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운용을 둘러싼 국회 국정감사가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발언을 둘러싼 충돌로 일시 중단됐다. 김 이사장이 야당 의원들이 국민연금 운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질문한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다. 그간 기금운용 원칙과 투자 성과를 여러 차례 설명했음에도 야권에서 비슷한 질의가 반복되자 김 이사장이 답답함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 고성이 이어어지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오후 9시30분까지 정회했다.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이사장에게 국민연금의 운용 규모와 투자 지역에 대해 질의했다.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이 전 세계 80여개국에 투자하고 있으며 해외투자 비중이 55%를 넘는다고 설명했다.
소 의원은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에만 투자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국민들이 있다. 왜 가만히 있습니까"라고 공단 차원의 적극적인 설명을 주문했다.
이에 김 이사장은 "우리 야당 의원님들조차도 그 내용을 잘 인식하면서 질문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사장의 발언 직후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거센 항의가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 소속 이만희 보건복지위원장은 질의 도중 개입해 "조금 전 발언은 질의하신 위원들에 대한 문제 있는 발언"이라며 취소를 요구했다. 소 의원은 자신의 질의와 답변을 중간에 끊는 것에 항의했고, 회의 진행을 놓고도 언쟁이 이어졌다.
질의가 재개되자 소 의원은 국민연금의 전체 운용 성과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며 기금 규모가 연초보다 늘었는지 물었다. 김 이사장은 "올 초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높은 상태"라고 밝혔다. 국내 증시의 등락만으로 전체 기금 성과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김 이사장은 "현재는 사실 국내주식이 성과가 제일 좋다"며 "해외주식도 좋지 않고, 채권은 국내외 채권 다 현재 마이너스 상태"라고 말했다. 국내주식 비중을 유지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기금이 손실을 볼 수도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는 "저희는 장기투자자라는 말씀을 계속 반복해서 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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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은 소 의원의 질의가 끝난 뒤 다시 불거졌다.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는 김 이사장의 발언을 "굉장히 모욕적인 말씀"이라고 비판이 터져나왔다. 이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13조의 국회모욕죄 조항을 거론하며 처벌까지 요구했다. 해당 조항은 증인이 모욕적인 언행으로 국회의 권위를 훼손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위원장도 김 이사장을 향해 "뭘 모르고 질의한다는 얘기입니까"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어 "증인으로 나와 위원들의 질의에 본인이 알고 있는 내용을 가지고 답변하는 위치"라며 "질의 자체를 평가하실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발언에 대한 사과와 속기록 정정도 요구했다.
김 이사장은 재차 발언 취지를 설명하며 국민연금 운용에 관해 여러 차례 설명했지만 같은 질문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국민연금 국감에서도, 오늘도 똑같은 질문과 말씀이 나온다"며 "여기 계시는 위원님들도 그렇게 얘기하는데 일반 국민들도 당연히 그렇게 이해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이 위원장은 "같은 질문이 백번 나오더라도 답변해야 한다"고 재차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백번이라도 저는 답변한다"고 맞섰다.
이후에도 야당 의원들의 항의와 김 이사장의 설명이 엇갈리면서 회의장 곳곳에서 고성이 이어졌다. 이 위원장은 오후 9시17분께 "잠시 정회하겠다"며 오후 9시30분까지 감사 중지를 선언했다.
충돌의 배경에는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리밸런싱(자산 비중 재조정) 유예 결정의 적절성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있었다. 야당은 매도 기회를 놓쳐 기금에 손실을 초래했다는 의혹을 반복해서 제기했고, 국민연금은 대규모 매도의 시장 영향과 다른 자산의 수익률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거듭 반박해 왔다.
앞서 지난 14일 국민연금 국감에서도 국내주식 매도 유예 결정이 기금 수익률보다 증시 안정을 우선한 조치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날 종합국감에서도 야당은 하루 8000억원 규모의 주식 매도가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추정 근거와 국내주식 보유 지분 평가액 감소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김 이사장과 복지부는 평가액 변동을 실현손실과 구분해야 하며 기금의 장기적인 운용 성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