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李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남북정상회담 언급 나올까 [이슈 현미경]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성곤 기자I 2026.08.14 14:51:08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광복절 경축사, 역대 대통령 획기적인 대북구상 및 제안
李대통령, ‘대화 재개’ 노력에도 남북교착 장기화 수순
바텀업 어렵다면 남북정상간 톱다운 방식 유일한 해법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박수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박수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대통령은 5년 임기 동안 수많은 연설문을 쏟아낸다. 가장 중요한 건 집권 5년의 청사진을 그려볼 수 있는 취임식 연설이다. 다음으로는 8.15 광복절 경축사가 첫손에 꼽힌다. 광복절 경축사는 단순한 연설문이 아니다. 삼일절 기념사가 친일 청산과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현충일 추념사가 한미동맹·자주국방 및 국가유공자 예우에 무게를 둔다면 광복절 경축사에는 그야말로 모든 분야가 담긴다.

국민통합, 여야 협치, 경제성장, 사회안전망, 친일청산, 한반도 4강 외교 등의 내용이 두루 다뤄진다. 대내외적으로도 가장 파급력이 큰 대통령 메시지다. 이 때문에 경축사 준비 과정도 복잡다단하다. 대통령의 최종 오케이 사인을 얻기까지 과정은 늘 험난하다. 보통 청와대 연설비서관이 초고를 작성하지만 퇴짜는 부지기수다. 공포의 빨간펜이 등장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때로는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이 모여서 수차례 독회를 진행하거나 외부 전문가 의견까지 청취했다. 광복절 경축사가 세상에 빛을 보기까는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무엇보다 광복절은 남북한이 공유하는 기념일이다. 이 때문에 역대 대통령들은 한반도 분단 해소와 남북 평화통일이라는 민족적 과제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풀어냈다. 때로는 햇볕정책, 비핵·개방·3000구상, 통일대박론, 한반도운전자론 등 획기적인 대북제안도 나왔다. 민주당정부 역대 대통령들은 이를 바탕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역사적인 6.15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7년 대선 직전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10.4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집권 5년 기간 동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무려 3차례나 만났다. ‘김일성 사망’으로 불발됐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 역시 재임 중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남북정상회담에 합의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서 현 정부 대북구상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남북기본합의서, 6.15공동선언, 10.4선언, 판문점선언, 9.19공동선언 등 역대 정부의 기존 합의 이행 의지를 강조하면서 흡수통일 포기 의사와 적대행위 금지 원칙을 천명했다. 아울러 “먼 미래를 말하기에 앞서 지금 당장 (남북 간) 신뢰 회복과 대화 복원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서”라면서 “신뢰를 회복하고 단절된 대화를 복원하는 길에 북측이 화답하길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남북대화 재개를 의도적으로 서두르지 않고 인내하겠다는 의지였다.

이는 불가항력적인 일이었다. 남북관계는 문재인정부 시절 하노이 북미대화 노딜 이후 장기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윤석열정부에서는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게다가 이재명정부 출범 초기에는 대한민국의 최대 리스크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무자비한 관세전쟁 돌파가 최우선 과제였다. 대통령직인수위조차 없이 출범한데다 내란청산 작업의 여파로 진지한 대북구상 검토는 시간이 빠듯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남북대화 재개 의지가 강했다. 지난해 8월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피스메이커’로 추켜세우며 북미대화 재개를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 4월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방한 당시에는 ‘남북대화 중재를 위해 북한 방문 의사를 문의했다’는 사실이 외신 보도로 알려지기도 했다. 희망의 싹도 없지 않다. 지난 4월 이 대통령이 대북 무인기 침투사건과 관련, 직접 유감을 표명하면서 북한의 대화 재개를 유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솔직하고 대범한 사람의 자세”라고 평가했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대단히 다행스러운 처사”라고 밝혔다.

물론 이 대통령의 인내에도 북한의 태도는 여전히 냉랭하다. 적대적 두국가론으로 남북관계를 규정한 뒤 사실상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에 따른 러시아의 경제·군사지원으로 북한이 당장 남북대화에 나설 요인마저 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게다가 우리 사회 안팎에서도 남북대화는 더 이상 불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세계 최악의 독재국가 지도자와 만나봤자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것이다.

과거 국민 모두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노래했지만 실제 통일은 너무 먼 길이다. 다만 남북교류와 대화 재개까지 거부할 필요는 없다. 남북관계 개선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 및 1억 거대 내수 경제권 완성을 위한 첫출발이다. 특히 날로 격화하는 미중 패권전쟁과 글로벌 각자도생 질서를 고려하면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력과 자원이 만들어낼 수 있는 시너지는 상상 이상이다.

현 남북관계 개선은 바텀업(Bottom-Up)이 어렵다. 유일한 방법은 남북정상이 합의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이다. 필요하다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대북특사로 활용할 수 있다. 비밀유지 문제로 어렵다면 남북접촉 경험이 풍부한 박지원·윤건영 의원은 물론 대통령의 신임이 확고부동한 강훈식 비서실장을 히든카드로 쓸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은 내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 다시 말해 남북정상회담 제안을 내놓을까. 하루 남은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이 자못 궁금해진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