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년 오리엔트바이오 연구소장(부사장·이학박사)은 지난달 14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발모 신약 후보물질 OND-1의 경쟁력을 이같이 설명했다. 동물의 피부가 검게 변하고 털이 돋는 장면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 모낭에서 통계적으로 구분되는 성장 효과를 확인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오리엔트바이오(002630)는 OND-1을 앞세워 남성형 탈모는 물론 치료 선택지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여성형 탈모 시장까지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모낭의 생장 신호에 직접 작용하는 비호르몬성 후보물질이라는 점을 승부수로 내세웠다.
“검은 쥐 사진은 증거 아니다”…사람 모낭 319개로 승부
OND-1은 면역억제제인 사이클로스포린A에서 관찰된 강력한 발모 현상에 착안해 개발한 펩타이드 계열 신약 후보물질이다.
사이클로스포린A는 신장·간·심장 등 장기이식 환자의 거부반응을 막는 데 사용되는 대표적인 면역억제제다. 류머티즘관절염과 건선 치료에도 쓰인다. 특히 일부 환자에게서는 얼굴이나 몸의 털이 과도하게 자라는 다모증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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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트바이오는 사이클로스포린A의 부작용으로 여겨졌던 다모증에 주목했다. 면역억제 작용은 줄이고 모발을 자라게 하는 효과만 분리할 수 있다면 새로운 탈모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회사는 사이클로스포린A의 구조를 바탕으로 발모 활성은 유지하면서 면역억제와 독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물질을 최적화해 OND-1을 개발했다. 사이클로스포린A 자체를 탈모 치료제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발모에 관여하는 특성을 신약 후보물질에 선택적으로 남기는 전략이다.
오리엔트바이오는 OND-1이 모발 성장에 중요한 ‘윈트(Wnt) 신호’를 활성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쉽게 말해 모발이 자라지 못하도록 막는 신호를 다시 차단해 약해진 모낭을 성장 단계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김 연구소장은 “OND-1이 윈트 신호와 관련해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만 하나의 기전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며 “탈모에는 남성호르몬뿐 아니라 모낭 줄기세포와 모유두세포, 입모근, 섬유화, 모낭 주변 환경 등 여러 원인이 함께 관여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이 OND-1의 경쟁력을 설명하며 가장 강조한 것은 쥐 실험 사진이 아니라 사람 모낭을 이용한 시험 결과다.
오리엔트바이오는 사람 두피에서 떼어낸 모낭 319개를 대상으로 OND-1의 발모 효과를 시험했다. 모낭 160개는 대조군으로, 나머지 159개는 OND-1 처리군으로 나눴다. 이후 같은 모낭이 나흘 동안 얼마나 자라는지를 매일 추적했다. 처음부터 잘 자라는 모낭이 한쪽에 몰려 결과가 왜곡되지 않도록 두 집단의 초기 성장 상태도 비슷하게 맞췄다.
회사 자료에 따르면 시험 4일째 OND-1 처리군의 모낭은 대조군보다 평균 약 0.09㎜ 더 길게 자랐다. 통계 분석에서도 두 집단 사이에 의미 있는 차이가 확인됐다. 일부 모낭만 많이 자란 것이 아니라 OND-1을 처리한 모낭 전체의 성장 분포가 위쪽으로 이동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 소장은 “사람 모낭은 배양한 뒤 4∼6일이 지나면 성장이 멈추고 퇴행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짧은 기간에 약효 차이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모낭을 처음부터 끝까지 추적해 나흘 만에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확인했다는 점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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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에서도 OND-1의 발모 효과가 확인됐다. 7주령 암컷 마우스에 OND-1 0.5%와 미녹시딜 5%를 각각 바른 결과, OND-1 투여군에서 더 빠르고 뚜렷한 발모 현상이 나타났다. OND-1이 미녹시딜보다 10배 이상 탈모 치료 효과를 나타냈단 얘기다.
