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내놓은 해법이다. 경제성장을 끌어올려 세수를 늘리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을 낮추자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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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성장으로 빚 해결”…채권시장은 ‘글쎄’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막을 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는 경제성장과 국가부채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베선트 장관은 “세계는 부채로 넘쳐난다”며 “우리가 여기서 벗어날 유일한 방법은 성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재무부가 발표한 의장성명에도 민간 주도 성장과 생산성 향상, 국가부채 등이 주요 과제로 담겼다.
채권시장은 다른 신호를 보냈다. 회의가 끝난 1일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4.795%까지 올라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10년물은 30년 만에 처음으로 3%를 넘어섰고 프랑스 10년물은 4.21%, 영국은 5.15%까지 상승했다.
각국이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공통분모는 비슷하다. 막대한 정부 부채와 재정적자에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발 인플레이션까지 겹쳤다. G20이 뚜렷한 공동 해법을 내놓지 못한 가운데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공식 공동성명도 채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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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선트 장관의 ‘성장론’은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 기업과 가계의 소득이 늘고 세수도 증가하고, 부채가 늘더라도 GDP가 더 빨리 커지면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을 낮출 수 있다”는 논리로 설명된다.
그러나 문제는 성장이 부채 문제를 자동으로 해결해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경제는 최근 1년간 2.1% 성장했지만 올해 연방정부 재정적자는 GDP의 6%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공지능(AI)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더라도 부채 증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그 엘멘도프와 캐런 다이넌, 루이스 샤이너 등 경제학자들이 AI로 연간 생산성 증가율이 0.5~1%포인트 높아지는 여러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속도만 늦춰질 뿐 계속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이 강해질 경우 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역설도 있다. 성장률과 생산성이 높아지면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금리 수준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AI 투자 붐으로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급증하면서 회사채 발행이 늘어나면 국채와 투자자금을 놓고 경쟁하게 된다.
베선트 장관도 G20 회의에서 AI 관련 대규모 투자가 단기적으로 채권시장에 금리 상승 압력을 주는 ‘난제(conundrum)’라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장기적으로 AI가 생산성을 높이고 물가를 낮춰 금리 하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성장→세수 증가→부채 부담 완화’라는 선순환이 나타나려면 성장으로 늘어나는 재정 여력이 금리 상승으로 불어나는 이자비용을 충분히 상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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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현재의 높은 국채금리조차 막대한 정부부채에 따른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을 가능성이다.
아제이 라자드약샤 바클레이스 글로벌리서치 회장은 올해 국채금리 상승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투자자들이 앞으로 단기금리가 과거보다 구조적으로 높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꼽았다. AI에 따른 생산성 향상으로 성장률이 높아질 수 있는 데다 공급망 충격과 정부 부채 확대 등으로 인플레이션 위험도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연방정부 총부채는 최근 40조달러(약 5경4500조원)를 넘어섰다. 이와 별도로 GDP 대비 시장 보유 연방부채 비율은 2006년 약 35%에서 현재 약 100%까지 높아졌다.
WSJ에 따르면 미 의회예산국(CBO)은 GDP 대비 정부부채가 1%포인트 늘어날 때 국채금리가 약 0.02%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계산대로라면 2006년 이후 늘어난 부채만으로도 국채금리에 약 1.3%포인트의 상승 압력이 발생했어야 하지만, 현재 미 국채금리는 2006년 수준보다 특별히 높지 않다.
라자드약샤 회장은 “시장은 아직 의미 있는 재정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며 “결국에는 요구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재정 위험 프리미엄은 투자자가 정부의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국채를 보유하는 대가로 추가로 요구하는 금리다. 이 프리미엄이 본격적으로 붙기 시작하면 기준금리가 움직이지 않더라도 장기 국채금리는 추가 상승할 수 있다.
채권시장은 각국 정부의 낙관론보다 숫자에 냉정하다. 성장률이 높아지더라도 재정적자가 줄지 않고 부채가 더 빠르게 불어난다면 투자자들은 결국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한다. 이번 G20 회의 기간 주요국 국채금리가 일제히 치솟은 것은 ‘성장으로 빚을 갚겠다’는 약속만으로는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 어려워졌다는 경고로 읽힌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9/PS26090201493.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