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이같은 골자의 국방·안보와 경제·산업, 첨단기술, 인적교류, 문화, 국제현안 등 6개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 4월 양국 관계를 22년 만에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면 이번 회담에서는 그 관계를 작동시킬 구체적인 연결고리를 마련했다. 정부 간 협력 선언에 머무르지 않고 삼성전자와 미스트랄AI의 투자·기술 협력, 한국수력원자력과 오라노의 농축역무 협력, 양국 군의 정보·군수·훈련 협력으로 이어지는 실행 구조를 만든 것이다.
이 대통령은 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양국이 공유하는 가치와 역량을 토대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내실 있게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佛 원천기술·韓 제조역량 결합…연구실 넘어 산업 현장으로
|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자와 프랑스 미스트랄AI의 투자협약이다. 삼성전자는 미스트랄AI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고 삼성 내부에서 사용할 전용 AI 모델을 공동 개발한다. 단순히 범용 AI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의 반도체 노하우를 보호하면서 활용할 수 있는 맞춤형 모델을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이는 지난 4월 양국 정부가 체결한 AI·반도체·양자기술 협력의향서가 5개월 만에 기업 간 투자와 기술협력으로 구체화한 성과다. 양국은 공동 연구개발(R&D), 스타트업의 상호 시장 진출, 반도체 기업과 연구기관 간 교류 및 사업 기회 발굴을 지원하는 후속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정부 간 협력과 기업 투자를 함께 묶은 것은 첨단기술 분야의 협력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려면 연구자 교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공동 개발한 기술을 사업화할 기업과 자본, 상대국 시장 진출을 지원할 정부 간 협의체가 동시에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도 이번 회담의 첨단기술 협력 방향을 ‘산업과 시장의 연결’로 규정했다. 그는 “AI·양자·우주·원자력·바이오 등 첨단산업과 과학기술을 산업과 시장으로 연결하기 위한 협력을 구체화해 나가기로 했다”며 “양국 스타트업의 상호 시장 접근 확대와 기업·연구기관 간 공동 R&D와 같은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양국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장관급 산업전략대화와 분야별 작업반을 신설한다. 산업정책과 교역·투자뿐만 아니라 공급망·핵심광물과 산업기술까지 하나의 협의 틀에서 다룬다. 개별 기업의 협력을 넘어 양국 정부가 산업 현안을 상시 조율하는 채널을 두겠다는 것이다.
양국 정상은 이를 토대로 오는 2030년까지 교역액 200억달러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대통령은 “양국 기업들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활동하며 서로의 시장에서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계속 긴밀히 소통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핵연료·군수망까지 연결…협력 외연 국제안보로 확대
|
농축역무는 원전 가동에 필요한 핵연료 공급 과정의 핵심이다. 안정적인 공급처를 장기간 확보하면 국제정세나 공급 차질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번 협력이 단순한 원전 기술 교류를 넘어 한국 원전의 중장기 연료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성과로 평가되는 이유다.
양국은 민간 원자력 협력을 위한 고위급 대화채널도 개설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프랑스 프라마톰은 별도 계기에 MOU를 체결하고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안전기술과 원자력 기초과학, 폐기물 관리 분야의 공동연구를 추진할 예정이다. 한국과 프랑스가 해외 원전시장 점유율을 놓고 경쟁하는 것과 별개로, 연료 공급망과 차세대 원자로 기술 등 공동의 이해가 있는 분야에서는 협력 공간을 넓히겠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원자력 연구개발과 연료 공급 분야의 협력을 통해 차세대 원자로 개발과 중장기적인 공급망 다변화 측면에서 협력을 더욱 심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안보협력 역시 군사정보 교환에서 군수와 실제 훈련으로 한 단계 확장한다. 양국은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개정의정서에 서명해 정보교류의 제도적 기반을 정비했다. 전·평시 물자와 용역 등을 우선 지원한 뒤 사후 정산하는 상호군수지원협정도 조속히 체결하기로 했다.
상호군수지원협정이 체결되면 양국 군이 합동훈련이나 해외 임무를 수행할 때 필요한 지원을 보다 신속하게 주고받을 수 있다. 군사정보의 안전한 교환과 군수지원, 합동훈련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함으로써 양국 군의 실질적인 협업 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다음 주 서울에서는 양국 공군의 ‘페가스’ 합동훈련이 실시되고 올해 하반기에는 양국 해군의 상호 기항이 예정돼 있다. 프랑스의 방산 기술력과 한국의 제조 경쟁력을 결합한 협력사업도 발굴하기로 했다.
李 “호르무즈 긴밀한 공조 계속 이어갈 것”…구체적 기여방식 언급 안해
|
양국 협력의 외연은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장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프랑스와 영국이 주도한 호르무즈 해협 회의에 참여한 사실을 언급하며 “해협의 안정과 항행의 자유를 위한 대한민국의 기여 의지를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과 프랑스는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항행의 자유와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이 조속히 회복될 수 있도록 긴밀한 공조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양국 정상 차원의 안보·공급망 의제로 끌어올리고 한국의 기여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다만 이 대통령은 한국의 기여 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을 위한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방향은 제시하되 실제 참여의 범위와 수단은 추가 협의의 영역으로 남겨둔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참여를 압박한 만큼 조만간 구체적인 기여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은 우크라이나의 평화 회복과 재건을 위해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한국 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지지와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동북아와 유럽의 안보가 그 어느 때보다 긴밀히 연결돼 있다”며 “양국은 한반도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계속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단독]‘최소 45일 뒤'인데 열흘 만에 3조 송금?…대미투자 졸속 논란](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9/PS26090801439t.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