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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연구원은 국제유가 불안과 국채금리 급등 등 대외 여건이 같은데도 국내 증시만 부진한 배경으로 수급 악화를 꼽았다. 그는 “개별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후유증이 개인 자금의 증시 이탈을 부추긴 가운데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도 커지고 있다”며 “7~8월 다소 줄었던 외국인 순매도가 9월부터 다시 큰 폭으로 늘면서 증시 차별화를 심화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매도의 배경으로는 리밸런싱, 반도체 사이클 정점 우려, 중국 반도체 굴기 우려, 인공지능(AI) 안에서의 선호 섹터 변화 등이 거론되지만, 원화 강세와 변동성 확대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다. 상반기 7.6% 하락했던 원화 가치는 하반기 들어 지난 12일까지 13.8% 급등했다. 같은 기간 달러화 가치 상승폭은 1.4%에 그쳤고, 엔화는 2.4% 오르는 데 그쳤으며 대만달러는 오히려 0.2% 하락했다. 원·엔 환율은 100엔당 840원대로 떨어져 2008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 됐고, 대만달러·원 환율도 2024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박 연구원은 “원화 강세 국면에서 코스피가 오르고 약세 국면에서 내리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었지만 이 통념이 깨지고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원화 가치가 급락하는 동안 코스피는 급등했지만, 원화가 6월부터 급격히 강세로 돌변하자 코스피는 급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반기에는 원화 약세가 외국인 매도의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원화 강세 국면에서도 매도는 이어지고 있다”며 “환율과 외국인 매매 간 상관관계가 극도로 약해진 것으로, 이전에는 보기 드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급격한 통화가치 변동성 확대가 외국인의 매도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며 “국내 주가 조정 국면에서 원화 강세에 따른 환차익이 외국인에게 유리한 차익실현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8월 말 이후 주요국 증시 가운데 코스피(-6.4%)는 통화가치 불안이 이어지고 있는 인도(-6.5%) 다음으로 하락폭이 컸다.
다만 원화만으로 코스피의 차별화를 설명하기는 역부족이라고 덧붙였다. 박 연구원은 “미국 증시에서도 AI 모멘텀은 유지되고 있지만 반도체 관련 주가는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며 “반도체 쏠림을 축으로 급등했던 코스피가 반도체 모멘텀 약화로 거센 역풍을 맞고 있는 만큼, 유가와 국채금리 불안이 해소되고 글로벌 반도체 업황 모멘텀이 다시 강해져야 차별화가 해소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향후 원화 강세 속도는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현 원·달러 환율 수준은 그동안 과도했던 원화 약세가 상당 부분 해소됐음을 시사하고, 원·엔 환율을 보면 원화 강세 폭이 과도한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이 추가로 하락하더라도 하락폭은 제한적이거나 완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원화 변동성이 진정되고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되면 외국인의 공격적인 순매도 기세도 주춤해지겠지만, 다소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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