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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건 원내 제1야당이 ‘부정선거 프레임’으로 차기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점이다. 장 대표 역시 모를 리 없다. 절실한 건 출구전략이었다. 최선의 TPO(Time·Place·Occasion)는 선관위특검의 공개 검증 이후였다. 장 대표는 예상밖의 선택을 했다. 국민의힘은 이제 부정선거를 외치면서 총선 승리를 노려야 한다. 최대 위기에 직면한 민주당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부터 송파지역 247만표 재검표까지
역대 최악의 부정선거는 4.19 혁명을 낳은 1960년 3.15 부정선거다. 4할 사전투표, 3인조·5인조 공개투표, 투표함 바꿔치기 등 기상천외한 방법이 동원됐다. 이후 대선·총선에서 크고작은 시비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국가권력이 총동원되면서 투·개표의 모든 과정을 물리적으로 조작한 부정선거는 없었다. 2000년대 이후 부정선거 시비 역시 해프닝에 가까웠다. 2002년 대선 패배 이후 전자개표기 조작설을 제기했던 한나라당은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했다가 사과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180석 대승에 사전투표 조작설 여파로 120여건의 선거무효 소송이 제기됐지만 대법원은 관련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폐쇄적인 조직운영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선관위의 투·개표 관리 신속·정확·투명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현 단계 대한민국에서 부정선거는 어불성설이다.
물론 6.3 지방선거 당시 ‘투표용지 부족사태’는 국민 참정권을 훼손한 중대 사건이었다. 다만 본질은 역시 해프닝이었다. 선관위의 단순한 행정적 실수였다. 다만 서울 송파구 잠실2동 제6투표소 등지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사태’는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부정선거론으로 비화했다.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었다. 송파 지역 개표소가 마련된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으로 몰려든 부정선거 시위대는 6월 5일 선관위의 투표지 보관창고 이송을 물리적으로 저지했다. 이른바 ‘올공시위’의 시작이었다. 핸드볼경기장 출입구 봉쇄는 무려 5개월간 이어졌다. 선관위와 경찰도 충돌을 우려해 쉽게 나서지 못했다.
장 대표의 부정선거 음모론 탈출의 중대 분수령은 10월 28일이었다. 이태한 선관위 특검은 이날 서울 송파구 전역의 투표함 433개, 약 247만표에 대한 정밀 재검증을 실시했다. 무려 12시간 동안 이어진 공개 검증에서 투표지의 수량과 기표·인쇄 상태를 한 장씩 확인했다. 특검팀은 투표지의 위조 및 변조 여부 확인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지원받은 디지털 현미경과 적외선 분광기도 사용했다. 이 자리에는 참관단, 여야 의원, 언론인들도 대거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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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 주장 더 강화” 출구전략 놓친 장동혁 대표
한마디로 부정선거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장 대표의 태도였다. 장 대표는 투표함 420개가 선관위 보안 창고로 반출되던 지난달 29일 새벽 현장에 나타나 부정선거 주장을 이어갔다. △어제 검증 과정에서 수많은 부정선거 증거들이 쏟아져 나왔다 △투표함에는 또 다른 부정선거 증거들이 남아 있다 △선관위와 특검은 투표함을 경찰과 무슨 작전이라도 하듯 야반도주하듯 들고 사라졌다 △다시 시작이다. 선관위의 부정을 밝히기 위해 국민들과 함께 싸우겠다 등등.
장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긴 선거든 진 선거든 납득할 수 없는 부정이 있다면 재선거로 연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실성이 너무 떨어진다. 선관위는 이미 지난 8월 “일부 절차적 규정 위반이나 관리상 미흡은 있었으나, 그것이 전체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며 선거무효 소청을 모두 기각했다. 선관위의 소청 기각에 반발한 국민의힘은 대법원에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했지만 전망은 역시 불투명하다.
결과적으로 장 대표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선관위 특검의 결과 발표는 부정선거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최적의 TPO(시간·장소·상황)이었다. 교과서적인 답변이 필요했다. “선관위 특검의 공개 검증 결과를 존중한다. 앞으로 부정선거 의혹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선관위에 대한 엄격한 관리는 물론 제도적 개선 노력을 병행해 나가겠다.” 다만 장 대표는 출구전략을 내팽개쳤다. 오히려 부정선거 프레임에 더 포획되면서 퇴뢰를 차단했다.
