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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IFRS 18 도입 코앞…신평업계, 현금흐름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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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엄 기자I 2026.08.13 17: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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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IFRS 18 도입에 핵심 이익 지표 변동성 확대 전망
도입 초기 시장 혼란…방법론 즉각 수정에는 ‘선 긋기’
변하지 않는 ‘현금 흐름’에 무게…기존 지표와 상호 보완
금융당국 보폭 맞춰 신·구 영업손익 병행 표기도

이 기사는 2026년08월13일 16시37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새 회계기준인 국제회계기준(IFRS) 18 도입을 앞두고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과거 IFRS 도입 혼란이 컸던 선례를 의식해 당분간 평가방법론을 직접 수정하기보다는 현금흐름 중심의 보수적인 접근을 택하겠다는 방침이다.

13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034950)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 등 국내 주요 신평사는 내년 IFRS 18 도입 이후에도 기존의 신용평가 방법론을 즉각 변경하지 않고 시장 상황을 관망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대신 제도가 안착할 때까지 도입 초기에는 평가보고서 내에 기존 기준과 새 기준을 적용한 영업이익을 병행 표기하며 완충 지대를 둘 계획이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전경.(사진=연합뉴스)




잔여 손익의 늪…업종별 체감차이 클 듯

이처럼 신평사들이 몸을 사리는 배경에는 IFRS 18이 가져올 핵심 이익 지표의 변동성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 새 기준 하에서는 손익계산서 구조가 영업·투자·재무 범주로 나뉘고 영업손익은 ‘잔여 손익’ 개념으로 바뀐다. 기존에는 철저히 배제됐던 영업외손익 항목들이 대거 영업이익에 포함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왜곡 효과는 대규모 설비를 보유한 장치산업 등 경기 순환 업종에서 두드러질 전망이다. 철강이나 석유화학, 조선 등의 경우 업황에 따라 노후 설비의 손상차손이나 처분이익이 발생하는데 IFRS 18 하에서는 이 항목들이 고스란히 영업이익에 반영된다. 사업의 근본적인 수익 창출력은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회계기준 변경만으로 실적 진폭이 커지는 착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가령 매출 1조원 규모의 철강사가 업황 저점에 노후 고로 설비에서 500억원 규모 손상차손을 인식했다고 가정할 경우 기존 기준에서는 영업이익이 이 손상차손과 무관하게 산출되지만 IFRS 18 하에서는 영업이익이 그만큼 그대로 줄어든다.

반대로 업황이 회복돼 설비 교체 과정에서 노후 설비 처분이익 300억원이 발생하면 이 금액이 고스란히 영업이익에 더해진다. 사업의 근본적인 수익 창출력은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회계기준 변경만으로 저점과 고점의 영업이익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 셈이다.



진짜 상환능력 현금흐름으로 구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IFRS 18 도입 이후 기업 신용등급 평가의 무게 중심이 장부상 이익에서 실제 기업이 창출하는 ‘현금흐름’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마다 영업이익에 포함하는 항목 기준이 달라져 동종 업계 내 비교가 어려워지는 만큼 차입금 상환 능력을 가장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현금흐름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회사채 시장 관계자는 “이익 지표의 변동성이 커진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리스크이자 불확실성”이라며 “새로운 회계 기준이 완전히 안착해 데이터가 쌓이기 전까지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영업활동현금흐름을 기업의 펀더멘털을 가늠하는 핵심 기준으로 삼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현금흐름 중심 평가로의 전환이 기존 지표의 ‘완전한 대체’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차입금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나 이자보상배율 등은 회사채 발행 조건이나 재무약정 등에 뿌리 깊게 활용되고 있어 단기간에 그 활용도가 줄어들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K-자본시장 맞춤형 '연착륙'

금융당국과 기업들의 움직임도 이러한 신평사들의 ‘신중론’에 힘을 싣고 있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현행 기준 영업손익을 새 기준과 병행 표기하도록 하는 ‘수정도입’ 방식을 확정했다. 상당수 기업 역시 주석을 통해 종전 방식의 이익을 공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평사들도 서둘러 방법론을 확정하기보다 과거 선례처럼 신·구 기준을 병행 표기하며 공시 안착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이다.

이는 지난 2011년 K-IFRS 전면 도입 당시 겪었던 뼈아픈 혼선과 무관치 않다. 당시 명확한 산정 기준이 없어 기업마다 영업손익을 제각각 공시해 비교 가능성이 떨어졌고 결국 이듬해 금융당국이 부랴부랴 기준을 명확히 해 의무 표시하도록 수습한 선례가 있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제도가 도입된 이후 시장 상황을 관망하다가, 실제 기업 신용도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고 판단될 때만 제한적으로 평가 방법론을 수정할 것”이라며 “특히 새 회계기준 하에서는 당분간 장부상 이익보다는 실제 현금흐름 창출력에 무게 중심을 두고 신용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기평과 한신평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가 대주주로 있는 신평사들은 이번 개편과 관련해 피치, 무디스와 사전 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획일적인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르기보다는 국내 자본시장과 기업들의 특수성을 감안해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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