다만 김 소장은 쥐의 피부가 검게 변하고 털이 난 사진만으로 신약의 성공 가능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털이 났다는 사실보다 기존 치료제보다 얼마나 낮은 농도에서 효과가 나타나는지, 얼마나 빨리 자라는지, 효과의 차이가 임상에서도 구분될 만큼 큰지를 봐야 한다”며 “결국 사람에게서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르는 약의 한계 넘는다…“유지기 두 달에 한 번 목표”
OND-1이 넘어야 할 가장 큰 관문은 약물전달이다. OND-1은 분자량이 커 두피에 단순 도포하는 방식만으로는 모낭 주변에 충분한 약물을 전달하기 어렵다.
오리엔트바이오는 과거 국내 임상 1상에서 국소 도포 방식의 두피 투과와 내약성을 평가했다. 그러나 두피 각질층을 통과해 약물을 모낭 주변에 충분히 전달하려면 보다 강력하고 지속적인 전달 방식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회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분해성 고분자인 PLGA로 OND-1을 감싼 서방형 전달체를 개발했다. 마이크로니들이나 두피 내 주사 등을 통해 약물을 진피층에 전달한 뒤 혈류에 의해 빠르게 제거되지 않고 모낭 주변에서 서서히 방출되도록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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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약물전달기술은 한국과 일본에서 특허 등록을 완료했으며 미국·유럽·중국 등에서도 특허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변경된 제형과 투여 방식에 맞춰 약동학과 독성동태, 두피 내 잔류시간, 누적 독성 등을 확인하는 비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 소장은 “초기 치료 단계에서는 3주나 한 달 간격으로 투여하고, 모발 성장이 안정된 유지 단계에서는 두 달에 한 번 정도 병원을 방문하는 치료법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약물이 모낭 주변에서 충분히 오래 머물게 만드는 것이 개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자체 영장류 연구 인프라를 활용해 투여 농도와 간격, 두피 면적별 주입량 등을 세밀하게 검증할 계획이다. 이후 국내와 미국 임상을 모두 겨냥하되 구체적인 임상 진입 시점은 비임상 결과에 따라 결정하기로 했다.
김 소장은 “호르몬 억제만으로 해결하지 못했던 탈모 환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가능성을 보고 있다”며 “OND-1을 남성형과 여성형 탈모를 모두 아우르는 플랫폼형 발모 신약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잠재 수요 49억명·시장 105억달러…‘포스트 미녹시딜’ 찾는다
탈모는 더 이상 일부 중년 남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령화와 스트레스, 생활습관 변화가 맞물리면서 여성과 젊은 층에서도 치료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가 ‘임상·진단연구저널’(Journal of Clinical and Diagnostic Research) 자료를 인용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60%가 모발 가늘어짐 문제를 겪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이 2024년 세계 인구를 약 82억명으로 추산한 점을 단순 대입하면 약 49억명이 잠재적인 모발 고민 인구인 셈이다. 다만 이 숫자는 병원에서 탈모를 진단받은 환자 수가 아니라 모발 가늘어짐을 경험하는 인구를 폭넓게 추산한 수치다.
시장도 커지고 있다.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탈모증 치료 시장은 2025년 105억달러(15조원)에서 2026년 114억달러(16조3202억원), 2033년 268억달러로(38조3668억원) 성장할 전망이다. 2026년부터 2033년까지 예상 연평균 성장률은 12.8%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가장 빠르게 성장할 시장으로 꼽힌다.
현재 안드로겐성 탈모 치료에는 피나스테리드·두타스테리드와 같은 남성호르몬 억제제와 미녹시딜 등이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호르몬 억제제는 가임기 여성이 사용하기 어렵다. 사실상 여성 탈모자의 선택지는 미녹시딜 하나뿐이다. 여성이 사용할 수 있는 승인 치료제가 제한적인 만큼 비호르몬성 신약이 등장하면 남성 탈모 시장을 넘어 여성 탈모 시장까지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게 회사의 판단이다.
김 소장은 “여성 탈모는 미용과 자존감, 심리적 스트레스가 함께 얽혀 있지만 선택할 수 있는 약이 많지 않다”며 “OND-1은 처음부터 여성 전용으로 개발하는 물질은 아니며, 남성과 여성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발모 신약을 목표로 한다”고 힘줘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