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관절염이나 척추질환을 앓는 환자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기존 통증을 더 심하게 느끼고, 심해진 야간통이 다시 수면을 방해하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열대야가 이어지는 시기에는 통증 관리와 함께 숙면을 위한 환경과 생활 습관을 점검해야 한다.
인천힘찬종합병원 신경과 박정훈 센터장은 “수면이 부족하면 뇌에서 통증 자극을 감지하는 영역은 과민해지는 반면, 통증 신호를 걸러내고 억제하는 기능은 약해질 수 있다”라며 “이에 따라 같은 정도의 자극도 평소보다 더 아프게 느끼거나 통증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등 통증에 대한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수면 부족하면 통증 역치 낮아져
열대야에는 높은 기온과 습도가 정상적인 수면 과정을 방해한다. 사람의 몸은 잠들기 전 피부 혈관을 확장해 몸속의 열을 밖으로 내보내면서 심부 체온을 낮춘다. 그러나 주변 온도와 습도가 높으면 체열이 원활하게 방출되지 않아 잠들기 어렵고, 잠이 든 뒤에도 자주 깨거나 깊은 수면을 충분히 유지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러한 수면 부족이 통증을 키우는 과정에는 신경계와 면역계가 복합적으로 관여한다. 수면이 부족하면 통증 자극을 감지하는 뇌 영역의 반응은 커지는 반면, 통증을 평가하고 조절하는 영역의 기능은 둔화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통증을 느끼기 시작하는 역치가 낮아져 같은 정도의 자극도 평소보다 더 아프게 느낄 수 있다.
또한 반복되는 수면 부족은 면역계의 조절 기능에 영향을 미쳐 체내 염증성 물질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러한 전신 염증 반응은 관절의 국소 염증 및 통증 반응과 맞물려 기존 통증과 뻣뻣함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결국 통증으로 잠에서 자주 깨면 깊은 수면이 줄어들고, 부족해진 수면이 다시 통증을 키우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실제 2019년 국제학술지 신경과학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하룻밤을 새운 성인은 충분히 잤을 때보다 낮은 온도에서 통증을 느끼기 시작해 통증 역치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뇌 영상검사에서도 통증 자극의 위치와 강도를 감지하는 영역의 반응은 커진 반면, 통증 신호를 평가하고 조절하는 영역의 반응은 줄어든 것으로 관찰됐다.
또한 2026년 관절염 관리 및 연구(Arthritis Care & Research)로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미국 워싱턴대 연구에서 성인 약 50만 명을 추적한 결과, 하루 수면 시간이 6시간 미만인 사람은 7시간인 사람보다 무릎 골관절염 발생 위험이 41%, 무릎 인공관절 전치환술을 받을 위험이 31% 높았다. 해당 연구진은 짧은 수면과 불면 증상, 야간 교대 근무에 따른 생체리듬 교란이 여러 경로를 통해 골관절염 위험과 연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 숙면하기 좋은 수면 자세와 습관 점검
열대야로 인한 수면 부족과 통증의 악순환을 줄이려면 수면 자세부터 살펴야 한다. 더위를 피해 엎드려 자거나 척추를 충분히 받쳐주지 못하는 소파와 거실 바닥에서 불편한 자세로 잠을 청하는 습관은 피하는 것이 좋다. 엎드려 자면 호흡을 위해 목을 한쪽으로 돌려야 하므로 경추 주변에 부담이 가고 허리가 과도하게 뒤로 젖혀질 수 있다.
옆으로 누워 잘 때는 베개의 높이를 조절해 머리부터 목, 등으로 이어지는 선이 자연스럽게 유지되도록 한다. 양 무릎 사이에 베개나 쿠션을 끼우면 골반과 허리가 비틀리고 무릎끼리 맞닿는 것을 줄일 수 있다. 바로 누웠을 때 허리가 뜨거나 당긴다면 무릎 아래에 낮은 베개를 받쳐 허리 근육의 긴장을 줄이는 것이 좋다.
여름철 침실 온도는 24~26도, 습도는 40~60% 정도로 유지하고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이 몸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한다. 조명은 어둡게 하고 스마트폰과 같은 밝은 화면은 잠들기 전부터 줄인다. 잠들기 1~2시간 전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면 체열이 방출되면서 심부 체온이 낮아져 잠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지나치게 찬물로 씻으면 몸이 각성돼 오히려 잠들기 어려울 수 있다. 늦은 밤 음주와 과식, 카페인 섭취, 취침 직전의 격렬한 운동도 깊은 잠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피한다.
목동힘찬병원 신경외과 이동찬 의무원장은 “통증이 있는 특정 부위가 자는 동안 과도하게 꺾이거나 눌리지 않도록 하고, 베개 등을 활용해 몸의 정렬과 압력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다만 자세와 수면 환경을 바꿔도 야간통으로 반복해서 잠에서 깨거나 관절의 붓기와 열감, 저림, 보행 불편이 동반된다면 수면 문제로 넘기지 말고 정확한 원인을 확인해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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