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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여겨볼 대목은 세계적으로 구리가 완전히 고갈된 상황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영국·중국 3대 거래소의 구리 재고는 약 99만톤으로 올해 들어 33% 증가했다. 문제는 물량의 위치다. 트럼프 행정부의 구리 관세 가능성이 커지자 미국 수입업체들이 관세 부과 전에 물량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격해졌다. 미국은 정제구리에 내년 1월 15%, 2028년 3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관세 보고서를 지난 6월 30일까지 백악관에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두 달 넘게 미루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곳곳에 있던 구리가 미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그 결과 7월 미국의 정제구리 수입량은 22만5094톤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COMEX(미국 상품거래소) 재고도 69만5624톤까지 늘었다. 존 마이어 SP엔젤 애널리스트는 “세계에 실물 구리는 충분히 있다. 다만 전부 미국에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거래소별 가격 차이도 물량 이동을 부추겼다. 미국 내 구리 가격이 런던보다 높아지면서 영국 등에서 구리를 사서 미국으로 보내는 것만으로도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구리가 실제로 부족하다기보다 관세를 앞두고 특정 지역으로 물량이 과도하게 몰리면서 글로벌 시장의 수급 균형이 흔들린 것이다.
반대편에 있는 중국에서는 재고가 빠르게 줄면서 수급난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8월 구리와 구리제품 수입량은 38만2000톤으로 6년 만에 가장 적었다. 올해 1~8월 누적 수입량도 전년보다 6.7% 감소했다. 상하이선물거래소 재고는 6만3000톤으로 2024년 1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올해 COMEX 재고가 53% 증가하는 동안 상하이 재고는 57%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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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으로는 AI가 구리 수요를 끌어 올리는 것도 핵심 요인이다.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서는 서버뿐 아니라 전력망과 변압기, 케이블 등 대규모 전력 인프라가 필요하다.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설비 확대도 구리 수요를 자극한다. 하지만 공급 확대는 쉽지 않다. 국제구리연구그룹(ICSG)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광산 생산량은 전년보다 1.1% 감소했다. 주요 산지인 칠레의 생산량이 6.6% 줄었고, 인도네시아와 콩고민주공화국의 정광생산도 광산 사고 등의 영향으로 각각 32%, 34% 급감했다. 신규 광산 개발에는 막대한 자금과 긴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단기간에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도 어렵다.
중동발 위기도 변수다. 이란 전쟁 장기화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물류 차질이 발생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구리 생산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 비용이 높아지는 데다 광석 제련에 사용하는 황산 공급도 차질이 생겼다. 걸프 지역 황산 가격은 톤당 155달러에서 400달러까지 뛰었다. 에너지와 운송비 상승은 구리 생산 원가를 높여 가격 상승 압력을 더할 수 있다.
구리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는 중국이다. 지난해 중국의 정제구리 생산량은 약 1400만톤으로 세계 생산량의 48%를 차지했다. 2위인 콩고민주공화국과 비교하면 6배에 달한다. 중국 제련소들이 올해 광산업체와 정하는 가공·제련 수수료가 사실상 0달러까지 떨어진 것도 중국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중국의 압도적인 제련 능력이 글로벌 구리 공급망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미국의 구리 관세 배경에는 중국산 구리 제품 자체뿐 아니라 중국에 집중된 글로벌 구리 공급망의 구조를 끊어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구리 가격의 추가 상승 가능성도 제기된다. 씨티그룹은 “연말 구리 가격이 톤당 1만5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며 “수요가 예상보다 강하다면 1만7000달러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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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일환 기자]](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9/PS26091001582.jpg)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9/PS26091001583.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