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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노조, 20일 ‘통합교섭’ 공식화…“16개 법인 교섭에 연 1000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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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현 기자I 2026.08.12 17:4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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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연 150회 반복교섭 지적
“실질은 통합, 교섭만 분리”
“자회사 임금안도 네이버 합의 뒤”
전문가 “공통 의제는 상위서 교섭”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네이버(NAVER(035420)) 노동조합이 네이버와 주요 계열사가 공통으로 적용받는 근로조건을 한 테이블에서 논의하는 ‘통합교섭’ 추진을 공식화한다. 법인은 여러 개로 나뉘어 있지만 인센티브와 근무제 등 핵심 근로조건은 사실상 네이버를 중심으로 결정되는 만큼 노사 교섭 구조 역시 실제 경영 구조에 맞춰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네이버 노조는 오는 20일 통합교섭 선포식을 열고 본격적인 추진에 나선다. 2018년 노조 출범 당시부터 통합교섭을 요구해왔지만 계열사별 개별교섭이 이어져온 가운데,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을 계기로 모회사의 실질적인 사용자 책임을 다시 묻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IT 업종 통합교섭구조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네이버를 중심으로 IT 기업집단의 교섭구조 개편 방안을 논의했다.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 위원장 겸 네이버지회장이 12일 국회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이소현 기자)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 위원장 겸 네이버지회장이 12일 국회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이소현 기자)
“실질은 한 회사인데 교섭만 16번”…연 150회 반복

네이버지회 ‘공동성명’은 현재 네이버를 포함해 15개 법인과 단체협약을 체결했으며 1개 법인과 추가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 및 관계 계열사 48개 법인 구성원을 가입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올해 8월 기준 28개 법인에서 6200명의 조합원이 활동하고 있다.

문제는 하나의 노동조합이 비슷한 안건을 놓고 각 법인과 별도로 교섭해야 한다는 점이다. 노조에 따르면 16개 법인의 임금교섭 등을 합치면 연간 약 150회의 교섭이 열리고, 노사 양측 교섭위원 100여명이 각각 매년 1000시간 이상을 교섭에 투입한다.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 위원장 겸 네이버지회장은 “내용은 대부분 동일한데 법인별 법무법인 자문료까지 감안하면 굳이 발생하지 않아도 될 비용과 시간이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개별교섭이라는 형식과 실제 근로조건 결정 구조 사이의 괴리가 더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오 위원장은 “임금교섭 시 네이버의 합의안이 나오기 전까지 자회사들은 사측 안조차 제시하지 못하다가 네이버 합의 직후 동일한 수준으로 타결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노조는 포괄임금제 폐지와 추가 보상제도 등이 네이버의 결정 이후 계열사 전반에 적용됐으며, 계열사 인센티브 역시 네이버 경영진과 각 법인 임원이 참여하는 절차를 거쳐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택·유연근무와 복리후생, 사내 업무 시스템 등도 상당 부분 공통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계열사 지배구조 역시 근거로 들었다. 노조는 네이버가 주요 계열사의 높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주요 계열사 이사진 상당수가 네이버 임원을 겸직하는 데다 일부 계열사는 매출 대부분을 네이버와 계열사 거래에 의존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부 2차 자회사의 운영비 정산 이후 남은 자금을 유상감자 등을 통해 회수한 사례를 제시하며 모회사가 자금 운용에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주장했다.

오 위원장은 “인사·홍보·회계·재무 등 핵심 관리 기능은 모두 본사에 집중돼 있어 자회사는 실질적으로 본사의 한 부서에 불과하다”며 “통합교섭을 특혜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통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에 교섭 형식을 맞추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계열사 임금 ‘평준화’ 아니다…공통 의제만 논의

다만 노조가 요구하는 통합교섭은 네이버와 모든 계열사를 하나의 회사처럼 묶어 임금과 처우를 일률적으로 맞추자는 의미는 아니다. 포괄임금제와 재택·유연근무, 복리후생 등 그룹 차원의 공통 근로조건은 상위 교섭에서 논의하되 개별 법인의 사업 특성이나 실적에 따른 사안은 기존 법인별 교섭에서 다루는 방식이 거론된다.

송가람 화섬식품노조 엔씨소프트지회장은 “통합교섭은 모든 회사를 똑같이 만들거나 성과를 평준화하자는 것이 아니다”며 포괄임금제 운영 원칙과 재택·유연근무 기준, 인공지능(AI) 활용에 따른 인력 운영과 평가제도의 최소한의 공정성, 복리후생 하한선 등을 통합교섭에서 다룰 수 있는 공통 의제로 제시했다.

전문가들도 모든 계열사를 하나의 교섭 단위로 묶는 것보다는 네이버가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진 사안을 중심으로 교섭을 연결하는 방안에 무게를 실었다.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정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를 법적 근거로 제시했다.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에게도 해당 범위에서 사용자성을 인정한 만큼 모회사가 실제 결정권을 행사하는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교섭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권 교수는 기업집단 전체를 하나의 사용자로 보고 모든 책임을 모회사에 귀속시키는 방식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기업집단 전체를 하나의 사용자로 묶는 것보다 기존 법인별 교섭 단위를 유지하면서 공통 의제에 한해 교섭 절차를 연결하는 ‘절차 연계형 다층 교섭 모델’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문준혁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도 네이버·카카오처럼 하나의 플랫폼을 중심으로 여러 계열사가 유사한 사업을 수행하는 IT기업의 경우 통합교섭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봤다. 그는 반복되는 법인별 교섭에 노사 모두 상당한 비용을 투입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정 노조법을 둘러싼 법리 다툼과 소송에만 의존하기보다 노사가 실제 현장에서 새로운 교섭 관행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네이버서 시작해 IT업계로…“노사관계 ‘판교 모델’ 만들 것”

네이버 노조는 이번 통합교섭을 한 회사의 노사관계 개편에 그치지 않고 IT업계 전반으로 확장할 수 있는 모델로 보고 있다.

IT업계는 하나의 서비스에 여러 계열사 개발자와 기획자, 디자이너 등이 함께 참여하면서도 분사와 자회사 설립, 조직개편이 빈번하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 노사 교섭은 법인별로 쪼개져 실제 의사결정 구조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 노조의 문제의식이다.

송 지회장은 엔씨소프트도 최근 1년 사이 7차례 분사와 대규모 권고사직을 겪었다며 “통합교섭은 IT산업의 표준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공통적인 근로조건과 조직개편 과정의 원칙 등을 함께 정하면 협업 저해와 숙련 인력 이탈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네이버 노조는 오는 20일 낮 12시 통합교섭 킥오프 선포식을 열고 네이버 측에 본격적인 교섭 참여를 요구할 예정이다.

임영국 화섬식품노조 정책연구원장은 “이번 추진이 대한민국 노사관계의 새로운 이정표인 ‘판교 모델’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AI 전환기를 맞아 네이버가 계열 전체를 하나의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려 한다면 노사관계도 그 실제에 맞게 재편돼야 한다”며 “네이버가 계열 법인들의 통합교섭 요구에 책임 있게 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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