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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한국은 지난해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 대수가 세계 4위이고, 근로자 1만명 당 산업용 로봇 대수를 수치화한 로봇 밀도가 1012대로 세계 1위다. 이런 맥락에서 “흘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 없다”고 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현대차를 겨냥한 것이었지만, 이 땅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현대차 같은 대기업 귀족 노조와 달리, 노조도 제대로 조직돼 있지 않은 2차, 3차 협력사들이나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강성 노조 덕에 기성 근로자들이 로봇으로부터 지켜낼 일자리 만큼 줄어들 새 일자리에 미래의 근로자인 청년들은 악몽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과연 우리 사회는 이런 변화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을까.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지난해 1월 노사정과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AI와 노동연구회’라는 조직을 출범시키고, AI 대전환이 일자리를 어떻게 바꿔놓을 것이고 우리는 어떻게 그에 대응할지 머리를 맞댔다. 그러나 작년 말 나온 결과물은 AI로 인한 노동시장 변화에 관한 12가지 질문을 담은 녹서뿐이었다. 노사정이 모두 참여하지 못하면서 제대로 된 사회적 대화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질문에 대한 답변까지 담은 백서에는 이르지 못했다.그렇다고 개개인의 몫으로 던질 수만은 없다.
얼마 전 만난 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대표는 불과 한 두 해 전만 해도 100명을 훌쩍 넘었던 직원 수를 절반까지 줄였다고 했다. 수익성이 떨어진 탓에 내린 결정이긴 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신의 한 수였다고 했다. 직원 수를 줄인 참에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적극 채택했더니, 전체 생산성은 이전보다 높아졌다며, 앞으로 수익이 다시 늘어도 프로그래머를 더 이상 새로 채용하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최근 공인회계사(CPA) 시험 준비생이 크게 줄고 경쟁률이 낮아지는 것도, 법무법인(로펌)들의 신규 변호사 채용이 줄어들고 그로 인해 인기 없던 사내 변호사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거스를 수 없는 AI와 로봇의 빠른 침투가 사회에 처음 뛰어드는 일자리 현장에 얼마나 큰 충격이 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편들이다.
전통적 노동과 일자리가 우리를 배신하고 있다. AI와 로봇이 대체하는 사업장 근로자를 14%나 줄이면서도, 일런 머스크 최고경영자(CEO) 한 명에게만 우리나라 한 해 국방비의 23배나 되는 최대 1400조원 성과 보상을 제공하기로 한 테슬라의 사례를 보자. 이제 근로자들이 일한 시간이나 성실성으로 보상 받는 시대가 아니다. 철저하게 성과와 생산성만 보상 받는다. 나의 노동이 AI나 로봇에 의해 대체 가능한가, 나의 성실성이 기술에 의해 대체 불가능한 가치와 생산성을 만들어 내고 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하는 시대다.
물론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비할지 정답은 없다. 다만 국제노동기구(ILO)는 AI로 인한 노동조건 개선과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노사 간의 사회적 대화와 근로현장 내 노사 간의 협의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그 답을 찾는 과정은, 이 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철밥통인 한 자동차 노조의 협상 카드로만 활용되거나 근로자 개개인이 적응해가야 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는데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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