형평성 관점에서 바라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금투세는 페지됐지만, 대주주와 해외주식, 비상장주식은 세금을 내고 있고 모든 투자자들이 증권거래세를 부담하고 있으니 ‘주식은 비과세인데, 코인만 왜 과세하느냐’는 주장은 설득력이 그리 강하지 않다. ‘기성세대는 온갖 형태로 부를 축적하고선, 코인밖에 기댈 곳 없는 젊은층의 자산 형성을 막으려 하냐’는 논리도 감성에 치우쳐 있다. 모두 정치적 고려가 더 강한 셈이다.
오히려 과세 유예의 강력한 당위는 현 정부와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자산기본법에서 출발한다.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자산의 발행·유통 체계, 사업자 인가와 역할 구분, 법인과 금융회사의 시장 참여를 포괄하는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이 기본법은 규제법이 아닌 새로운 산업의 설계도다. 결국 기본법에서 파생될 스테이블코인과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법인 시장 참여도 모두 넓은 깊은 유동성을 갖춘 국내 가상자산 현물시장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그 유동성의 대부분은 개인투자자들이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자산과 그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금융이라는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키우겠다는 법을 만드는 바로 그 시점에 유동성의 원천을 위축시키는 건 과세는 정책 엇박자가 될 수밖에 없다. 개인 비중이 압도적인 구조에서 과세가 시행되면 유동성은 해외 거래소나 디파이(탈중앙화금융)로 빠져나갈 위험이 커진다. 그렇게 될 경우 모든 거래 정보를 포착하기 힘들다는 건 국세청도 국감장에서 스스로 시인했다.
민병덕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제안한 것처럼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이후로 가상자산 과세를 미루는 것이 정책의 정합성 차원에서 맞다. 또 한 번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되, 이번에는 ‘몇년 뒤’라는 기한보다는 ‘기본법 시행 후’나 ‘법인의 시장 참여 후’와 같은 조건에 연동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정부와 여당 모두 ‘과세 포기’가 아니라 ‘시장이 성장한 뒤 반드시 과세한다’는 약속을 통해 정책 신뢰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지난 세 차례 과세 유예 때와 달리, 유예 기간을 빈 시간으로 남겨두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번 시간 동안 과세당국은 세심하게 취득가액 산정과 손실 이월공제, 스테이킹·에어드롭 등에 대한 구체적 과세 기준을 정비하고 과세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