장 대표의 이러한 스탠스는 최근 조성된 범야권 우위의 정국에도 마이너스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의 2심 무죄 판결 이후 △오동석(오세훈·한동훈·이준석)+장동혁 보수대통합론 △훈훈(오세훈·한동훈) 연대 △오장(오세훈·장동혁) 연대 △한동훈을 배제한 오석안(오세훈·이준석·안철수) 연대 △오유(오세훈·유승민) 연대 등 다양한 야권 부활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어떤 연대이건 중심축은 장 대표가 아니라 오 시장이라는 점이다. 장 대표가 보수재건 및 부활 시나리오의 중심에 서기 위한 1차적 선결 조건은 부정선거 프레임의 철회가 될 수밖에 없다. 모든 시나리오의 지향점이 사실상 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이라는 외연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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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플랜’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2012년 18대 대선의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한 영화다. “투표가 아니라 개표가 결정한다”는 부제에 모든 게 압축돼 있다.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진행자인 범여권 최고 스피커인 김어준 씨가 제작·출연한 영화다. 출발점은 박근혜의 과반 승리와 문재인의 믿을 수 없는 패배였다. 전자개표기 조작을 통한 부정선거 의혹이 일부 야권 지지층을 중심으로 일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51.55% 과반 승리를 반올림하면 51.6%, 다시 말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군사쿠데타와 숫자가 똑같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등장했다.
2002년 대선 이후 한나라당이 제기했던 전자개표기 조작설을 보다 업그레이드한 것이었지만 이후 언론과 학계의 검증으로 오류가 드러났다. 의혹을 제기했던 김 씨는 공식 사과한 적이 없다. 다만 선거 결과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선거 시스템의 문제에 대한 점검 차원에서 화이트해커처럼 의도적 질문을 던져본 것이라는 궁색한 대답을 내놓았다. 이후 모든 게 유야무야됐다. 김 씨는 더 이상 부정선거를 주장하지 않았다. 역설적인 건 보수야권의 부정선거 음모론이다. 2002년 대선 이후 한나라당이 폐기했고 2012년 대선 이후 김 씨가 업그레이드했던 낡은 음모론을 그대로 믿는다는 것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사전투표 조작설과 선관위 서버 해킹을 통한 조작설 등이 추가된 정도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못 알아듣는다. 사전투표에서 민주당 지지가 높은 건 유권자 구성의 문제다. 본투표에서 국민의힘 지지가 높게 나온다고 민주당이 부정선거를 주장하지 않는 이유다. 보수야권의 유력 정치인이었던 황교안 전 총리와 민경욱 전 의원은 중국 당국의 개입설까지 주장하는 극단적인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정치인생을 망쳤다. 만일 6.3 지방선거가 부정선거였다면 여야의 최대 격전지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무소속 한동훈 의원,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의 승리와 김부겸 전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의 패배는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조차 없다. 결과적으로 부정선거 프레임은 마치 ‘인류가 달에 가본 적이 없다’는 달착륙 조작설이나 2차 세계대전에서 히틀러가 자살하지 않고 아르헨티나로 도피해 여생을 보냈다는 ‘히틀러 생존설’만큼이나 황당하다.
과학과 이성으로 부정선거 담론을 반박해도 이를 거부하면 종교적 확신범에 가깝다. 장동혁 대표는 정말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는 것일까. 아니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부정선거 이슈를 이용하는 것일까. 전자라면 무능력이고 후자라면 비겁하다. 어느 경우든 차기 총선에는 치명적이다.
정치공학적으로 판단해보자. 강성 팬덤은 장 대표가 부정선거 음모론을 포기한들 민주당을 찍을 리 없다. 다만 장 대표가 부정선거 음모론을 고집한다면 합리적 보수세력과 중도층의 표는 얻기 힘들다. 부동산정책 실패와 광범위한 수도권 민심 이반으로 총선 참패를 걱정하는 민주당의 유일한 히든카드는 바로 ‘장동혁 대표’다. 묻고 싶다. ‘정치인 장동혁’의 꿈은 강성 팬덤의 지지를 통한 국민의힘 당대표 연임인가 아니면 차기 총선에서의 과반 승리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