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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함대가 증명했다, 시스템 축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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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무 기자I 2026.07.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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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우승’ 스페인이 한국 축구에 주는 교훈
20년간 ‘점유율 축구’ 철학 고수
조직적 압박·철벽 수비로 상대 봉쇄
감독·선수 바뀌어도 ‘원팀’ 구현
유소년 체계적 육성·과감한 중용
재능 있으면 나이 상관없이 기회
‘19세 신성’ 라민 야말 탄생시켜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세계 축구에 ‘스페인 무적함대 시대’가 다시 열렸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압도적인 전력으스페인 축구대표팀이 2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환호하고 있다.(사진=AP PHOTO)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스페인 축구대표팀은 20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의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에서 대회 2연패를 노린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를 연장 승부 끝에 1-0으로 눌렀다. 이로써 스페인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후 16년 만에 통산 두 번째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스페인의 우승은 충격적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 축구에도 많은 교훈을 던진다. 스페인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정상에 오른 원동력은 흔히 말하는 ‘티키타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공을 소유하고, 함께 압박하며, 선발과 교체 선수 모두 같은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이른바 ‘시스템’의 승리였다.

감독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경기 철학, 재능 있는 선수를 나이와 관계없이 기용하는 육성 체계, 유럽의 선진 축구를 배우려는 열린 자세가 한국 축구에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독은 바뀌어도 축구 철학은 남는다

스페인은 공을 오래 소유해 아르헨티나의 공격 시간을 줄이는 수비 수단을 적극 활용했다. 공을 빼앗기면 여러 선수가 동시에 간격을 좁혔고 수비 라인은 중앙선 부근까지 올라갔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안겨줬던 ‘점유율 축구’는 이번에도 큰 틀에서 유지한 채, 조직적인 압박과 견고한 수비를 업그레이드 했다. 철학은 지키면서 세부적인 전술은 더 효율적으로 바꾼 것이다.

20년 가까이 명확한 축구 철학을 유지하자, 모든 선수들이 팀의 움직임과 전술적 약속을 정확히 이해하게 됐다는 평가다. 스페인에서 감독은 축구 철학을 새로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이미 정립된 철학을 시대와 선수 구성에 맞게 구현하는 사람이다.

반면 한국은 대표팀 감독이 바뀔 때마다 점유율과 역습, 포백과 스리백 사이를 오갔다. 선수 선발 기준과 연령별 대표팀의 경기 방식도 함께 흔들렸다. 한국도 ‘어떤 축구를 할 것인가’를 먼저 정하고 이를 지도자 교육과 연령별 대표팀에 일관되게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해외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한국의 이번 탈락은 단순히 한 번의 부진이 아니라 한국 축구 시스템의 문제가 한꺼번에 드러난 결과”라고 지적했다.

파울루 벤투 전 한국 대표팀 감독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내가 한국을 떠난 뒤 4년 동안 사령탑이 4번 바뀌었다”며 “차기 감독에게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고 시스템을 바로 잡아야 한국 축구를 재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천재는 태어났지만, 키운 것은 시스템

이번 스페인의 우승은 라민 야말이라는 ‘19세 신성’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야말은 스페인 축구를 이끌고 있는 현재이자, 앞으로 20년을 이끌어갈 미래다.

야말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선수가 아니다. 7세에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 들어갔고 15세 9개월에 스페인 라리가 무대에 데뷔했다. 우리로 따지면 중학생 때 프로에 데뷔한 셈이다. 재능있는 선수는 학년과 나이를 뛰어넘어 성인들과 직접 부딪히고 경쟁했다.

한국과 차이는 여기에 있다. 한국에도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재능이 성인 무대에 도달하기 전에 평범한 선수가 되거나 기회를 잃는 구조에 있다. 학교팀 성적과 진학이 중요하다 보니 과감하고 도전적인 플레이 대신 실수를 줄이고 지시를 잘 따르는 선수가 중용되기 쉽다. 신체 성장이 늦은 기술형 선수는 충분한 시간을 받지 못하고 경쟁에서 밀려나기도 한다.

국내의 한 지도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대학을 거쳐 프로로 가는 학제 중심의 사다리가 ‘월반’을 어렵게 한다”며 “15~17세의 어린 유망주가 과감하게 프로 경기에 나갈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성장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식 울타리’ 넘어 유럽과 연결해야

이번 월드컵은 현대 축구의 흐름이 유럽 클럽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번 대회 8강에 오른 팀 가운데 6개 팀이 유럽 국가였다. 유일한 아프리카 국가인 모로코 역시 선수 대부분 유럽에서 태어났고 유럽 축구시스템에서 자란 이민자 2세들이다.

남미와 아프리카 대표팀 선수 대부분 유럽에서 성장하거나 뛰고 있다. 대표팀 축구 역시 전방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 골키퍼의 빌드업 참여 등 유럽 클럽이 만들어낸 변화를 따라간다. 한국 지도자와 선수들이 유럽 축구와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하는 이유다.

인정하기 싫어도 한국 축구가 발전하기 위해선 유럽을 배워야 한다. 재능 있는 10대 선수를 일찍 유럽에 보내 더 빠른 경기 속도와 강한 압박, 치열한 주전 경쟁을 경험하게 해야 한다.

차상엽 JTBC 해설위원은 “일본은 일찌감치 독일 축구를 장기 모델로 삼았고 분데스리가를 유럽 진출의 전초기지로 활용했다”며 “젊은 선수들이 유럽의 작은 리그라도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장려했고, 이들의 경험은 자연스레 대표팀의 자산으로 축적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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