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부는 전날 식료품에 매기는 소비세율을 1%로 내리는 방침을 정했다. 내년 4월부터 현행 8%를 1%로 낮추고, 남은 1%에 해당하는 연 6000억엔(약 5조 4100억원)가량은 소득에 따라 중저소득층에게 나눠준다. 실질 감세 규모가 5조엔 안팎인 이유다. 적자국채에 기대지 않고 시장의 신뢰를 지키려면 재원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
다카이치 총리는 감세를 발표한 지난달 30일 “올해도 외환특별회계와 독립행정법인 납부금 등으로 9조엔(약 81조 2100억원) 정도였던 세외수입을 더 늘리는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 안에서 이 계정을 더 활용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외환특별회계는 시장 개입에 쓸 자금을 달러 표시 유가증권이나 예금 형태로 굴리는 계정이다. 대부분 미국 국채로 알려져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일본 외환보유액은 1조 2874억달러(약 1832조 6000억원)에 이른다. 곳간이 두둑해 보이는 만큼 기대가 커질 만하다.
문제는 달러화를 팔고 엔화를 사들여 손에 넣은 엔화가 곧바로 이 계정의 이익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회계 규칙이 복잡해서다. 개입 시점 환율이 두 달 전보다 엔저 상태면 이익으로 잡혀 결산 잉여금이 늘지만, 반대로 엔고 상태면 손실이 된다. 재무성에 따르면 정부와 일본은행은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27일까지 한 달 남짓 동안 모두 11조 7349억엔(약 105조 8900억원) 규모로 개입했다. 과거 엔고 국면에서 사둔 달러화에 평가이익이 생겼더라도 그것이 이익으로 잡힌다는 보장은 없다.
게다가 개입으로 얻은 엔화는 실제로는 전액 정부단기증권을 갚는 데 쓰인다. 정부단기증권은 과거 달러화를 사들일 때 외환특별회계가 발행한 국채의 일종이다. 매각 차익이 생겨도 회계상 처리에 그친다는 얘기다.
결국 감세 재원으로 쓸 수 있을지는 달러 매각 차익과 미 국채 이자 수입을 쌓아둔 잉여금 규모에 달려 있다. 잉여금 일부는 일반회계로 돌릴 수 있어서다. 다만 현행 규칙은 잉여금의 30%를 이 계정에 남겨두도록 정하고 있다.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결산에서 5조 565억엔(약 45조 6300억원)의 잉여금이 생겼다. 이 가운데 1조 3414억엔(약 12조 1000억원)은 이 계정에 남겨뒀고, 나머지 3조 1300억엔(약 28조 2400억원)은 이미 올해 일반회계로 넘어가 쓰임새가 정해졌다. 그중 8000억엔(약 7조 2200억원)가량은 방위비에 들어간다. 남은 돈이 5850억엔뿐인 이유다.
앞으로 사정도 밝지 않다. 일본과 미국 정부는 지난달 31일 28년 만에 엔화 매수 협조 개입에 나섰고,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은 지난 3일 “추가 협조 개입을 실시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일본이 보유한 미 국채를 담보로 미 연방준비제도에서 달러를 빌리는 방안도 검토한다. 미 국채를 팔지 않고도 달러를 구할 수 있지만 연준에 이자를 물어야 해 잉여금을 더 갉아먹는다.
개입으로 생긴 엔화 자금이 겉보기만큼 자유롭게 쓰이지 못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 관계자 사이에서는 “잉여금의 30%를 남겨두는 규칙을 한시적으로 없애면 되지 않겠느냐”는 말도 나온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