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내년부터 시행 예정이던 가상자산 소득과세를 2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그간 과세 시행이 세 차례 미뤄진 데 이어 한 번 더 과세 유예를 말씀드리게 된 점을 무겁게 생각한다”며 “해외에 비해 국내시장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와 디지털자산법 제정에 따른 변화를 과세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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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번 유예 결정에서 주요 이유로 삼은 건 해외 과세정보 확보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와 관련해 미국과의 가상자산 과세정보 교환이 2029년부터 시행되는 만큼, 해외 거래정보를 충분히 확보한 뒤 과세하는 것이 국내외 투자자 간 형평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부총리는 미국의 거래소를 이용한 투자자에게도 국내 거래소 이용자와 마찬가지로 적정하게 과세할 수 있는 정보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거래는 국내 거래소뿐 아니라 해외 거래소와 탈중앙화거래소(DEX), 개인지갑 등을 통해서도 이뤄진다. 거래 경로가 다양해질수록 과세당국이 거래 내역과 취득가액 등을 확인하기 어려워진다. 정부는 국제적인 정보 자동교환체계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해외 과세자료를 국내 자료와 연계·분석해 해외 거래에 대해서도 실효성 있는 과세가 가능하도록 인프라를 확충할 계획이다.
과세제도도 손질한다. 정부는 가상자산의 높은 가격 변동성을 고려해 손실 이월공제를 3년간 허용하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하기로 했다. 현재 가상자산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손실 이월공제가 인정되지 않는다. 정부는 미국·영국 등 주요국의 사례와 일본의 제도 개선 움직임 등을 고려해 손실을 일정 기간 이월해 공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예를 들어 2029년 가상자산 거래에서 손실이 발생했다면 이를 2030~2032년 발생한 가상자산 소득에서 차감해 세금을 계산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 부총리는 “일정 기간 손익을 통산해 과세하는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는 전문가 등의 제안을 감안했다”며 “더 이상 손실 이월공제가 가상자산 과세의 논란 대상이 되지 않도록 이번 정기국회에서 유예 조치와 함께 처리되도록 추진하겠다”고 법 개정 의지를 밝혔다.
디지털자산 시장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디지털자산법 제정에도 속도를 낸다. 법 제정으로 디지털자산의 법적 정의와 사업자 규율체계, 거래제도가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새로운 시장 구조가 과세에 미칠 영향을 검토해 과세제도를 합리적으로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디지털자산 산업의 건전한 성장과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도 함께 마련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전문가와 업계,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디지털자산 과세 민관합동 워킹그룹’을 구성한다. 워킹그룹은 과세제도 합리화와 다양한 거래 유형에 대한 세부 과세기준 마련, 납세자의 신고 편의 제고 등을 논의한다. 정부는 조속히 출범회의를 열고 내년 상반기까지 집중 논의를 거쳐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2027년 정기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하고, 2028년 상반기에는 세부 과세기준안을 마련해 발표하기로 했다.
이 부총리는 “과세 시행 시기를 조정하더라도 ‘소득 있는 곳에 과세’라는 조세의 기본원칙은 견지돼야 한다”며 “향후 2년의 준비기간을 활용해 가상자산 과세가 2029년엔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